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캡틴' 기성용, 이청용 탈락에 눈물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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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첫 훈련 후 이례적 15분간 자체미팅
2014년부터 주장맡은 기성용, 고독한 싸움중
"홍명보 카리스마+박지성 뜨거운 심장"
박지성, "부담 짊어진 기성용, 잘해낼거다"
#장면1=지난 1일 한국축구대표팀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에서 1-3으로 완패한 직후 전주월드컵경기장 라커룸. 주장 기성용은 선수들에게 “오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 결과(조별리그 탈락)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남자답게하자”고 쓴소리를 했다. 평소 말수가 적은편인 기성용은 악역을 자청해 작심발언을 했다.
#장면2=다음날 오전 8시 대표팀 숙소 라마다 호텔 지하주차장. 이날 오전 26명 중 최종엔트리 23명에 들지못했다는 소식을 접한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이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내려온 기성용은 자신이 탈락한 것처럼 눈물을 펑펑 쏟았다. FC서울 시절부터 ‘쌍용’이라 불린 절친의 탈락을 지켜볼수밖에 없었던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장면3=4일 사전캠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레오강의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 훈련 후 선수들이 동그랗게 모여 약 15분간 자체미팅을 했다. 보통 주장이 대표로 몇마디하는데, 이렇게 긴 자체미팅은 이례적이었다. 전날 16시간에 육박한 이동거리 탓에 앞서 족구 등 가벼운 훈련이 진행됐는데, 기성용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웃음이 끊이지 않은채 유쾌한 분위기였다. 출국 전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독기를 품고 뛰어야한다. 인생을 걸어라”고 쓴소리를 했다. 기성용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잘하자고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밖에 말할 수도 없고…그렇습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축구대표팀 주장 ‘캡틴 키’ 기성용(29·스완지시티)이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다. 축구는 하프타임을 제외하면 작전타임도 공수교대도 없다. 경기휘슬이 울리면 주장은 그라운드 위의 사령탑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팀이 패배를 당하면 화살은 감독과 주장에게 향한다.
기성용은 2014년 10월 파라과이전부터 4년 째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같은 성공을 이끌었지만, 지난해 6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해임 등 실패도 경험했다.
아버지 기영옥(61) 광주FC 단장은 “옛날엔 주로 최고참이 주장을 맡아 말 한마디를 하면 잘 통했다. 반면 요즘엔 선수들이 개성이 강하다. 내가 옆에 같이 있지 않지만, 성용이가 중요한 경기에서 졌을 때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안쓰러워했다.
조준헌 대한축구협회 미디어팀장은 “기성용은 2002년 대표팀 주장 홍명보(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처럼 말수가 많지 않지만 카리스마가 있고 선수들이 잘 따른다. 2010년 대표팀 주장 박지성처럼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려한다”고 전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7·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월드컵에 주장으로 나가는 건 다른 대회와 분위기가 더 다르고, 무게감이 상당히 크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상당히 긴데, 주장은 선수들을 조율하고 신경써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지성은 “각 리더마다 성격이 다르고, 주장 역할이 다르다. 저와 성용이도 다르다”면서 “성용이는 대표팀 주장을 맡으면서 안좋았던 시기와 좋았던 시기를 경험한게 월드컵을 치를 때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성용이는 유럽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왔고 대표팀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충분히 부담감을 짊어지고 나갈거라 생각한다. 경기장 안에서 너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신뢰를 내비쳤다.
기성용은 지난해 8월 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 무릎부상으로 결장했다. 당시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한다. 기성용은 최근까지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을 동그랗게 모아놓고 “월드컵에서 우리보다 약한상대는 없어. 그러면 어떻게 해야돼. 남들보다 한발 더 뛰어야돼”라고 말해왔다.
몇차례 무릎 수술을 받았던 기성용은 경기가 끝나면 통증이 도져 곧바로 얼음찜찔을 한다. 그런데도 태극마크를 달면 죽기살기로 뛴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위대한 캡틴의 유형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처럼 압도적인 기량으로 팀 운명을 바꿔놓은 ‘마법사형’이 있다.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처럼 강력한 포스로 팀 전체를 자극하는 ‘카리스마형’도 있다. 과거 잉글랜드 대표팀과 리버풀 주장을 맡았던 스티븐 제라드처럼 희생정신이 투철한 ‘뜨거운 심장형’이 있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카리스마형'이자 '뜨거운 심장형' 주장이다.
레오강(오스트리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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