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우승 트로피 개수가 클럽의 명성을 좌우할 것이다."

195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이끌던 맷 버스비(1994년 작고) 감독이 유고슬라비아로 유러피언컵 원정을 떠나기 위해 잉글랜드 리그 사무국에 일정 조정을 요청하며 한 말이다. 버스비 감독과 맨유는 당시 자국 리그를 최우선시하던 사무국이 들은 체 만 체하자 빡빡한 일정으로 유고 원정을 다녀오다 독일 뮌헨 공항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선수 7명을 잃었다.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버스비 감독은 팀을 재건해 1967~1968시즌 유러피언컵 우승을 품에 안고 대회의 '전설'로 남았다.


버스비 감독의 예언처럼 현재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유럽 명문 구단들의 최우선 목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다. 아무리 자국 리그에서 우승해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그다음 시즌 이적 시장에서 한 맺힌 듯 돈을 써댄다.

◇중동 거부들의 숙원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10일 현재 스쿼드를 꾸리기 위해 유럽 명문 구단들이 지출한 이적료 총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발표했다. 맨체스터 시티(10억1400만유로), 파리 생제르맹(PSG·9억1300만유로), 레알 마드리드(9억200만유로), 맨유(7억5100만유로), 유벤투스(7억1900만유로)가 1~5위를 차지했다.

이 다섯 팀 중 최근 10년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팀은 레알 마드리드(4회)뿐이다. 그나마 맨유와 유벤투스는 준우승이라도 2차례씩 경험했지만, 맨시티와 PSG는 결승 문턱조차 오르지 못했다.

맨시티와 PSG는 모두 중동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성장해 지난 10년간 자국 리그에서 리그 우승컵을 가장 많이 들어 올린 '안방 호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PSG는 프랑스 리그앙 6회,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4회 우승했다.

특히 칼둔 알무바라크 맨시티 회장은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그는 지난 시즌 초 "10년 안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반드시 차지해야 하는 게 구단의 지상 과제"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토트넘의 손흥민에게 2골을 얻어맞고 8강에서 무릎을 꿇자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7000만유로를 들여 패스가 뛰어난 191㎝의 장신 미드필더 로드리 에르난데스를 영입했다.

◇전술 중심 vs. 스타 중심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성실한 선수를 조련시키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자기 고집이 센 '스타 플레이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맨시티가 선수 이적료 총합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구단 내 최고 이적료를 기록한 케빈 더 브라위너(7600만유로)가 현역 선수 이적료 순위 23위로 처져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기를 뒤바꿀 단 한 명의 특급 스타보다 감독의 전술을 완벽하게 수행해 줄 A급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부자 구단들은 스타플레이어 중심으로 팀을 꾸린다. 브라질 출신 플레이메이커 네이마르 한 명의 이적료(2억2000만유로)는 PSG 구단 이적료 총 지출의 24%다. 프랑스 수퍼루키 킬리안 음바페를 모나코에서 데려올 때 지불한 이적료(1억3500만유로)까지 더하면 네이마르와 음바페가 차지하는 이적료 비중은 38%에 달한다.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유벤투스에 보내고 받은 돈(1억1700만유로)으로 첼시로부터 에덴 아자르(1억유로)를 데려왔다. 그동안 천문학적 이적료를 쏟아붓고도 챔피언스리그는커녕 자국 리그 우승도 이루지 못한 맨유는 올 시즌 대형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8700만유로)를 영입했으나 수비 불안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