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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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2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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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을 한 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신태용(48)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죠.”
신 감독은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목표였던 16강 진출은 실패했다. 그런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AP통신은 26일 ‘올해의 8가지 스포츠 이변’ 중 하나로 이 경기를 꼽았다.
신태용 감독을 26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독일전 승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신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이뤄낸 승리”라고 공을 돌렸다. 그래도 감독이 준비한 게 있지 않을까. 독일전 전술을 물었다.
신 감독은 “독일 양쪽 풀백이 최전방까지 침투하고, 윙포워드와 변화무쌍하게 자리를 바꾸더라. 경기 전 3일간 이에 대비하는 훈련을 했다. 독일이 예상대로 나왔다. 파이브백(수비 5명)을 세운 뒤 한방을 날리는 전술로 맞섰다. 전반 20분쯤 지나 우리 선수들한테서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과 에피소드 한 가지. 신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는데도 뢰브 감독이 먼저 다가와 ‘한국은 아주 강팀’이라며 축하해줬다. 젠틀하고 멋졌다”고 전했다.
월드컵이 다 독일전 같지는 않았다. 한국은 꼭 잡아야 할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졌다. 신 감독은 “스웨덴의 높이와 힘을 의식해 우리가 너무 내려섰던 게 패인이었다. 경기 전 김신욱(전북) 기용 여부에 대해 ‘트릭(속임수)’이라고 말했던 건 상대의 전력분석을 역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멕시코에 1-2로 졌다. 두 번째 실점 장면은 상대의 명백한 반칙이었지만, 주심의 호각은 울리지 않았다. 신 감독은 “월드컵 직전 주축 선수 5명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내 운이 그것밖에 안 됐고, 운을 떠나 감독으로서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귀국한 신 감독은 이틀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신 감독은 “비판을 받아들여 며칠간 집에만 있었다. 사흘째 되던 날 아들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길래 쇼핑몰에 갔다. 많은 분이 ‘독일전 재밌게 봤다’고 말해줬다. 며칠 뒤 양꼬치집에 갔다가 50여장의 사인 요청을 받았다”며 “실패했지만 좋아했던 분도 있다는 걸 알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판도 관심이 있어 하는 거라 생각한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따끔한 지적도 다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이 끝난 뒤 신 감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 성적표에 낙제점을 매긴 셈이다. 하지만 신 감독 후임인 파울루 벤투 감독은 다른 평가를 했다. 벤투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절망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첫 두 경기는 근소한 차로 졌고, 마지막 경기는 승리로 장식했다. 실패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평가했다.
지난 6개월을 야인으로 지낸 신 감독은 이번엔 마이크를 잡는다. JTBC 축구 해설위원 직함으로 내년 1월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 해설을 한다. 신 감독은 “처음에 고사했다. 전임 감독이 곧바로 후임 감독을 평가하는 게 맞지 않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JTBC 쪽에서 ‘2015년 아시안컵 때 코치를 했고, 2018년 월드컵 감독을 해 현 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잘 알지 않냐’고 설득했다. 2013년 감독을 쉴 때도 잠깐 해설을 해봤는데 트렌드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 때의 숨은 에피소드도 전하고, 기죽이지 않는 범위에서 선수들에게 쓴소리도 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필리핀·키르기스스탄·중국과 같은 조에 속했다. 신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조 추첨식에는 내가 (감독 자격으로) 참석했다”며 “필리핀에는 혼혈선수가 많아 힘을 앞세운 축구를 한다. 빠른 원투패스로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많이 올라왔지만, 아직 우리한테 안된다. 다만 리피 감독이 있는 만큼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토트넘과 대한축구협회 합의에 따라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1월16일) 직전 합류한다. 신 감독은 “내가 감독을 맡았던 리우 올림픽 때도 손흥민은 대회 직전 합류했다”며 “(손흥민이) 기존 멤버와 꾸준히 발을 맞췄던 만큼 문제없다. 다만 아시안컵 직전 6경기를 치른 데다 추운 나라에서 따뜻한 나라로 오는 만큼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감독은 손흥민에 대해 “최고 스타지만 맨 앞에서 솔선수범한다. 감독이 예뻐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신 감독은 한국·일본·이란·호주를 아시안컵 우승 후보로 꼽았다. 신 감독은 “케이로스의 이란은 침대 축구를 펼쳐서라도 이기는 축구를 한다. 호주는 힘을 앞세운 축구를 하고, 일본은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등이 빠졌지만 젊은 유럽파가 많다”고 평가한 뒤 “우리 멤버도 좋다. 59년 만에 우승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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