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전략이 나왔다. 오프너를 넘어 '위장 선발'을 쓴 밀워키 브루어스, 플래툰 포지션이 더 많은 LA 다저스, 선발투수가 수시로 불펜에 대기한 보스턴 레드삭스 등 기존의 틀을 깨는 팀들이 강한 전력을 구축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선전했다. 

미국 디어슬레틱은 지난달 31일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나타난 몇 가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폈다. 투수들의 구속 증가, 불펜 이닝 증가, 멀티 포지션 중용 등이 이번 포스트시즌 뿐 아니라 앞으로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바꿀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단기전의 특성이 아니라 정규 시즌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직구는 빨라지고 변화구는 늘었다 

디어슬레틱에 따르면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역대 최고인 약 94.7마일이었다. 정규 시즌은 약 93.6마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투수들이 점점 강한 공을 던지고 있는데, 포스트시즌에서는 그보다 더 힘을 들이고 있다. 

18회까지 이어진 월드시리즈 3차전은 더 대단했다.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 보스턴 구원 네이선 이볼디가 손 끝으로 불꽃을 쐈다. 이 경기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약 96마일, 154.6km 정도였다. 

구속 증가와 함께 변화구 구사 비율은 여전히 상승세다. 포스트시즌 전체 투구 가운데 슬라이더, 커브, 너클 커브를 합한 비율이 30%에 가깝다.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다. 정규 시즌 약 27%보다도 높다. 

투수 교체 타이밍은 당겨졌다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보스턴 선발투수였던 릭 포셀로는 4⅔이닝 만에 교체됐다. 내용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홈런 1개 포함 피안타 3개, 볼넷은 1개. 삼진은 5개를 잡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피안타 이하, 1실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5회 전에 교체된 8번째 선발투수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전부 합쳐도 단 6번 밖에 없었던 일이 올해는 비일비재해졌다.

선발투수가 2실점 이하를 기록하면서 5회 이전 교체(승계 주자 실점 제외)된 경우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12번이었다. 지난해와 2016년은 각각 8번이었고, 2015년에는 3번 있었다. 2014년에는 한 번도 없었다. 마운드 운영의 무게 중심이 선발에서 불펜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붙박이 선발은 없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보스턴이 주도했다.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였던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하루 쉬고 3차전에 구원 등판한 뒤 4차전에서는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그리고 5차전에 선발로 나왔다. 보스턴은 크리스 세일, 릭 포셀로, 이볼디까지 선발투수들을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에 대기시켰다. 

선발투수의 투구 이닝이 줄어든 대신 불펜에서 이를 보충하는 식이다. 

유틸리티맨은 보편화했다

유틸리티맨은 제한적인 로스터에 유동성을 주는, 그러나 주연은 아닌 존재였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달랐다. 

디어슬레틱은 "불펜 가동이 앞당겨지고, 불펜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더블 스위치나 대타 기용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내외야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선수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