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두산의 외국인타자 스캇 반슬라이크가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듯하다.

반슬라이크는 지난 7월 8일 지미 파레디스의 대체 외인으로 두산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162경기, 마이너리그 355경기에 출전한 이른바 ‘A급’ 외인으로 분류된 그였지만 12경기 타율 .128 1홈런 4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8월 9일부터 2군에 내려가며 자취를 감췄다. 당초 아시안게임 휴식기 때 감각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허리까지 말썽을 부리며 8월 31일 재활군으로 향했다. 현재는 기약 없이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15일 잠실 NC전에 앞서 만난 김태형 감독은 반슬라이크의 근황을 묻자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며 “반슬라이크는 남은 시즌 계획에 없다. 이미 우리 외야가 다 찼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오히려 반슬라이크가 들어올 경우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다”라고 사실상 외인 없이 한국시리즈까지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반슬라이크는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355경기 타율 .242 29홈런 95타점을 남긴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타자다. 메이저리그 코치 시절 반슬라이크를 지도한 적 있는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반슬라이크가 합류한 두산은 더욱 무서워질 것이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반슬라이크는 모두가 기대한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동양 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투수들의 구종과 코스가 다양하다. KBO리그 투수들에 대한 적응과 빠른 스윙이 필요하다”라며 “여기까지가 반슬라이크의 실력인 것 같다. 사이클이 좋지 못할 때 만난 것이다”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다만, 두산은 외인타자 없이도 정규시즌 우승을 코앞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청에서 돌아온 정수빈이 외인과 같은 활약을 펼치며 외야 고민거리를 지웠다. 김 감독은 “외인이 없지만 선수단이 전체적으로 다 잘해주고 있다. 특히 정수빈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을 잡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