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빠진 넥센의 선전, ‘거품’ 못 뺀 KBO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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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애쉬장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2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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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가 2패 뒤 2연승으로 2018 플레이오프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시즌 13승을 거둔 선발투수(최원태), 리그 타격 3위 1번타자(이정후), 팀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 타자(이택근)가 모두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뤄낸 성적이다. 역설적으로, 지금 히어로즈는 KBO리그의 ‘거품’을 증명하고 있다.
한화는 2016년 마무리 정우람과 4년 84억원에 계약했다. 롯데는 같은 해 손승락과 4년 60억원, 윤길현과 4년 38억원에 계약했다. 마무리 투수를 얻기 위해 수십억원을 쏟아부었다.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 김상수는 2010년 장원삼 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트레이드 당시 35억원을 받았다는 게 나중에 드러났다. 트레이드 당시 5년차 유망주였던 김상수는 이번 가을 4세이브를 거뒀다.
KBO리그 좌완 선발투수는 부르는 게 값이다. 장원준, 차우찬이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에 팀을 옮겼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마무리 김세현을 KIA에 내주고 좌완 유망주 이승호(19)를 데려왔다. 이승호는 이번 가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7.1이닝 2실점으로 호투 중이다.
KBO리그 우승을 위해 ‘좋은 포수’가 필수라고 여겨졌다. 삼성은 강민호를 4년 80억원에 영입했다. 올 시즌 롯데와 NC의 부진은 ‘주전 포수의 부재’ 때문이라고 했다. 히어로즈가 2패 뒤 2연승하는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쓴 것은 21세, 3년차 포수 주효상이었다. 주효상이 마스크를 쓴 동안 히어로즈는 2경기에서 2점씩만 줬다. 도루는 1개만 허용했다.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몸값 폭등 때문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KBO리그 호갱론’까지 나왔다. ‘100만달러 상한제’를 내놓았다. 히어로즈가 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에릭 해커는 인센티브 포함 30만달러, 제리 샌즈는 계약금까지 포함해 10만달러다. 해커는 선발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고, 샌즈는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4할6푼7리, 2홈런, 5타점을 기록 중이다.
구단과 감독들은 “쓸 만한 선수가 없다”고, “성장이 더디다”고 했다. “선수층이 얇다”고 투덜댔다.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가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빠지고, 외국인 에이스가 부상으로 나갔어도 가을야구에 올랐다. 13승 선발, 타격 3위 1번타자 없이도 가을야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있다. 교내 폭력 사건으로 50경기 출전정지 팀 내 징계를 내렸던 안우진은 징계 뒤 곧장 1군에 올라왔다. 논란 속에서 경기를 치르면서도 1·2군을 오가며 투구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수정한 끝에 필승카드로 성장했다.
우승을 위해 ‘감 좋은 승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히어로즈가 장정석 감독과 계약했을 때 누군가는 “코치도 안 해본”이라며 비난했다. 선수들은 “어린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감독님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작 가을야구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절묘한 벤치의 선택들은 히어로즈를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히어로즈의 성공은 거꾸로 KBO리그의 ‘거품’ 때문일 수도 있다. KBO리그 많은 구단들이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뒷돈을 마다하지 않을 때, 다른 길을 찾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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