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던 류현진(32·LA 다저스)의 사이영상 꿈이 여물고 있는 가운데 큰 산을 만났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28일(한국시각) ‘2019 메이저리그(MLB)’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콜로라도와의 원정 3연전 선발투수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류현진이 포함됐다. 30일 마에다 겐타, 31일은 로스 스트리플링 대신 유리아스나 불펜 투수들을 활용할 예정이다. 시즌 12승에 도전하는 류현진은 8월 1일 선발투수로 확정됐다. 절정의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에게 콜로라도라는 팀 자체가 두려울 이유는 없다. 가파른 상승세의 워싱턴 타선을 상대로도 6.2이닝 4탈삼진 1실점 호투, 평균자책점을 1.76에서 1.74로 떨어뜨렸다. 

문제는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투수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쿠어스 필드라는 점이다. 

쿠어스필드 해발 고도는 MLB 구장 가운데 가장 높은 1600m. 낮은 지대에 비해 산소가 희박해 공기 저항이 적다. 따라서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나고, 변화구는 덜 꺾인다. 타자들은 떨어졌던 타격 지표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지만, 투수에게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올 시즌 MLB 데뷔 이래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류현진도 쿠어스필드에 서면 작아졌다(통산 5경기 1승4패 평균자책점 9.15).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시즌 첫 쿠어스필드 등판에서 4이닝 9피안타(3피홈런) 7실점으로 무너졌다. 

1.27이었던 평균자책점이 콜로라도 원정 후 1.83으로 치솟았다. 부상 강판을 제외한 경기 중 시즌 최소 이닝이었다. 최다 실점 또한 쿠어스필드에서 나왔다. 쿠어스필드에서의 7실점이 아니었다면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20대로 떨어진다. 최근 16경기 중 쿠어스필드에서만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다. 쿠어스필드가 얼마나 어려운 곳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수치다. 

타선도 만만치 않다. 통산 상대타율 0.609(23타수 14안타) 4홈런 10타점의 ‘천적’ 아레나도를 비롯해 머피-블랙먼 등이 버틴 콜로라도 타선의 팀 타율은 MLB 30개팀 중 6위다. 부상에서 회복한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까지 합류한 상태다. 좌완 투수에게 강한 스토리는 지난번 류현진 등판 때 결장했다. 

현재 류현진은 규정이닝을 채운 MLB 선발투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NL에서 평균자책점 1점대를 찍을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류현진이 사이영상의 강력한 경쟁자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도 평균자책점의 우위를 근거로 들고 있다. 슈어저와의 평균자책점은 0.67 차이로 앞서있다. 

이닝-탈삼진-피안타율에서 슈어저에 밀리고 있는 류현진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평균자책점이다. 따라서 쿠어스필드에서 최소 실점이 필수다. 이닝 부문에서도 슈어저를 4.2이닝 차이로 바짝 쫓고 있어 쿠어스필드에서 퀄리티스타트만 해준다면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