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활약' 김연경 점수가 왜? 득점오류사태의 전말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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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배구연맹, 득점 '14에서 18'로 수정... 매 경기 오류 사태 '항의 빗발쳐'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 김연경 선수 |
ⓒ 박진철 |
"분명 잘한 것 같은데, 점수 기록이 왜 저러지..."
배구 국제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세계 배구 16강이 참가한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아래 네이션스 리그)에서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운영하는 네이션스 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는 경기 직후 양 팀 선수들의 득점 등을 정리한 기록지를 올린다. 모든 배구 경기에는 현장에 기록요원이 배치돼 경기 중 선수들의 득점, 블로킹, 서브, 리스브 등 각종 기록을 전산에 입력하고, 경기 직후 출력한 기록지에 경기감독관과 심판이 사인하면 공식 기록으로 확정된다. 이 공식 기록지를 토대로 대회 주관 공식 홈페이지 등에 올리게 된다.
언론도 이 기록지를 토대로 최다 득점 선수의 득점수를 기사 제목으로 뽑는다. 문제는 이번 네이션스 리그에서 매 경기마다 주요 선수의 득점수가 1~2일 뒤에 바뀐다는 점이다. 결국 대량 오보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국내 아마추어 대회에도 그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하물며 세계적으로 귄위 있는 국제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선수들의 공식 기록이 차후에 수정된다는 건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4점이나 깎아먹은 FIVB... 김연경 득점 '공식 수정'
결국 상처 입고 피해 보는 건 선수들이다. 국내 선수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지난 7일 태국 나콘 랏차시마에서 열린 한국-터키전에서는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터키에 세트 스코어 0-3(19-25 21-25 23-25)로 패했다.
그러나 한국은 전날 일본전 완패에 비해 한결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김연경은 공격과 블로킹 부분에서 양 팀 통틀어 단연 눈부신 활약을 했다.
문제는 경기 직후 언론 기사에 쏟아진 김연경의 득점 기록이었다. 대부분 언론이 이날 김연경이 14득점을 했다고 썼다. 일부 언론은 기사 제목에 '김연경 11점'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8일 저녁 네이션스 리그 홈페이지는 한국-터키전에서 김연경의 득점을 18득점으로 공식 수정했다.
네이션스 리그 홈페이지는 지난 7일 한국-터키전 직후 올린 공식 기록지에서 한국 팀은 김연경 14점, 이재영 9점, 김수지 7점, 박정아 6점, 양효진 4점, 이다영 2점, 이효희 1점으로 공표했다.
터키 팀은 멜리하 이스마일로을루 12점, 제흐라 귀네쉬 12점, 메리엠 보즈 11점, 세이마 에르잔 9점, 에다 에르뎀 8점, 한데 발라든 5점, 잔수 외즈바이 2점, 감제 알리카야 2점으로 표기했다.
이 기록만 보면, 김연경이 비록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하긴 했지만 아주 잘했다는 평가를 하기에는 부족하다. 터키는 멜리하, 제흐라, 메리엠이 똑같은 활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록 오류 사태... 최고 활약을 '부진한 선수'로 만들어
▲ 2018 네이션스 리그 한국-터키전, 경기 직후(6.7, 위)-수정(6.8, 아래) 기록지 |
ⓒ 국제배구연맹 |
그러나 이 기록들은 하루가 지난 8일 대대적으로 수정됐다. 이날 네이션스 리그 홈페이지는 한국-터키전의 공식 기록을 다시 수정해서 올렸다.
한국 팀은 김연경 18점, 김수지 8점, 이재영 8점, 박정아 7점, 양효진 3점, 이다영 1점으로 정정됐다. 터키 팀은 제흐라 16점, 에다 12점, 세이마 9점, 멜리하 9점, 메리엠 9점, 한데 5점, 외즈바이 3점, 감제 1점으로 바뀌었다.
경기 직후 기록과 수정된 기록이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 3세트로 끝난 경기임을 감안하면, 김연경은 한국 팀은 물론 양 팀 통들어서도 단연 최고의 활약을 했다. 터키 팀도 제흐라가 센터 공격수임에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했다. 수정된 기록지가 경기를 실제로 본 사람들이 느꼈던 것과 일치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대부분의 언론은 '김연경 11~14득점'으로 그저 그런 활약 또는 부진했던 것처럼 보도된 뒤다. 결국 김연경, 제흐라처럼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만 피해를 입은 것이다. 언론들도 FIVB 공식 기록만 믿고 보도했다가 대량 오보를 쏟아내고 만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다른 경기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션스 리그에 출전한 세계 강호들의 주요 선수 득점 기록이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기록요원의 새 프로그램 운영 미숙'이 원인
경기 기록은 함부로 조작할 수도 없다. 모든 팀이 별도로 전력분석원을 경기장에 동행시켜 양 팀 선수의 기록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경기 직후 네이션스 리그 홈페이지에 올라온 '엉망 기록'에 대해 모든 팀으로부터 항의와 수정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8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안 그래도 경기 기록지 때문에 네이션스 리그 참가국들이 난리가 났다"며 "자신들이 파악한 선수 점수 분포와 FIVB 홈페이지에 올라온 득점이 너무 달라서 매 경기마다 항의하고 수정 요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록 수정 사태가 계속되는 이유에 대해 "FIVB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FIVB가 네이션스 리그를 앞두고 경기 데이터를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바꿨다고 한다"며 "기록요원들이 새 프로그램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입력 과정에서 득점을 많이 한 선수일수록 입력을 제때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록요원이 경기장에 있는 위치도 이전과 변경됐는데,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다"며 "그것도 경기 상황을 놓치는 한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기 직후 모든 팀들로부터 항의가 쏟아지니까 FIVB가 해당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재확인 후에 기록지를 수정하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공식 홈페이지에는 1~2일 뒤에 수정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FIVB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며 "여자배구는 5주차 대회부터, 남자배구는 3주차 대회부터 '경기 기록 감독관'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기록요원의 프로그램 운영 미숙 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기록 감독관을 파견한다고 해서 득점 누락 사태가 해결될 지는 의문"이라며 "V리그는 물론 국내 아마추어 대회에서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 어떻게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매 경기마다 발생하는지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잘한 선수만 피해자... "FIVB도 심각성 알고 있다"
결국 FIVB가 중요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프로그램을 대폭 바꿔놓고, 기록요원들에게 연습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지 오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피해자는 당연히 선수들이다. 경기에서 흘린 땀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도록 뒷받침해줘야 할 FIVB가 오히려 깎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네이션스 리그는 지난해 월드리그나 월드그랑프리 대회보다 흥행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 열린 여자배구 네이션스 리그도 연일 많은 관중이 몰려들어 뜨거운 응원 열기를 뿜어냈다.
지난 5일 한국-태국전은 흥행 지표인 케이블TV 시청률에서 여자배구와 동시간대에 생중계된 프로야구 5경기를 비롯해 스포츠 프로그램 중에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5일 방송된 케이블TV 전체 프로그램을 통틀어서도 2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여자배구의 엄청난 인기를 다시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태국 등의 여자배구 인기도 대단했다. 중국 홍콩에서 지난 5월 29~31일 열린 여자배구 네이션스 리그 경기는 3일 연속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찼다. 배구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FIVB의 무능한 행정력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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