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cm 센터' 김재휘, 소프트웨어까지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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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2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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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이 접전 끝에 KB손해보험을 꺾고 승점 20점을 돌파했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3일 의정부 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0-25, 25-15, 35-33, 19-25, 15-13)로 승리했다. 20일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풀세트 승리를 거둔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 점보스에 이어 두 번째로 승점 20점 고지를 돌파했다(8승3패).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29득점을 기록했고 오랜만에 주전으로 나선 문성민과 센터 신영석, 이적생 전광인도 나란히 13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날 뛰어난 높이로 5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적재적소에서 KB손해보험의 공격을 차단했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프로 입단 4년 만에 201cm의 좋은 신장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장신센터 김재휘가 그 주인공이다.
뛰어난 신체조건에 비해 부족했던 기술로 꽃 피우지 못한 선수들
▲ 현대캐피탈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김재휘는 그저 '키만 큰 센터'였다. |
ⓒ 한국배구연맹 |
흔히 좋은 운동 선수는 하드웨어(신체조건)와 소프트웨어(운동능력, 기술)를 두루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신체조건이 뛰어나더라도 그 좋은 체격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다면 큰 기량 발전에 기대하기 어렵고 아무리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신체조건이 불리하면 마찬가지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하드웨어가 그 어떤 종목보다 중요한 배구에서는 그런 부분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양대의 하종화, 성균관대의 임도헌이 대학배구를 주름잡던 1990년대 초반 경기대에는 무려 207cm의 신장을 자랑하는 국내 최장신 센터 제희경이 있었다. 손만 뻗어도 블로킹이 가능할 듯한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던 제희경은 졸업 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단하며 배구팬들의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제희경은 성인배구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코트를 떠났다.
2000년대 초반에는 박재한(207cm)이라는 또 한 명의 엄청난 하드웨어를 갖춘 센터가 등장했다. 당시 실업배구 최강으로 군림하던 삼성화재에서는 박재한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총액 4억 원을 투자해 박재한을 영입했다. 하지만 박재한이 입단한 후에도 삼성화재의 주전 센터는 김상우와 신선호, 그리고 고희진이었다. 마판 증후군(심장 대동맥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증세)에 시달린 박재한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현역에서 은퇴했다.
센터가 아닌 윙스파이커 중에서도 부족한 소프트웨어로 인해 하드웨어의 유리함을 극대화하지 못했던 선수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대학배구의 르네상스 때 박선출, 후인정, 차상현과 함께 슈퍼리그 4강을 이끌었던 202cm의 레프트 구본왕이 대표적이다. 대학시절 '리틀 하종화'로 불리던 구본왕은 LG화재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한 채 조기 은퇴했다. 구본왕보다 나이가 많은 김성채가 V리그 초기까지 활약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양대 시절 김세진과 함께 쌍포를 형성하며 한양대의 64연승을 이끌었던 2m의 대형 레프트 이인구도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우지 못했다. 대학 졸업 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단한 이인구는 화려한 쇼맨십과 다양한 염색으로 '배구코트의 로드맨'으로 불렸지만 실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배구팬들은 '구본왕, 이인구의 신장에 박희상, 신진식의 기량을 갖춘 선수가 있다면 한국 배구는 세계 최강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 섞인 푸념을 하기도 했다.
대표팀 선발로 국제대회 경험, 또 한 번 성장한 김재휘
▲ 국가대표에 선발돼 국제대회를 경험한 김재휘는 이번 시즌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201cm의 좋은 신장을 갖춘 김재휘 역시 신체조건은 좋지만 소프트웨어가 부족한 전형적인 '하드웨어 집중형' 센터다. 대부분의 엘리트 배구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한 것과 달리 김재휘는 인창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일찍 배구를 접한 또래 선수들에 비해 경험이나 기본기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김재휘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그 해 드래프트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현대캐피탈에서는 김재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우리카드 위비에 지명된 나경복에 이어 전체 2순위로 김재휘를 선택했다. 물론 당시 현대캐피탈에는 신영석과 최민호라는 국가대표 센터 콤비가 있었기 때문에 김재휘는 입단 후 2년 동안 원포인트 블로커로 출전하며 간간이 프로 코트를 밟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최민호가 군에 입대한 2017-2018 시즌 주전급 선수로 도약한 김재휘는 올해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국가대표로 깜짝 선발됐다. 대표팀의 김호철 감독은 신체조건이 좋은 김재휘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고 김재휘는 국제대회를 통해 부쩍 성장하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현대캐피탈의 풀타임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번 시즌 김재휘는 더욱 성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이 치른 11경기 45세트에 모두 출전한 김재휘는 11경기에서 총 26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블로킹 부문 3위(세트당 0.58개)를 달리고 있다. 타고난 높이에 리그와 대표팀을 오가며 얻은 경험들이 축적된 김재휘는 이제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미들 블로커로 거듭나고 있다. 김재휘는 23일 KB손해보험전에서도 세트당 1개에 해당하는 5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의 풀세트 승리를 이끌었다.
물론 김재휘가 아직 센터로서 완성 단계에 접어든 선수라고 보긴 힘들다. 김재휘는 이번 시즌 54.29%의 속공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리그 정상급 중앙공격수라면 최소 60% 이상의 성공률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김재휘는 주전 세터 이승원의 부상 속에 루키 이원중 세터와 호흡을 맞춘 시간이 더 길었다. 시즌을 치를수록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김재휘의 2018-2019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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