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제자리 걸음? 승리에도 아쉬웠던 밀집수비 파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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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11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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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영 한국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1차전에서 졸전을 펼쳤다. |
ⓒ 대한축구협회 |
결과는 챙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다. 벤투호가 카타르로 가는 길에서 처음 마주한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압했지만 경기력을 개선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 코페트다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투르크메니스탄과의 1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벤투호, 132위 투르크메니스탄에 최악의 졸전
상대는 피파랭킹 132위의 약체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다. 화끈한 공격력과 큰 점수차의 승리가 아니라면 팬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운 상대임엔 틀림 없었다. 하지만 최악의 졸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 대표팀이 승점 3점을 따냈으나 내용에서는 실망이 크게 앞섰다.
이날 벤투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사실 4-1-4-1 포메이션으로 실전 경기에 나선 것은 지난해 10월 파나마전뿐이다. 당시는 벤투호 출범 초기였다. 벤투 감독은 주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실패한 4-2-3-1를 폐기하고, 이후 열린 평가전에서 4-1-3-2로 플랜 A를 수정한 바 있다. 두 차례 스리백을 실험하긴 했지만 기본 틀은 언제나 포백이었다.
포메이션의 변화 속에서도 벤투 감독은 공 소유와 빌드업이라는 기본 철학을 유지했다. 중앙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아주고, 좌우 측면이나 전방으로 패스를 뿌려주며 안정적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데 초첨을 맞췄다.
한국은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전반 25분까지 많은 슈팅 기회를 양산하는 등 비교적 좋은 흐름으로 이끌어나갔다. 이른 시간인 전반 13분 나상호의 선제골이 터질때만 해도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충분히 다득점을 기대할만 했다.
하지만 전반 중반부터 경기력이 감퇴하기 시작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진영까지 올라가는 과정은 너무나 투박했다. 더욱 아쉬움이 남은 것은 상대의 압박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실 후방 빌드업이라는게 무색할 정도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전방 압박을 생략한 채 하프 라인 밑에서 진지를 구축했다. 골키퍼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으로 상대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세밀하게 전진하는 벤투식 축구가 구현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 나상호-손흥민 나상호가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전반 13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손흥민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 대한축구협회 |
아시안컵 재현?… 다시 과제로 떠오른 밀집 수비 파훼법
결국 문제에 직면한 것은 상대의 밀집수비 분쇄였다. 한국은 지난 아시안컵에서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며 혹독한 실패를 맛봤다. 특히 5경기에서 겨우 6득점에 그친 빈약한 공격력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상대팀들은 라인을 밑으로 내리고 수비에만 치중했다. 그럼에도 강팀이라면 이겨내야 한다.
당시에는 4-2-3-1 포메이션만 고집한 것이 문제였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이 후방으로 쳐진 탓에 공격시 숫자 부족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이번 투르크메니스탄전에서 가동한 4-1-4-1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1명으로 줄이고 2선 공격수 한 명을 늘린 것은 분명히 벤투 감독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경기력은 지난 아시안컵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원 볼란치로 선발 출장한 정우영의 경기 조율 능력은 문제를 드러냈다. 또, 벤투의 황태자로 불리는 황인범도 부진했다. 불안한 볼 키핑, 잦은 패스 미스 등 2선 미드필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전반 30분부터 4-1-4-1 대신 손흥민-황의조를 투톱으로 놓는 4-1-3-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꾀했지만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중원에서 세밀한 연계 플레이가 생략된 채 실수를 연발하면서 오히려 투르크메니스탄의 빠른 역습을 허용했다.
후반 초반 다시 4-1-4-1로 회귀했다. 이번에는 공수 간격 벌어지면서 패스의 거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초래했다. 자연스럽게 포백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의 실수가 여러 차례 나왔다. 공간을 만든 투르크메니스탄의 유효슈팅 숫자가 증가했다.
상대의 수비 숫자가 많을 때 무언가 확실한 부분 전술로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약속된 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왼쪽보단 주로 오른쪽 공격에 치우쳤다. 오른쪽 풀백 이용에게 패스를 건네주고, 이용이 크로스를 올리는 단조로운 전술은 한계에 봉착하고 말았다.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 득점을 올린 황의조는 중요한 순간 침묵했다. 에이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과감한 플레이 대신 이타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그나마 벤투호는 후반 37분 정우영의 프리킥 추가골로 안도의 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한국은 향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스리랑카, 레바논, 북한 등 약체들을 상대하게 된다. 밀집수비 파훼법을 찾고, 빌드업의 완성도를 높여야만 카타르로 가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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