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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능구렁이 신태용은 왜 '취재진 들으라고' 지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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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27 소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17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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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스웨덴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이틀 앞둔 16일 오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다. 신태용호는 이날 훈련을 마친 뒤 스웨덴과의 1차전 '결전의 땅'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이동한다. 2018.6.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면 볼수록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현역 시절부터 '필드 위의 여우'라 불렸을 정도로 영리한 선수이긴 했지만 지도자가 된 뒤로 수가 더 늘어난 모양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라선 이후에는 능구렁이가 된 느낌이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꽁꽁 싸매면서 스웨덴전 대비 '007 작전'을 펼치던 신태용 감독이 경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혀 다른 행동을 선보였다. 말을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알맹이 없이 뻔한 이야기로 일관하던 신 감독이 이례적으로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전술 지시를 내렸다. 

곁에서 지켜본 신태용 감독은, 이런 것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다. 꼬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지도자가 무엇을 노리고 목소리를 크게 했을까 궁금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러시아 현지 나흘째 훈련을 소화했다. 대표팀은 이 훈련을 끝으로 짐을 꾸려 스웨덴과의 1차전이 열리는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한다. 

경기 하루 전날인 17일에는 공식 회견과 간단한 적응 훈련이 펼쳐지기에 사실상 전술적인 움직임을 통해 손발을 맞출 시간은 이날 오전뿐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스웨덴을 잡기 위한 큰 틀에서의 준비는 15일 오후 훈련으로 마무리됐다고 보는 게 맞다. 대표팀 관계자는 "전날 생각보다 긴 시간을 훈련했다"면서 "오늘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 정도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 귀띔했다. 

이날 훈련도 초반 15분만 미디어에 오픈한 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15분도 사실 '촬영'용이다. 취재진은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 정도만 바라보다 철수한다. 그때까지 신태용 감독은 필드 위를 서성일 뿐이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크게 지시했다. 선수들 보다는 마치 취재진 들으라는 듯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들렸다. 

구체적인 문장까지 다 완성시키는 어려우나 뉘앙스는 느껴졌다. 구자철, 이재성, 기성용 등 미드필더들의 이름이 나왔고 '블록' '더블 볼란치(2명의 수비형미드필더)' '커버 플레이' 등의 표현이 등장했다. 

대략 "한 명이 올라가면 다른 선수가 내려가서 커버 플레이를 해줘야해. 수비 블록이 깨지지 않도록 미드필더들이 항상 신경을 써야한다"는 식의 주문이었다. 전체적으로 수비를 강조하는 지시임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더 이례적이다. 

지난달 4일부터 약 열흘 간 진행된 오스트리아 레오강 사전캠프 훈련부터 러시아 내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들어온 이후에도, 전술적인 내용은 전혀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았다.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주축 포메이션이나 베스트11 면면이 잘 그려지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스웨덴전을 불과 이틀 남겨두고 선수들에게 강조한 게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실 내용이 문제될 것은 없다.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16강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스웨덴전은 반드시 결과를 챙겨야하고 그러기 위한 전제조건은 수비다. 무실점이 선행되어야 승리에 근접해 진다. 그런 측면에서 선수들에게 단단한 수비를 강조한 것은 이상할 게 아니다. 

하지만 이를 외부에 노출시킨 것은 흥미롭다. 이날은 스웨덴 기자들이 가장 많이 현장을 찾았고 그들도 이런 내용을 충분히 접할 수 있었다. 보란 듯이 수비하겠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은 지시였는데, 지도자가 신태용이라면 한 번 더 판단을 곱십게 한다. 

현장에서 선수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스웨덴전 해법을 찾았고, 그대로 구현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베이스캠프에서 마지막 훈련 날 신 감독은 취재진 들으라고 목소리를 키웠다. 왠지 계산이 점점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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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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