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게 1% 확률이라도… 비아냥에도 숨기고 싶은 신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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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옥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0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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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잦은 패스 실수가 이어지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신태용호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벌인 공개 A매치다. 2018.6.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레오강(오스트리아)=뉴스1) 임성일 기자 = 7일 오후(현지시간) 볼리비아와의 평가전(0-0)을 마치고 신태용 감독이 '트릭'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부적절했고 불필요했다. 혹자는 '이것은 가짜'라고 말한 것 자체가 '또 한 번의 위장'이라 너그럽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황상 그렇게 받아들일 발언은 아니었다.
진짜로 거짓된 정보를 흘리기 위해 꺼내든 속임수였다면 끝까지 함구하는 게 낫다. 트릭을 쓰고 트릭이라 말한다면 참을 말한 것이다. 상대가 속고 속지 않고를 떠나 막상 '속임수용'이 된 선수들 입장에서도 달가울 것은 없는 일이다. 사전에 선수들에게 전달된 내용이 아니라면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요컨대 사족을 달면서 불필요한 잡음을 만들었으니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리더가 간절히 바라는 노림수가 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어떻게든 공격 쪽의 조합이나 약속된 패턴은 감추고 싶다는 게 신 감독의 마음이다.
꽁꽁 숨긴다고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상대의 예상을 어렵게 만들어 그것을 통해 골을 넣을 수 있는 확률을 1%라도 높인다면, 그것으로 현재 외부에서 쏟아지는 질타는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신 감독의 자세로 읽힌다.
볼리비아전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마지막 '공개 평가전'이었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세네갈과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지만, 그것은 언론과 일반인에 모두 비공개 된다. 신 감독은 "세네갈전은 월드컵 본선처럼 베스트 멤버로 나갈 것이다. 준비한 세트피스 전술도 꺼낼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비공개로 치른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2번 밖에 남지 않은 평가전 중 하나던 볼리비아전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완벽한 팀을 공개하지 않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반반'이었다. 장현수가 부상에서 복귀한 수비라인은 이제 선발요원들이다. 김영권이 중앙 파트너로 낙점됐고 무주공산이던 왼쪽은 박주호의 몫이 됐다. 그 앞에 기성용과 정우영까지, 후방은 이제 베스트다. 스리백 기반이면 달라질 수 있으나 포백 시에는 볼리비아전처럼 나갈 전망이다.
그러나 전방은 힘을 뺐다. 에이스 손흥민과 중원의 엔진 이재성을 벤치에 앉혀두고 시작한 경기다. 김신욱-황희찬 투톱은 한 번도 가동한 적 없던 조합이고 대표팀 발탁이 처음인 이승우와 문선민을 좌우 날개로 배치한 것을 한국의 주력 공격진이라 볼 수 없다.
오스트리아 레오강 전훈지에서 만난 신태용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1%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도 해야 한다. 우리의 초점은 스웨덴과의 1차전이다. 그때까지 가능하다면 숨길 수 있는 것은 다 숨길 것"이라면서 "수비는 어차피 조직력을 다져야하니까 (숨기는 게)한계가 있다. 하지만 공격은 우리의 무기를 끝까지 감추고 싶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이게 '트릭'의 배경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오후(현지시간) 사전 캠프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근교 레오강(Leogang) 스타인베르그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7일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볼리비아(피파랭킹 57위)와 사전캠프 첫 평가전을 치른다. 2018.6.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한국에서 레오강으로 건너간 미디어가 상당히 많지만 단 한 번도 공격 쪽 조합이나 세트피스 전술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 공개된 적도 없고 귀띔도 없었다. 손흥민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깜짝 놀랄 게 있는 것이냐" 묻자 그는 "나도 엑스맨은 아니다"며 공개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더 주목할 것은 다음 발언이다.
그는 "사실 그런 것(을 공개하는 것) 때문에 골 하나의 희비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리가 골 넣을 거야' 말을 해도 경기장에서 실제로 득점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지금 준비하는 모든 것이 골을 넣기 위한 과정이다. 요새는 정보력이 워낙 좋다. 그래서 감독님도 우리도 모두 조심하고 있다"는 말로 대표팀 내부 공기를 소개한 바 있다.
본선이 코앞인데도 베스트를 가동하지 않고(혹은 못하고) 있는 대표팀을 향한 각종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숨기는 것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이 많다. 현장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물음표가 잘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 확인 가능한 것은 하나다. 분명 대표팀은 스웨덴과의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때까지는 무엇이든 한다는 입장이다. 세련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단 1%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도.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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