생애 첫 WS 마감… “못이겨 아쉬워”/다저스 6년 생활 끝 FA자격 얻어/후반기 평균자책점 1.88 ‘괴물투’/협상 장고 들어가 … 향후 거취 주목 

실낱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류현진(31·LA 다저스·사진)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면 내일이 없는 경기에 불펜 등판도 감수할 생각이었지만, 생애 첫 월드시리즈(WS)는 허무하게 저물었다. 경기 뒤 라커룸에 들어선 그는 “못 이겨서 아쉽다. 시리즈가 일찍 끝나서 좀 더 아쉽다.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산 ‘괴물’의 올해 가을은 마무리됐지만 다저스에서의 6년 생활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의 2막은 이제 시작이다. 올 시즌은 그가 빅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승부처였다. 류현진은 2015년 왼쪽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지난해에야 2년 만에 마운드에 돌아왔다. 복귀 첫 시즌엔 부진의 여파로 WS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다만, 복귀 2년차인 올해는 달랐다. 시즌 중반 사타구니 부상이라는 악재도 있었지만 7승3패, 평균자책점 1.97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특히 후반기 9경기에서 52.2이닝을 던지며 4승3패와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 명실상부 다저스의 에이스로 군림했다. 포스트시즌(PS) 첫 관문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5년 만의 PS 승리투수가 됐다.

그야말로 ‘분골쇄신’의 성과였다. KBO리그 한화에서 뛰던 시절 구대성(49) 전 코치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배운 류현진은 패스트볼-체인지업 위주의 ‘투 피치’ 투수에 가까웠다. 빅리그 데뷔 초반 도합 28승(15패)을 거둔 2013~2014 시즌에도 위력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어깨가 말을 듣지 않으면서 생존법을 바꾼 류현진은 정교한 제구를 바탕으로 컷 패스트볼과 커브, 슬라이더 등 ‘팔색조’ 투구로 재기에 성공했다. 재활기간 자신만의 무기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간 영민함이 빛났다.

당장 30일부터 원소속구단인 다저스와 협상을 시작하는 류현진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현재 계약조건(6년 3600만달러)을 뛰어넘는 다년 계약을 위해 FA 시장에 나가거나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를 수용하는 것이다. 그는 “매년 PS에 나갈 수 있는 팀이 많지 않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장고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