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대형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벼랑 끝 전술’이 탁월한 데다 시장의 판을 흔드는 데도 능하다. 보라스의 첫 행보는 일단 판을 흔드는 것이었다.

보라스는 7일 MLB 네트워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대 고객 선수인 브라이스 하퍼(사진)에 대해 “1루 수비도 가능하다. 영입하는 팀은 여러 포지션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하퍼는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6번 올스타에 뽑혔고 2015시즌에는 리그 MVP에 선정됐다. 하퍼는 데뷔 후 지명타자 1경기를 빼고 모두 외야수로 출전했다. 1루수로 나선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보라스는 “매년 시즌이 끝나면 땅볼 타구 처리 훈련을 꾸준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스토브리그의 ‘큰손’ 뉴욕 양키스를 노리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양키스는 외야 자리가 차고 넘치지만 1루수 자리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디 어슬레틱의 켄 로젠탈은 “하퍼는 원래 포수 출신이기 때문에 글러브 핸들링과 풋워크에 능하다. 1루수 기용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하퍼의 공격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초 양키스는 ‘외야수 하퍼’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1루수 하퍼’는 상황이 다르다. 하퍼의 ‘1루 겸업’은 3루수·유격수를 맡는 매니 마차도의 시장 환경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전체 FA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

한편 보라스는 시즌 막판 워싱턴이 하퍼에게 제시한 ‘대형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은 독점 협상권을 갖고 있던 정규시즌 마지막 날 하퍼에게 옵트 아웃 조건이 포함되지 않은 총액 4억달러 수준의 계약을 제시했지만 보라스가 이를 거부했다. 지안카를로 스탠턴(뉴욕 양키스)의 10년 3억2500만달러를 넘는 역대 최고 규모다.

보라스는 류현진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다저스가 제시한 퀄리파잉 오퍼를 거부하면 FA가 되는 류현진은 2012년 말 다저스와 계약할 때도 마감시한 1초를 남겨두고 합의했다. 보라스 특유의 ‘전술’은 류현진의 계약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시즌이 끝났고, 이제 보라스의 시즌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