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날 오후 넥센 히어로즈가 SK 와이번스를 제외한 8개 구단과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8.6.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조인식 기자 = 구단들이 대놓고 리그 질서를 흔들어도 중징계를 못한다. 부정행위 징계 기준 명문화와 징계 강화 외엔 특별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를 추진한 넥센 히어로즈에 제재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이장석 전 대표에게는 무기실격 처분을 내렸다. SK 와이번스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에도 제재금 2000만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2009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있었던 트레이드의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지금은 현직에 없는 사람도 많고, 당시 실무 책임자들 가운데 자신이 직접 의사결정까지 했던 경우도 많지 않다. 개인을 징계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그렇다면 징계는 구단을 향해야 한다. 이번에 히어로즈가 떠안게 된 제재금은 KBO가 구단에 부과한 제재금으로는 가장 높은 액수다. KBO는 이태양과 이성민의 승부조작이 알려진 지난해 NC에 관리 소홀 책임을 물으며 5000만원을 부과했고, 이것이 역대 최대 제재금이었다.

하지만 다른 구단들의 제재금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일련의 현금 트레이드가 승부조작보다 더 큰 잘못은 아니라는 판단은 합리적이지만, 이 금액이라면 구단에 따라 별로 부담이 없을 수도 있다. 구단들이 이번 징계를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를 원하면 또 해도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할 말이 없다.

KBO 관계자는 제재금 외 징계를 하지 못한 점에 대해 명문화된 규약이 없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 전 대표 외에 징계를 받은 관계자가 없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대로다.

대신 향후 재발 방지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KBO는 이면계약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야구규약과 각종 계약서에 명시하고, 위반 시 계약 무효는 물론 지명권 박탈, 제재금, 임직원 직무 정지 등 보다 강력한 징계 조항도 규약에 넣겠다고 밝혔다.

KBO가 제시한 것들 중 가장 효력이 있어 보이는 징계 방법은 계약 무효와 지명권 박탈이다. 제재금이나 임직원 직무 정지 등은 이미 있었던 것들이다. 선수를 이용해 리그의 질서를 어지럽힌 팀들에게 새로운 선수를 주지 않는 방식의 징계를 내리면 상징성도 보여줄 수 있다.

이외에도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다소 무거운 징계라도 과감히 내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상벌위원회의가 회의를 길게 하지 않고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약을 촘촘히 개정하는 것이 절실하다.

n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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