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좋아하든 아니든, 포체티노는 명장이다(영상) [이성모의 어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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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1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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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전 무승부 후 챔스 16강 진출을 확정짓고 원정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 이미지=GOAL TV 영상 캡쳐)
[골닷컴, 바르셀로나 캄프누] 이성모 = 2018년 12월 11일 캄프누.
바르셀로나 대 토트넘의 경기가 종료되고 약 10여분이 지난 현장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기가 끝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드레싱룸으로 들어가는 대신 피치로 걸어나와 정반대편에 모여있던 토트넘 팬들에게 다가가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본 토트넘 팬들은 더욱 감동하여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그를 향해 다음과 같은 응원가를 부르며 화답했다.
“Mauricio Pochettino, He’s magic. You know.” (직역하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그는 마법(사)이야’ 정도의 뜻이 되지만, 영어 자체로 느끼는 편이 더 확실히 다가오는 표현이다.)
이 행동은 포체티노라는 인물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단순히 어떤 감독이 아무 때나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것이다.
스페인 축구 전문가 기옘 발라게가 쓰고 포체티노 감독 본인이 모두 확인한 후 출간된 포체티노 감독 평전(영어판 제목 : ‘Brave New World’)에는 포체티노 감독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매우 드문 감독이라는 사실이 분명히 기재되어 있다. 실제로 지난 세시즌 동안 토트넘을 현장 취재한 경험에 비추어봐도, 한 시즌에 한 두 번 나올까말까한 행동이 이 날 이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우선 포체티노라는 인물에게 있어 캄프누에서 마지막 순간에 확정지은 챔스 16강행이 유독 특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에스파뇰 주장이었고(포체티노 감독이 현역시절 가장 많이 뛰었고 가장 애착을 가진 팀), 감독 데뷔도 에스파뇰에서 한 포체티노 감독에게 캄프누는 ‘최대의 지역 라이벌’인 동시에 ‘최고의 적’이었다.
감독 초년기에, 강등이 확실시되던 에스파뇰 감독에 부임한 포체티노 감독이 팀을 잔류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역시 역대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는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 바르셀로나와의 첫 맞대결에서 최악의 상황에 있던 팀을 이끌고 무승부를 이끌어낸 경기였다. 그 순간이 당시 에스파뇰이라는 팀에게도, 또 포체티노라는 감독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포체티노 감독 개인의 차원을 떠나, 토트넘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날 마지막 순간에 확정지은 16강행은 그만큼 값지고 의미가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B조, 초반 3경기에서 승점 1점에 그치며 모두가 ‘이미 끝났다’고 말했던 상황에서, 지난 여름 단 한 명의 영입도 없이, 월드컵에 가장 많은 선수가 출전해 대부분의 선수들이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를 겪은 상황(물론, 손흥민도 예외가 아니다)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기존에 갖고 있던 선수들을 극대한으로 활용하며 결국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16강행을 만들어냈다. 그 결정적 득점의 주인공이 후반전에 교체된 모우라였다는 것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이 경기에서, 포체티노 감독의 교체기용은 대부분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스타 선수 영입’에 의존하지 않고, 저마다의 이유(부상, 출전제한, 체력적 문제 등)로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거나 잠시 부진에 빠졌던 선수들의 폼을 다시 끌어올리고(라멜라, 모우라, 시소코, 그리고 손흥민 등),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임대 생활을 전전하던 유소년 선수들 혹은 ‘숨은 진주’를 발탁하고 기용하여 그들을 최고 수준의 선수로 만들어내는 역량(케인, 알리, 트리피어, 최근에는 윙크스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사우스햄튼 시절까지 논하자면 그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선수단의 깊이(‘뎁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적화된 로테이션을 가용하며 결국에는 ‘결과물’까지 이끌어내는 능력.
기자회견마다 언론 및 팬들과 전쟁을 치르는 몇몇 감독들과는 달리, 까다로운 질문에도 유머로 부드럽게 넘어가 오히려 언론의 ‘마음’을 얻고(예 : 클롭이 경기중에 경기장 난입했던데? “봤는데. 달리기는 내가 더 빠를걸? 게임도 안 돼!”) 팬들과도 적절히 소통하여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클럽 회장도 감독을 각별히 아껴 개인 별장에 감독 및 본인은 물론 그의 모든 스태프들을 주기적으로 초대하는. 10년 가까이 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오른팔’과 ‘왼팔’ 같은 코치진과 어떤 불화도 일으킨 적이 없는.
이날 캄프누에서 마지막 순간에 포체티노 감독이 보여줬고 그 후에 팬들 앞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준 모습은 적어도 위에 언급한 역량들에 있어 포체티노 감독이 ‘현시점에서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맨유가, 레알 마드리드가 포체티노 감독을 차기 감독으로 원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한가지 과감한 ‘예언’을 하자면, 나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이 포체티노 감독과 따로 만나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 내용(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이 분명히 몇 년 후에 세상에 공개될 것이며(누군가의 책을 통해, 혹은 인터뷰를 통해), 그 내용 중에는 ‘맨유 감독직 의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 자신한다.
그 예언이 현실이 되든, 아니든. 한가지는 분명하다.
한국의 축구팬 여러분이 그를 좋아하든, 아니든. 선호하든, 불호하든. 존중하든, 아니든. 손흥민의 기용 문제, 교체 문제 등으로 인해 수시로 포체티노에 대한 여론이 바뀌고 또 바뀌든.
포체티노는 ‘명장’이다.
현재 한국의 모든 축구팬들은 손흥민이라는 선수 덕분에, 그런 감독의 지도 하에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다각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동시에, 그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이라는 팀과 함께 한 명의 세계적 명장이 탄생하고, 또 계속해서 진화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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