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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 “120이닝이 끝 아닙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23 송중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05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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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이 지난 5월 31일 잠실 두산전에서 힘껏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김광현(30·SK)은 지난 3월25일 롯데전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마운드에 올랐다. 1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준비하며 재기의 의지를 긴 그렇게 표현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권유로 머리카락을 기부해 좋은 일도 했지만, 고달팠던 재활을 마치고 첫 등판에서 승리를 거둔 뒤 머리를 자르는 후련함으로 자신의 복귀를 자축했다. 그만큼 올시즌 복귀는 김광현의 야구인생에 큰 전환점이었다.

고교 졸업 직후인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김광현은 쉬지 않았다. 국가대표 경기를 제외하고 242경기에서 1347.1이닝을 던진 팔꿈치가 아팠고 수술을 받았다. 꼬박 1년을 쉰 뒤 돌아온 올시즌, 김광현은 연착륙하고 있다. 10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 2.56으로 빼어난 피칭을 하며 SK의 상위권 질주를 이끌고 있다.

재활로 보낸 지난 1년은 치열했던 20대의 10년을 떠나보내고 여유를 찾게 된 30대의 김광현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달라진 마음가짐이 복귀 뒤에도 잘 던지는 김광현을 만들고 있다. 

■나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돌아온 김광현은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재활과 싸웠던 1년 동안 동시에 야구공을 놓고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는 노력을 했다.

데뷔할 때부터 스타였던 김광현은 SK가 ‘왕조’로 불리던 2000년대 후반, 20대 초반의 나이로 모든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 이후 잘 할 때도, 못 할 때도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올해, 1년을 쉬고 돌아온다고 하자 또 시선이 집중됐다. 에이스가 돌아오는 SK는 우승후보로 불렸고 모두의 기대는 높아져갔다.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김광현은 오히려 마음을 비우려고 애썼다. 

김광현은 “다시 아플까봐 걱정됐던 것은 수술 직후 깁스 했을 때, 딱 그때까지였던 것 같다. 아플까봐 걱정하고 신경쓰면 공을 던지지 않아도 아프더라”며 “시즌을 시작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내가 내게 실망을 하면 자신감은 없어지고 결과도 더 나빠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아무리 최고의 투수라도 두 번 이기면 한 번은 진다. 지는 경기는 무조건 있을 수밖에 없으니 편하게 하자고 생각하고 들어왔더니 시즌 초반 결과도 좋은 것 같다. 물론 앞으로 또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그때도 끝까지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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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120이닝이 끝 아니다

이닝 제한에 대한 마음가짐도 같다. 돌아온 김광현은 전처럼 오래, 많이 던지지 않고 있다. 10경기에서 56.1이닝을 던지는 동안 투구 수 100개를 넘긴 적은 없다.

SK는 올시즌 김광현의 투구 이닝을 최대 120이닝으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 5월13일 LG전에서는 김광현이 58개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자 교체하기도 했다.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철저한 관리를 받으면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광현은 이 변화를 모두 무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수술 뒤 복귀한 첫시즌이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사실 등판할 때마다 계속 더 던지고 싶은 마음은 든다. 하지만 아쉬움 없이 내려오려고 노력한다”며 “전같으면 ‘더 던지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좋으면 그 에너지를 그때 다 쓰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하면 좋을 때 끝내고 그 좋은 기분으로 5일을 쉬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고 생각한다. 올해만 야구를 하고 말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SK의 ‘120이닝’ 선언은 개막 전부터 큰 화제였다. 에이스가 충분히 던질 수 없다면 마운드 운용이 상당히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황에 따라 시즌 후반기에는 SK의 순위싸움에 있어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120이닝 안에서 김광현은 최대한 잘 던져야 하고, SK는 최대한 김광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김광현은 꼭 그 틀 안에 머물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김광현은 “감독님은 아마도 시즌 끝까지 내 몸 상태에 대해서 어떻게 풀어갈지 계획을 다 잡아두신 것 같다. 관리하면서 치러가면 120이닝 언저리가 된다는 것이지 무조건 120이닝이라는 뜻은 아니다”며 “120이닝 안에서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몸 상태가 좋으면 최대한 로테이션에서 빠지지 않고 도는 것이 내 목표다. 플러스 10이닝 정도 올라가더라도 충분히 던질 수 있고 포스트시즌까지 가면 더 던져야 한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라며 이닝 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승, 다시 하고 싶다

김광현은 “계속 잘 하고 싶다. 과거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되 새로운 투구 패턴을 만들고 단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 팀 타격은 지난해에도 잘 했으니 올해는 내가 합류하면서 투수도 좋아져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온 김광현의 꿈은 물론 가을의 야구 축제에 나서는 것이다. 신인이던 2007년 바로 우승해 2010년까지 3번을 우승하는 동안 여러 개의 개인 타이틀과 함께 정규시즌 MVP(2008년)도 수상했다. 그러나 2012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도 나가지 못한 김광현은 차근차근 다시 꿈을 그리고 있다. SK는 4일 현재 두산에 5경기 차 뒤진 3위지만 시즌 내내 바로 밑에서 두산을 견제하고 있다.

김광현은 “가을야구도 해본 지 오래 됐다. 아직 시즌 반도 안 지나서 변수가 워낙 많아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무조건 가을야구는 하고 싶다”며 “우승도 한 번 하면 좋겠다. 8년 전에 했는데, 이제 할 때도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웃었다.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돌아온 김광현은 지난 10년과는 달라진 새로운 김광현과 SK의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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