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야구 대표팀이 '숙적' 일본에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결승행 불씨를 살렸다. 이성열(유신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일본과 벌인 대회 슈퍼라운드 2차전(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 10회 말 승부치기 끝에 5대4로 이겼다. 지난 5일 대만전에서 패한 한국은 조별예선 성적을 포함해 2승2패를 기록했다. 7일 정오 미국전 결과에 따라 결승 진출을 바라보게 됐다.

한국은 일본과 6회까지 점수 없이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일본은 최고 시속 163㎞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사사키 로키(18)를 선발로 내세웠다. 대회 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1이닝 1볼넷 1탈삼진을 올리며 무실점 투구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53㎞를 찍었지만, 투구수 19개 중 볼이 12개일 정도로 제구가 나빴다.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조별리그에 등판하지 않았던 사사키는 1회를 마치고 니시 준야와 교체됐다.





한국은 유신고 3학년 소형준이 선발 등판했다. 2019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KT 1차 지명을 받은 그는 최고 148㎞의 빠른 볼을 앞세워 일본 타선을 압도했다. 소형준은 6회까지 안타 3개만 내주고 탈삼진 7개를 잡으며 무실점 호투했다.

먼저 균형을 깬 건 일본이었다. 일본은 7회 초 2사 1·2루에서 소형준에게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2―0으로 앞섰다. 패색이 짙던 한국엔 '약속의 8회'가 있었다. 8회 말, 이주형(경남고)·김지찬(라온고)의 안타로 만든 2사 2·3루 기회에서 남지민(부산정보고)의 내야 땅볼 타구를 잡은 일본 3루수가 1루에 악송구하며 한국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9회 추가 득점에 실패하며 두 팀은 10회 승부치기(무사 1·2루 상태에서 공격)에 돌입했다. 일본은 10회 초 다케오카 류세이의 2타점 적시 2루타를 앞세워 다시 4―2로 리드했다.

하지만 한국은 10회 다시 또 한 번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10회 말, 무사 1·2루에서 박주홍(장충고)의 보내기번트 때 투수 하야시 유키의 송구 실책으로 2루 주자 이주형이 홈을 밟았다. 4번 타자 장재영(덕수고)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 한국은 1사 후 신준우(대구고)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4―4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곤 후속타자 박민(야탑고)이 중견수 뜬공을 때리자 박주홍이 3루에서 태그업 하며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일본이 야수 포구보다 리터치가 빨랐다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승리를 확정한 한국 선수단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얼싸안았다. 이성열 감독은 "8회 동점을 만들었을 때 승부가 우리에게 넘어오겠다고 생각했다"며 "오늘은 정신력 싸움에서 승리했다. 미국전을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