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대 송낙훈 감독을 통해 듣는 2018 대학리그 통합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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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2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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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대는 2012년 12월 창단 이후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대학배구 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대학배구 한 시즌의 마지막 영광이라고 할 수 있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에는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창단 후 여섯 번째 시즌이었던 2018년, 중부대는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정규리그 포함 통합우승의 영광을 누렸다. 송낙훈 중부대 감독은 “비수도권 대학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슬슬 단풍이 물들던 10월말, 중부대의 우승 스토리를 듣기 위해 중부대를 찾았다.
대학배구가 없는 가을 감독이 아닌 교수로서 시간
10월 중순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까지 마치면 대학배구는 내년 봄까지 긴 휴식에 들어간다. 대학배구 일원들에게는 가장 허전한 시기이다. 송낙훈 감독은 다른 업무로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시즌이 모두 끝나며 중부대 배구부 감독이 아닌, 중부대 체육대학 교수로서 입시준비와 강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우승 이야기를 듣기에 앞서 교수로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얼마 전 전국체전까지 끝났습니다.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우선 전국체전을 너무 아쉽게 졌는데, 그게 아직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네요. 마지막 5세트에서는 11-6으로 이기고 있다가 18-20으로 졌거든요.
※ 중부대는 이번 전국체전에서 성균관대와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성균관대는 당시 3-2로 중부대를 꺾고 챔피언결정전 패배를 어느 정도 설욕했다.
Q. 올해 성균관대랑 인연이 많네요.
성균관대가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저력 있는 팀이잖아요. 전통 있는 팀이기도 하고.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리가 이겨서 우승했지만, 한편으로는 전국체전에서는 성균관대가 우리를 이기고 올라간 만큼 우승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죠. 응원해주고 싶었는데, 잘 된 것 같아요.
Q. 지금이 대학배구팀에는 가장 적적한 시기입니다. 전국체전까지 끝나면 내년까지 경기가 없으니까요. 지금 같은 시기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일단 대학이니까 선수들은 원래 있는 정규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죠. 아마 모든 대학이 그럴 거예요. 저도 지금은 교수로서 강의에 들어가고요. 내년 시즌 준비를 바로 하기보다는 선수들도 쉼 없이 달려왔으니 휴식을 취하는 셈이죠. 그간 자주 못 본 동기나 친구들, 부모님과 지인들과도 더 시간을 보내면서 대학 문화도 즐기고요. 일반 대학생이랑 똑같은 거죠.
Q. 그래도 선수들은 마냥 쉬면서 지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저는 일단 쉴 때는 푹 쉬게 해주는 편이에요. 별다른 간섭은 안 하고요. 다만 저녁까지 너무 방치하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건 코치들이 잘 챙겨가며 관리해주죠.
Q. 감독으로서 내년 신입생 입학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을 듯합니다.
때마침 시기도 입시 철이니까요.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으니까 더 신경이 쓰이죠. 평소 감독들도 좋은 선수를 보러 다니지만 우리 학교에 온다는 보장은 또 없고요. 학생들에게는 다양하게 대학을 선택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니까 좋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어떤 선수가 올지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죠.
Q. 감독이면서 학교 교수이기도 하니 지금은 다른 의미로 바쁘시군요.
면접과 실기를 꼼꼼히 챙겨야 하고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오시니 부족한 건 없는지 더 봐야 하죠. 강의는 강의대로 진행하면서 입시 관련 내용까지 챙기다 보니까 확실히 바쁘네요.
Q. 이즈음에는 얼마 전까지 함께한 4학년 선수들이 프로나 다른 진로를 찾아 떠나는 때인데, 빈자리는 느껴지나요.
정규리그를 마치고 바로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준비하는 상황이어서 우선 챔피언결정전에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과 대화하고 준비했어요. 그리고 또 바로 신인드래프트였잖아요. 평소에 진지한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일정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니까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애들이 진짜 나갔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거기에 전국체전까지 이어지면서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충남 대표로 나간 만큼 마지막까지 잘 끝내자는 당부의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프로에 가서 어떻게 자리를 잡고 적응해야 하는지, 이런 중요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못 한 것 같아요. 이후에 다른 메신저나 문자로 격려해주는 말은 했지만 많이 미안하죠.
Q. 감독과 선수이기도 하지만 선생님과 제자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점은 아쉬움이 더 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수업 중에는 선수들도 학생의 일부라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한 명, 한 명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특별하게 배구선수들에게만 맞출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훈련 때나 경기를 치를 때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죠. 4학년 선수들은 4년 동안 표현은 안 해도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알고, 저는 선수들이 어떤 생각으로 경기와 훈련에 임하는지 안다고 생각했죠. 그런 생각 속에 중요한 시기에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고 졸업 이후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죠.
Q. 2013년부터 선수들을 보내고 있는데, 그때마다 느낌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지방대이니까 초창기에는 프로팀이 지방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떨지에 대해 걱정이 됐죠. 저에게는 훌륭한 선수이고 제자지만, 프로는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곳이니까요. 아무래도 수도권 대학에서 뛰는 선수들보다는 기량에서 다소 뒤처졌던 게 사실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 더 인정받고 기대감이나 자부심은 높아졌지만, 매년 ‘잘 돼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었죠.
학교도 머니까 드래프트 때 제 차로 선수들이 함께 올라가거든요. 지명되면 구단과 함께 움직이는데 그게 아니면 다시 내려오니까 그럴 때면 분위기는 조금 그랬죠. 올해는 이한영 선수가 아쉽게 지명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다른 쪽으로 취직하면서 좋게 마무리됐죠.
Q. 이번에 지명된 중부대 선수 중 채진우 선수가 프로 데뷔전을 치렀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이제 중부대 유니폼이 아닌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고 자기 로망이었던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는 것 자체에 많이 설레었을것 같아요. 그 순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을 것 같습니다.
※ KB손해보험에 2라운드 4순위로 지명된 채진우는 지난 10월 21일 OK저축은행전에서 교체 투입돼 데뷔전을 치렀다.
여섯 번만에 거둔 결실, 통합우승 2018시즌을 돌아보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중부대는 치고 나가지 못했다. 한양대와 첫 경기에서 패했고 이어지는 조선대전을 이겼지만, 경기대에 완패하는 등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중부대가 올해 정규리그에서 거둔 마지막 패배였다. 이후 중부대는 정규리그를 8연승과 함께 9승 2패, 1위로 마쳤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승승장구하며 결국 꿈에 그리던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순탄한 듯 보였지만 굴곡 있었던 2018시즌과 2년 전, 첫 번째 기회를 돌아봤다.
Q. 2년 전에도 챔피언결정전 우승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하대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당시 우리 팀에 지금 상무에 있는 김량우 선수, 우리카드 하승우 선수가 있었고 구영신, 신장호, 대한항공 이지훈 선수 등이 있었죠. 여름 방학에 치른 남해대회에 우승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갔어요. 1차전을 3-2로 이겼지만 결과적으로는 이후 2패를 당하면서 물러났죠. 그때 선수들이 배구를 참 재밌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부대 배구를 더 알릴 수 있는 계기도 2016년이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은 분이 알아보고, 비록 수도권은 아니지만 중부대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린 셈이죠.
선수들도 결승까지 오르면서 패배의식에서 벗어났어요. 당시 신장호 선수가 중부대라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했는데 저도 인터뷰에서 ‘너희들이 있어서 내가 더 자랑스럽다’라고 했죠.
Q.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2년 전에는 너무 급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당시에는 남해대회 우승 이후 할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챔피언결정전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의욕, 열정만 가지고 도전했던 것 같아요. 여러 상황도 봤어야 했고, 선수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고 지도자로서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는데, 성급함이 생기면서 위기 상황에서 여유가 사라졌던 거죠.
Q. 올해 챔피언결정전에 나선 4학년 선수들과 김동영 선수는 당시에도 있었는데, 그때 기억을 가진 선수들이 있으니까 2년 전이 더 생각났을 듯합니다.
그때 동영이가 1학년, 이지훈, 신장호가 2학년이었어요. 저학년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어요. 그때 아쉬움을 풀고자 이번에 더 열심히 했을 거예요. 정규리그 우승 이후 부담이 분명 있었어요. 거기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도 졌으니까요. 그래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했어요. 복싱을 예로 들면서 1차전에 두들겨 맞았지만 이제 상대가 어디를 때릴지 알았으니 피할 수 있다고요. 상대 공격을 피해가며 우리가 잘하는 것을 찾아내서 하자고 했죠. 우리가 잘하는 건 결국 빠른 조직력 배구였고요.
Q. 정규리그 중에는 평소와 다르게 느낌이 좋다던가, 그런 시기가 있었나요.
올해 한양대와 첫 경기에서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3으로 졌어요. 그리고 세 번째 경기였던 경기대전에서는 정말 무참하게 졌어요.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요. 그런데 선수들이 변화를 만들었어요. 모든 대학이 그렇지만 훈련 시간이 부족해요. 그 와중에 선수들이 새벽 훈련도 하면서 서브 훈련도 하고 마음가짐도 새로 다잡았어요.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경기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나섰고 연승으로 정규리그를 마칠 수 있었죠.
Q. 그중에서도 기점으로 삼을만한 경기가 있을까요.
강팀을 상대로 처음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성균관대전이 기억이 납니다. 홈은 아무래도 자주 연습하는 곳이고 익숙하니까 유리한데 원정 경기는 다르니까요. 그전에 홈에서 인하대를 꺾으면서도 자신감을 많이 끌어올렸는데 성균관대 원정경기도 이기면서 선수들이 ‘우리들의 배구’에 더 확신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정규리그 분위기는 매우 좋았지만 방학 때 치른 1, 2차 대회는 모두 조별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당시 충격이 컸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프로팀 연습경기를 밝힌 바 있는데, 당시 얻은 것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방학이 아니면 그렇게 움직이면서 연습경기를 할 기회가 없잖아요. 방학을 활용해서 컵 대회가 있기 전에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하려고 했죠. 1학기에 경기대와 붙으면서 높이가 좋은 팀과 경기를 많이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선수들에게도 변화가 생기니까요. 주변 고등학교나 다른 팀과 경기를 해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끌어내기는 힘들어요.
프로팀과 경기를 통해 위기상황에서 대처능력을 끌어내고 선망의 대상을 보면서 동기부여도 됐죠. 당시의 경험이 정규리그 남은 두 경기와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 1, 2차 대회 조기 탈락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네요.
그런 셈이죠. 특히 프로팀과 경기가 도움이 많이 됐죠. 대부분 지도자가 선수들의 심리적인 면을 평소에 강조하잖아요. 그 점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었던 거죠.
중부대 우승에 없어서는 안 될 두 기둥 김대현-박우철 코치
통합우승 직후, 송낙훈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함께 팀을 이끄는 두 코치, 김대현, 박우철 코치를 꼭 언급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시간상의 이유로 두 코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지만, 이 자리를 통해 당시 송낙훈 감독이 하고 싶던 두 코치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볼 수 있었다.
Q. 우승 직후 두 코치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두 코치는 언제부터 함께했나요.
김대현 코치가 2014년 먼저 합류했어요. 2015년에 우리카드에 잠깐 갔는데, 당시 좋은 후배가 있다면서 박우철 코치를 추천했죠. 이후 김대현 코치가 다시 돌아오면서 함께 하게 됐습니다. 선후배라 그런지 두 사람이 지도자로서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지도방법이 흡사한데, 저보다 좀 더 세심한 부분, 제가 놓치는 부분을 지도해줘요. 그게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죠.
Q. 경기 내적으로 세세한 면을 짚어주는 것에서 역할이 컸던 것이군요.
그렇죠. 우리 팀 특유의 빠른 배구를 구사하기 위해 두 코치가 연구를 많이 해요. 반복 훈련은 지루할 수 있으니 흥미를 느끼게끔 새로운 전달 방법도 고민을 많이 하죠. 코치진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찾으려고 하게끔 능동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해줍니다.
Q. 두 코치를 두고 후배 지도자들이 본보기로 삼을만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지도자를 위한 아카데미가 있는 건 아니니까 보통 코치는 경험에 의해서나 혹은 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춰 지도하게 돼요. 저는 색깔 있는 지도자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지도자는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특히 대학은 과정에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남들이 봤을 때 조금 힘들다고 평가한 선수를 발전시킨다면 정말 멋있는 지도자잖아요. 두 코치가 그런 면에서 일가견이 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이런 부분을 주의 깊게 보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한 거죠.
Q. 감사의 말을 남기신다면.
제가 학교 일로 정말 바쁜데 제 역할 이상으로 선수들을 잘 돌봐줬어요. 중부대 배구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코치들이기 때문에 그 점에서도 의지가 되고요. 그리고 늘 선수들과 함께하려고 해요. 사실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쉴 때는 자기도 쉬고 싶을 텐데 귀찮아하지 않고 먼저 선수들에게 다가가서 부모와 같은 역할도 하고요. 두 코치의 역할이 정말 크고 앞으로 지도자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TO. 누구보다 고마운 선수들에게
앞서 언급한 코치, 학교 관계자 등 중부대 우승에 기여한 사람은 많지만 경기에 나서 이겨낸 선수들만큼 감독에게 고마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만큼, 선수들 자랑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봤다.
Q. 통합우승을 논함에 있어, 선수들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 시즌 중부대가 보여준 뛰어난 수비 조직력과 빠른 템포의 세트 플레이는 선수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로 봐야 할까요.
그렇다고 봐야죠. 우리가 어떤 부분을 갖춰야지만 다른 팀과 경쟁하고 이겨낼 수 있는지를 선수들이 알고 있어요. 우리 팀의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경기 중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기가 해야 할 임무가 무엇인지 떠올리며 집중력을 쏟아내는 거죠.
Q. 통합우승 직후 선수들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물론 경기에는 여섯 명이 뛰지만 누구 한 명의 공은 아니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공도 크지만, 웜업존에 있는 중부대 선수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응원했거든요.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코트에 나선 선수들도 그런 열정을 보여주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리고 벤치에서 나서는 선수들이 투입됐을 때 팀에 기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대견했고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고마웠죠.
Q. 그중에서 우선 4학년 선수들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주전으로 나선 선수도 있고, 경기에 많이 나서지는 않지만 맏형으로서 선수들을 다잡아준 선수도 있었을 텐데요.
신장호와 채진우 선수는 주전 선수로 팀에 많은 도움을 줬죠. 장호는 에이스 역할을 해줬고 진우는 수비를 도맡아 하는 살림꾼 역할을 잘 해줬고요. 진우는 부상 때문에 1~2년 공백기가 있었어요. 3학년 때 주전과 벤치를 오가면서 자기 페이스를 찾으려고 고생을 많이 했죠. 한영이는 주장으로서 역할을 잘해줬고요. 배구를 늦게 시작했어요. 그래서 신인드래프트 때도 지명되진 않았지만 즐거운 배구를 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이후에 대한 준비도 잘했던 선수라 다행이었어요.
(박)상준이는 조금 내성적이에요. 실력이 먼저 보이고 성격이 보이면 괜찮은데 성격이 먼저 보이면 실력이 뒤따라가기 때문에 힘든 게 있거든요. 거기에 부상도 잦았는데 끝까지 이겨내면서 여기까지 와준 게 대견스럽죠. (이)지훈이는 1학년부터 리베로로서 팀 수문장 역할을 잘해줬죠. 4학년 다섯 명의 역할은 다 달랐지만 중부대 배구부를 위한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졸업을 맞이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Q. 여민수 선수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장호 선수가 부상으로 1학기 도중, 그리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 번 이탈했지만 그 공백을 잘 메웠고 챔피언결정전 활약도 좋았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선수가 비슷하게 느낄 것 같은데, 주전이 아니라 중간에 투입되면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잘하기가 어려워요. 한 번 실수하면 또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여민수가 신장호 대신 간간이 들어간 적은 있지만 분위기상 잠시 바꾼 거라 이 정도 활약을 기대하진 않았죠. 그런데 특히 2학기 첫 경기였던 충남대전에서 장호의 부상으로 중간에 들어왔는데 정말 잘해줬어요. 플레이오프에서도 매 경기 치르면서 민수의 진가가 나오더라고요.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 정도로 잘 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Q.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데요.
민수는 배구선수로서 큰 키는 아니에요(188cm). 저는 배구를 정말 재밌고 알차게 하는 신장이 민수나 (김)동영(189cm)이 신장인 것 같아요. 일본 선수들도 작지만 잘하잖아요. 순발력이나 배구 센스도 좋은, 그런 플레이를 좋아해요. 언젠가 팀에 좋은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지금일 줄은 몰랐어요. 아무래도 선배들이 있으니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거든요. 공격에서 파워도 좋고 체공력, 점프도 좋은 선수라서 서브에 대한 자신감만 가진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여민수 선수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항상 형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준비됐다는 등 답변에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평소에도 자신감을 잘 보여주나요.
자신감 있다고 말해도 내면에 진짜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라서(웃음). 선수로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관리도 잘하고 배구를 재밌어하면서 즐기는 선수거든요. 마음가짐의 자신감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네요.
Q. 주전 세터로 나선 김광일 선수 역시 많은 역할을 했습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2차전에서 스스로 해법을 찾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팀에 세터가 광일이 말고 (김)상윤이가 있어요. 두 선수 각각 장단점이 있어요. 상윤이는 높이와 파이팅이 좋아요. 광일이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플레이에 강점이 있고 자신감도 넘쳐요. 경기 중에 세터가 볼을 잘못 올려주면 세터가 미안해해요. 그러면 다음 플레이도 안 나와요. 하지만 광일이는 실수가 나와도 다음 플레이를 자신 있게 해요. 그런 자신감이 세터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보거든요. 표정에 뭐가 드러나는 선수는 아닌데 자기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고 있어서 팀이 공수에서 많이 살아나죠.
Q. 반면 신장호 선수는 아쉬운 시즌이 됐습니다. 결국 부상으로 휴학에 이르렀고 프로 진출도 내년으로 미뤘습니다. 감독으로서 가슴이 아팠을 것 같습니다.
팀을 위해서, 본인을 위해서 충분히 노력했는데 하필 거의 끝에 와서 부상을 당했어요. 다행히 수술이 잘 됐으니 또 하나의 전화위복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구를 포기한 건 아니니까요. 기회가 올 것이고 겨울에 준비를 잘해서 내년에 신장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Q.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요.
전화도 많이 하고 그 외에 연락도 했죠. 몸 상태도 점검하고요. 이제 수술한 부위를 확인하면서 재활에 들어가기 때문에 본인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으리라고 봐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기 관리 잘해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게 최우선이에요.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챙겨줘야죠.
“단순 배구팀으로서가 아닌, 대학으로서 더 큰 의미를 갖게 해주고 싶어요”
지난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송낙훈 감독은 ‘비수도권 대학’으로서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게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통합우승이라는 큰 결실을 보고 어떤 팀으로 나아갈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지난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비수도권 대학도 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부여를 많이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예전에는 국립대에 배구부가 많았어요. 지금의 충남대, 목포대처럼요. 지역마다 한 팀씩은 있었어요. 하지만 종목을 불문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이 팀을 운영하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중부대도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는 없고요. 그런 면에서 우리만의 전통을 만들고 다양한 영역을 개발하는 것도 대학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어요. 배구도 하나의 대학 문화인 셈이죠. 내가 가진 ‘배구’라는 재능, 끼를 발산하는 거죠. 그걸 보여주는 무대가 대회인 셈이고요.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재능이 사회에서 통하고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이번 우승도 수도권 대학을 이겨서 좋다는 게 아니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싶은 거죠.
Q. 그렇다면 이번 통합우승이 중부대 배구부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요.
전환점이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내년이 걱정이죠. 우승의 기쁨은 잠깐이잖아요.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다른 점에서 접근해야 해요. 이제 중부대 선수들이 배구선수로서 조금 더 인정받는 시간은 됐다고 봐요. 그럴수록 자기 관리가 더 중요해요. 자칫 자만에 빠지거나 우승팀이라는 생각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죠.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상황을 보게 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걸 내년에도 이어지게 해야죠. 우리가 해온 즐기는 배구, 소통하는 배구가 대학 스포츠 문화에 잘 정착될 수 있을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사회적으로 봉사도 많이 하고요.
Q. 내년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치를 시즌에 대한 계획과 이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배구부를 잘 운영한 다른 학교를 많이 보고 배워요. 벤치마킹을 통해 좋은 점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죠. 코치들도 새로운 연구를 많이 하고 있고 선수들은 자기 위치에서 늘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내년 시즌도 잘 준비해야죠.
Q. 앞으로 중부대 배구부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잠깐 반짝하는 팀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죠. 그리고 승패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선수들을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 재능을 발산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는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창단한 지 6년이 지나면서 선배들이 프로에서 자리를 잡는 모습도 조금씩 보여주고 있고요. 그 선배들과 지금 있는 학생들이 더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는, 그런 배구팀이 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저도 더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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