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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

추신수 MLB일기-9 “7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24 옥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24 댓글0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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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야구하면서 기록을 의식하고 타석에 들어섰던 적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기록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마음의 평정심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연속 출루 경기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었습니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야구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었고요. 그런데 많은 기사들이 쏟아지고 현지 기자들도 경기 전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소감을 물어오니 조금씩 의식이 되더라고요.

오늘(6월 23일,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 1차전 상대 선발은 페르난도 로메로 선수였습니다. 제가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었던 투수였죠. 그래서 첫 타석에선 가급적 공을 많이 보려고 집중했습니다. 풀카운트 9구째 공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 처리됐습니다. 세 번째 타석에선 앞선 두 타석에서 제가 공략하지 못했던 공을 떠올렸습니다. 몸쪽 빠른 볼에서 헛스윙이 나온 거라 투수가 또 몸쪽 공을 던질 거라 예상했는데 1구는 슬라이더였고 2구째 공이 바로 그 공이었습니다. 몸쪽 빠른 볼. 홈런이 됐던 건 앞의 두 타석 때 던진 공보다 구속이 떨어졌고, 공이 좀 높게 들어온 게 도움이 됐다고 봅니다.

 

<1회(왼쪽 표), 3회, 5회 타석에서 로메로를 상대했던 추신수. 로메로는 계속 몸쪽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다 투런포를 헌납했다.(사진=MLB.com 참조)>

타자는 첫 타석에서 안타치고 나갈 때가 제일 홀가분합니다. 다음 타석부턴 부담을 덜고 경기에 임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처럼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먹으면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겠죠. 로메로 선수가 계속 같은 코스로 공을 던져준 덕분에 홈런으로 2타점을 올리며 삼진의 악몽을 씻어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 기자는 제게 상대 투수를 너무 혹사 시키는 거 아니냐고 묻더군요. 공을 많이 던지게 한다는 조크였죠. 전 일부러 투수가 공 많이 던지게끔 유도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노리는 공에만 방망이가 나가다보니 공을 고르게 되는 것이죠. 지금은 다리를 드는 것도 레그킥보다는 공을 치는 준비 자세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다리보단 공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출루율을 높일 수 있는 배경에는 선구안이 존재할 것입니다. 저도 처음부터 선구안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홈런 타자로 성공하지 못할 바엔 남다른 선구안이 있어야 생존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죠. 클리블랜드 시절 삼진 개수를 줄이고 타석에서 좀 더 여유있게 대응하려고 특별한 훈련을 반복했습니다. 테니스 공에 숫자를 표기해 배팅 기계에서 나오는 공의 숫자를 맞추는 훈련이었어요. 공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가려내는 연습도 반복했었고요. 그런 훈련은 타석에서 인내심을 갖게 합니다. 좋은 공을 골라내고 나쁜 공에는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죠.

신시내티 시절에는 그 기계가 없어 훈련을 이어가지 못하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오면서 구단에 그 기계를 소개했고, 덕분에 구단에 처음으로 기계가 도입이 됐습니다. 테니스 공으로 훈련하지 못했던 신시내티 시절에는 조이 보토의 조언과 여러 선수들의 의견을 종합한 후 나름의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선구안은 경험과 연륜과 반복된 연습이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 전 배니스터 감독님이 절 부르시더군요. 휴식 없이 계속 경기에 내보내는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지명타자이든 수비수로든 계속 경기에 나갔던 게 출루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요즘 트레이드 시기를 맞아 제가 과연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 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전 벨트레와 항상 같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한테는 야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리빌딩을 추구하는 팀보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뛰고 싶다고요. 야구는 비즈니스이고, 선수는 상품이라 언제든지 팀을 옮길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단에서 절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았다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요. 그러나 지금은 구단이 제게 직접 전한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올스타전 선발은 지금 당장 알 수 없지만 만약 제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다름 없겠죠. 이전에 두 차례 정도 가능성이 있었지만 부상 등으로 아?게 놓친 터라 크게 신경 쓰진 않으려 해요. 그래도 선발된다면 엄청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24일 자정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멕시코와의 월드컵 2차전이 펼쳐집니다. 텍사스 레인저스도 이미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돼 선수들마다 응원하는 팀이 생겼습니다. 응원팀을 뽑기로 정했거든요. 모자에 32개국 출전 팀의 이름을 적어 넣은 다음 선수들이 돌아가며 뽑았는데 전 안타깝게도 한국이 아닌 아르헨티나가 적힌 쪽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한국은 불펜투수인 제이크 디크먼의 팀이 됐고요. 제이크는 어느새 태극기를 구해와선 멕시코전에 나서는 한국을 응원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전 한국에서 지인이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보내줘 내일 클럽하우스에서 그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열띤 응원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힘든 여정을 가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추신수. 멕시코와의 경기를 텍사스 선수들 전체가 함께 시청할 예정이라고. 현지 시간으로 오후 1시에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 2차전이 열릴 예정이라 오전에 선수단이 모여 월드컵 응원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사진=추신수 제공)>

*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기사제공 추신수 MLB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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