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옆에서 배울 날이..."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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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해원 감독 "이다영-이나연 공정한 기회 줄 것... AG-세계선수권 윈윈 전략으로"
[오마이뉴스 글:김영국, 사진:박진철, 편집:김준수]
▲ 차해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
ⓒ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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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비시즌에도 식을 줄 모른다. ?인기가 치솟은 것도 있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출전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대표팀 운영과 관련된 사안 하나하나가 큰 논란이 되기도 한다.
차해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구상은 단연 주목의 대상이다. 차 감독은 2018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아래 네이션스 리그)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도 다음 대회를 준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은 네이션스 리그에서 5승 10패로 16개 참가국 중 12위를 기록했다. 당초 목표였던 5할 승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성과도 있었다. 세계 최강 중국과 유럽 강호 러시아를 격파하면서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메달로 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중국·러시아 격파 성과... '리시브·세터 불안' 숙제도 산더미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특히 올해 한국 여자배구에게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가 남아 있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선수권 대회다. 2018 여자배구 세계선수권은 오는 9월 29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본에서 열린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주요 국제대회 출전권과 조편성을 모두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세계랭킹이 높을수록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올림픽 본선에서도 유리한 조에 편성될 수 있다. 그런데 세계선수권은 순위별로 세계랭킹 점수가 가장 많이 주어진다. 세계선수권에서 획득한 랭킹 점수는 4년 동안 유지된다는 것도 큰 혜택이다.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강호들이 세계선수권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세계선수권에 앞서 열리는 아시안게임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에서 9월 2일까지다. 여자배구는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곧바로 세계선수권 체제로 돌입해야 한다. 배구팬들은 아시안게임에 전력을 쏟았다가 중요한 세계선수권을 그르칠까 우려한다.
이래저래 차 감독의 구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19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대회 운영 방안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했다. 아래는 차해원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세터 발언, 진의 왜곡돼 안타깝다"
▲ 이나연(6번)과 이다영(19번) 선수... 2018 네이션스 리그 (2018.5.23) |
ⓒ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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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네이션스 리그를 통해 얻은 소득과 개선해야 할 점은?
"소득이라면 자신감과 유망주 육성이다. 세계랭킹 1위 중국과 유럽 강호 러시아에게 승리하면서 우리가 잘 준비만 하면 세계 강팀들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바탕에는 우리가 신장 면에서 세계 강호들에게 밀리지 않는 점도 있다. 유망주 육성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를 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그러나 숙제도 산더미처럼 안고 왔다. 방심하면 어느 팀에게도 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각인했다. 서브 리시브와 찬스 상황에서 연결 동작 등 기본기 문제, 세터 부문, 체력 강화 등 보다 철저히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다."
- 리시브 불안 등 기본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당연히 훈련 과정에서 서브 리시브와 연결 동작 등 수비 조직력을 향상시키는 데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런데 리시브 연습만 많이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체력 보강도 함께 가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버티는 힘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리시브와 디그에서 실책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 국제대회가 V리그와 달리 3일 연속 경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수비 조직력과 체력 강화 훈련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공격 파워는 유럽, 남미 선수들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그들의 파워를 넘을 대안을 가지고 맞서야 한다. 제가 파워 얘기를 한 건 그런 뜻이었다."
- 이효희 뒤를 이을 국가대표 세터 육성도 시급하다. 그런데 여전히 우려가 많다. 차 감독이 최근 '세터는 이다영으로 가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 발언의 진의와 너무 다르게 전달돼 안타깝다. 사실 언론도 그렇고 세터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의가 많았다. 이효희 뒤를 이을 세터들이 기대만큼 해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어서 걱정이 됐다. 그래서 이다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아직 부족한 점, 개선해야 할 점도 함께 일러줬다.
이다영이 높이와 체력이 좋기 때문에 이효희와 이나연 언니에게 경기 운영 면을 전수받으면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바람을 강조하다 보니, 그것이 마치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이다영을 주전 세터로 고정한 것처럼 확대 해석된 것 같다. 그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가 가는 곳이다. 그 전에 가능성이 높은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실력과 상관없이 특정 선수를 고정해서 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그렇다면 앞으로 세터 부분을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도쿄 올림픽과 그 이후를 생각하면 이효희 후계 세터 육성이 시급한 건 사실이다. 네이션스 리그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올해는 이다영과 이나연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다. 두 선수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줄 것이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은 세터를 2명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두 대회가 중요하고 이효희가 현재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 능력이 좋기 때문에 모두 출전한다. 선수 본인도 두 대회에 출전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후계자나 마찬가지인 후배 국가대표 세터를 키워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사실상 플레잉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이효희의 국가대표를 위한 사명감에 늘 미안함과 고마움을 갖고 있다.
아직 확정하진 않았지만, 아시안게임 세터는 이효희-이다영, 세계선수권 세터는 이효희-이나연으로 갈 생각이다. 두 선수가 큰 대회를 통해서 잘 성장해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 책임이 감독인 나에게 있다. 물론 누구도 도쿄 올림픽까지 보장된 건 아니다. 더 나은 선수가 있다면 다음 대회에 그 선수에게도 기회가 갈 것이다. 기회를 충분히 주었음에도 국가대표로서 부족한 모습이 계속된다면 올림픽에 갈 수가 없다. 그건 너무도 당연하다."
"김연경 건재할 때 유망주 안 키우면 직무유기"
▲ '대표팀 기둥' 김연경과 이효희 선수 |
ⓒ 박진철 |
- 고교 장신 유망주들을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해 육성하기 시작했다.
"장신 유망주의 성인 국가대표팀 발탁과 육성은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와 이번 네이션스 리그에서 보듯이, 이미 세계 강팀들은 우리 고교 선수보다 더 어린 선수를 성인 대표팀 주전으로 기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선수들이 다 기대만큼 뛰어난 활약을 하는 건 아니다. 실망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올림픽과 자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마치 필수 과목처럼 유망주 몇 명은 성인 대표팀에 포함시켜 큰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 김연경이라는 공격과 수비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있다. 어린 유망주들이 김연경의 경기를 TV로 보는 것과 직접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뛰면서 배우는 것과는 선수의 성장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김연경 옆에서 배울 수 있는 시간도 불과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 김연경이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이 천금 같은 시기에 장신 유망주 하나 키워놓지 않고 흘려보낸다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김연경도 작년 중국 리그를 통해 중국의 유망주 육성 시스템에 감탄했다고 한다. 한국은 하부 구조에 그런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국가대표팀 차원에서라도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젊은 선수 중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는 케이스가 꼭 필요하다. 그래야 강팀과 대결할 때 중요한 고비를 타고 넘어갈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엔트리가 14명으로 늘어났다. 마음 같아서는 고교 유망주를 1명 더 선발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회 중요성을 감안해 정호영(190cm·라이트), 박은진(188cm·센터), 이주아(186cm·센터) 3명만 발탁했다. 성인 대표팀 차원에서 육성이 시급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은 네이션스 리그보다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생각이다. 핵심 선수들에게 체력 안배가 될 수 있도록 잘 훈련시키겠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질타보다 많은 격려를 당부 드린다."
"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 '윈윈'하도록 잘 준비하겠다"
- 차해원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란 어떤 것인가.
"이번 네이션스 리그에서 스피드 배구가 잘 구현되지 않았다. 스피드 배구는 완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4주 훈련으로 완성 단계에 가기까지는 턱없이 모자랐다. 스피드 배구는 서브가 갈수록 강해지면서 퍼펙트 리시브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다. 서브 리시브가 조금 나쁘거나 이단 연결 상황에서도 세터와 공격수 전원이 빨리 준비하고 다양한 공격 루트를 통해 득점 성공률을 높이는 게 스피드 배구다.
한국이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는 팀에게 약한 것도 평소 그런 배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늦다. 마찬가지로 우리보다 강팀을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유기적이고 빠른 배구를 해야 한다. 스피드 배구라고 해서 모든 선수에게 토스를 낮게 하라는 건 아니다. 각자의 높이에 맞는 토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 부분에서 우리 세터들이 아직 불안정한 면이 있다. 훈련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차 나아질 것이다."
- 아시안게임에 집중하다 세계선수권 성적이 나빠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 여자배구가 도쿄 올림픽으로 가기 위해서는 올해 세계선수권이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세계선수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이번에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사이에 27일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다. 체력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아시안게임 안에서도 참가국 간 실력 차이가 크기 때문에 체력 안배가 가능하다. 전력 질주할 팀이 3개 팀 정도다. 나머지 팀들한테는 핵심 선수를 고르게 기용하고 유망주들도 투입하면서 체력 안배를 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아시안게임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하는 효과도 있다. 실전보다 좋은 연습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중국, 일본, 태국도 1군이 출전한다면, 세계선수권에서 나올 수 있는 오류들을 미리 점검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세계선수권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아시안게임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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