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배중현]

아시아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보유자 마쓰이 히데키(오른쪽)와 올해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추신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한다. 선수가 기록을 향해 염원하는 것도 비슷할 것이다. 5월 14일부터 시작된 추신수의 연속 출루 행진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47번째로 50경기 연속 출루를 달성한 데 이어 16일도 출루에 성공, 베이브 루스의 그것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출루만큼 눈여겨볼 부문은 바로 홈런이다. 추신수는 이미 통산 185홈런을 기록해 마쓰이 히데키가 갖고 있던 아시아 타자 통산 최다 홈런 기록(종전 175개)을 갈아 치웠다. 전반기에만 18홈런을 때려 내 개인 기록(종전 13개)을 넘어섰다.

현재 페이스라면 마쓰이 히데키에 이어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두 번째 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달성하지 못했다. 조지마 겐지·이와무라 아키노리·이구치 다다히토·후쿠도메 고스케·마쓰이 가즈오 등이 일본에서 장타력을 인정받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한 해 20홈런도 때려 내지 못했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대호·박병호·김현수 등이 다 실패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야수 1호 최희섭의 개인 최고 기록은 15홈런. 그나마 강정호가 2016년 달성한 21홈런이 추신수를 제외한 한국인 타자가 기록한 한 해 최다 홈런이다.
 

홈런으로 넘보기 힘든 타자가 앞서 언급한 마쓰이 히데키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빅리그에서 뛴 마쓰이 히데키는 총 5번(2004·2005·2007·2009·2010) 20홈런 시즌을 만들어 냈다. 뉴욕 양키스 소속이었던 2004년엔 31홈런을 때려 내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이 기록에 추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추신수는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강한 모습이다. 전반기 통산 타율이 0.268로 떨어지지만 후반기엔 0.294로 2푼 이상이 올라간다. 반면 홈런은 전반기 113개, 후반기 73개다. 단순한 수치는 후반기에 급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후반기 일정이 적다는 것을 고려하면 큰 차이는 아니다. 추신수의 통산 전반기 홈런은 27타수당 1개고, 후반기는 29.4타수당 1개다. 올해 소속팀 텍사스는 전반기 97경기를 치러 후반기 65경기를 남겨 놨다. 이 얘기는 추신수가 30홈런을 달성하기 위해 약 5경기에 하나씩 홈런을 쳐야 한다는 의미다. 쉽진 않다. 1번 타자로 1경기당 5타석 정도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25타석에서 하나씩 기록해야 경신이 가능하다. 이는 전반기 페이스보다 더 빨라야 한다는 얘기다.

긍정적인 지표도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올해 추신수의 홈런은 89경기(345타수)에서 17개를 친 기준으로 29개가 가능하다.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2개였기 때문에 페이스가 여느 해보다 빠르다. 무엇보다 3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빠른공 계통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전반기 17홈런을 분석해 보면 포심패스트볼(이하 포심)을 상대로 9개, 투심·싱커 5개, 체인지업 4개다. 

실제 포심 상대 타율이 0.315(이하 15일 기록 기준)로 높고, 투심·싱커는 0.387로 4할에 육박한다. 그 외 컷패스트볼 0.389, 스플리터 0.333로 높은 상대 전적을 보여 줬다. 반면 커브 타율이 0.233, 슬라이더가 0.222로 낮았다. 공교롭게도 체인지업 상대 타율이 0.186로 가장 낮지만 홈런을 때려 냈다. 통산 성적을 살펴보면 독립 장타율 3할을 넘는 구종이 하나도 없었는데 올 시즌은 무려 3가지 구종에서 3할을 넘기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후반기 기대감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는 강점을 보인 구종을 투수들이 가장 많이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른손 투수가 추신수에게 던진 포심, 투심·싱커, 커터의 비율은 58%. 왼손 투수는 무려 66%다. 변화구를 능숙하게 고르는 '레이저 선구안'은 투수가 결국 스트라이크존으로 빠른공을 던지게 한다. 추신수의 통산 볼넷 비율은 12.2%. 올해는 무려 14.3%에 달했다. 그가 야구를 하는 데 기반은 어쩌면 선구안일 수 있다. 한층 더 날카로워진 선구안을 앞세워 아시아 출신 타자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넘어서는 모습까지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
정리=배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