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종훈 코치가 최진행에게 타격지도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막연하게 따라오라면 무시 당하기 십상이다.”

코칭스태프의 지도 방식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선수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코치들의 선수 지도법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며 얘기해야 하는 쪽으로 변했다. 지방구단의 한 코치는 “코치들이 자기 현역 때처럼 막연하게 ‘이렇게 하자’고 얘기하면 무시 당하는 시대가 됐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험에 의한 감(感)이 아니라 명쾌한 숫자로 선수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비로소 신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LG 박용택. kenny@sportsseoul.com

1군 경험을 쌓고 있는 젊은 선수들은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영상을 직접 찾아본다. 심지어 LG 박용택은 유튜브에 업로드 돼 있는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 명타자들의 타격이론이 담긴 영상을 연구하고 여기에 자신의 철학을 더해 타격이론을 정립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 (이)병규형, (이)진영이, (정)성훈이랑 넷이서 이상적인 타격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서너시간 이상 난상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각자 가진 이론이 다르고 그 이론과 실제 타석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도 다르다. 남자 넷이서 카페에 모여 스윙이 어떻고 타격이 어떻고 싸우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얼마나 웃겼겠는가. 그래도 우리는 정말 진지했다”며 웃었다.

경지에 오른 선수들의 영상을 손쉽게 구해 깊게 파고들 수 있기 때문에 코칭스태프도 이들 못지 않은 이론으로 무장을 해야 한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막연하게 ‘찍어치는 훈련을 하자’, ‘어퍼스윙 훈련을 하자’는 식으로 얘기를 하면 선수들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다운블로가 필요한 선수들에게는 해당 선수의 배트 스피드와 장단점, 그와 비슷한 체형에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의 장단점을 직접비교하며 알려줘야 납득한다. 선수 스스로 변화할 준비가 되지 않으면 ‘쇠 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호준(왼쪽)이 아이패드를 이용 자신의 타격을 촬영한 김광림 코치와 함께 타격자세를 체크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미국 프로야구 샌디에이고에서 루키리그 선수들과 동고동락한 홍성흔 코치는 “루키 레벨은 프로에 갓 들어온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각 선수에 관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축적했다. 선수가 변화를 요구하면 이를 근거로 훈련법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루키 때부터 이런 시스템으로 선수를 지도하니 메이저리그 레벨이 되면 각자 명확한 야구 이론을 정립한 가운데 선수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감독의 기능을 필드 매니지먼트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O리그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KBO리그의 젊은 코치들도 비활동기간에 숫자와 씨름하고 있다. 트랙맨을 도입한 구단이나 그렇지 않은 구단 모두 선수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수립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야구는 비시즌에 얼마나 착실히 준비했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일부 코치들의 뜨거운 학습 열기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