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이슈] 정우람은 어떻게 ‘승부조작범’으로 둔갑됐나…브로커 “일면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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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28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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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우람·이태양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정우람
-4천 페이지 분량의 승부조작 수사자료에서 정우람 이름이 나온 건 딱 한번
-브로커 “다른 선수들과 친했던 건 맞지만, 정우람과는 일면식도 없다”
-선수들 “브로커와 만났을 때 정우람 본 적 없다”
-“정우람은 불법 베팅방 운영자의 불확실한 기억에서 나온 이름일 뿐. 정우람은 선발투수도 아니고, 승부조작범들이 가장 기피했던 SK 출신”
승부조작 브로커 조00 씨는 여러 프로야구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정우람과는 일면식이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4천 페이지가 넘는 수사자료, 진술조서, 재판 자료 등에서도 정우람이 언급된 건 한번 뿐이었다. 그것도 정우람을 만나거나 본 적도 없는 '불법 베팅방 운영자'의 진술조서에서였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 이슈]
정우람은 승부조작에 연루됐는가.
한화 이글스 투수 정우람이 12월 1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태양(전 NC 다이노스)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화 관계자는 “정우람이 ‘승부조작과 아무 상관이 없는 나를, 마치 승부조작범인 것처럼 지목해 가족이 큰 충격에 빠졌다’며 괴로워했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자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발단은 12월 10일 열린 문우람·이태양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에서 이태양은 “문우람은 승부조작과 관련되지 않았다”며 “승부조작에 가담한 (다른 선수들은) 왜 수사하지 않느냐”고 수사기관에 강한 불만을 토해냈다. 당시 이태양은 ‘다른 선수’와 관련해 정우람의 실명을 언급하진 않았다.
정작 선수들의 실명이 언급된 건 기자회견장에서 문우람·이태양 측이 배포한 자료에서였다. 승부조작 브로커 조00 씨가 이태양에게 언급했다고 알려진 ‘승부조작 가담 선수 명단’에 정우람의 실명이 나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4천 페이지 분량의 각종 승부조작 수사자료에서 정우람 이름이 나온 ‘불법 베팅방 운영자’의 진술에서 한번 언급된 게 전부. 브로커 조00 씨 “다른 선수들과 친했던 건 인정. 그러나 정우람과는 일면식도 없었다.”
2016년 승부조작 사건 당시 검찰은 브로커 조00 씨와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의 통화기록을 분석했다. 여러 선수가 조 씨와 많게는 600통 이상, 적게는 수십 통의 전화를 주고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정우람이 조 씨나 최 씨와 통화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조, 최 씨의 휴대전화에도 정우람의 전화번호는 없었다(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는 2016년 승부조작 파동 당시 검찰 진술조서를 비롯해 각종 자료를 입수했다. 4천 페이지 분량의 자료 분석 결과 여러 선수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들은 승부조작 가담 여부를 떠나 모두 브로커 조 씨와 클럽, 룸싸롱, 안마방 등에서 어울리며 ‘형, 동생’ 관계로 친분을 쌓아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엠스플뉴스가 입수한 브로커 조00 씨와 프로야구 선수들의 통화기록을 보면 언급된 선수 대부분이 조 씨와 수시로 전화, 문자메시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나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특히나 이들 가운덴 여자친구 계좌를 통해 브로커 조 씨로부터 돈을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조 씨에게 경기 ‘승·패’와 관련해 조언을 들려준 선수도 있었다. 한발 나아가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가 검찰수사에서 ‘특정 경기에 베팅해 돈을 벌었다’고 자백한 날짜에 실제 등판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검찰은 별다른 수사를 펼치지 않았다. 포커스를 ‘이태양-문우람’에게만 맞춘 까닭이었다.
자, 그렇다면 정우람은 어땠을까. 과연 그도 브로커 조 씨와 어울렸을까. 승부조작에 가담한 적이 있을까.
4천 페이지가 넘는 각종 자료에서 정우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건 한번이다.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의 진술조서에서다. 최 씨는 2016년 6월 17일 창원지검 조사에서 “브로커 조 씨가 ‘야구, 스타크래프트, 사다리 등에서 조작경기가 벌어진다’고 얘기해줬다”며 “조 씨가 (내게) ‘야구선수로는 A, 이태양, B, C, 정우람, E 등이 조작경기를 한다’고 말해줬다”고 진술했다.
정우람이 '승부조작범'으로 둔갑하게 된 건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의 검찰 진술조서 때문이었다. 검찰 조사에서 최 씨는 “브로커 조00 씨로부터 여러 선수가 조작경기를 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그 가운데 한 명으로 정우람을 언급했다. 하지만, 정작 브로커 조 씨와 관련된 각종 검찰, 법원 자료에선 정우람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된 핵심인물은 “조 씨가 여러 선수의 이름을 대면서 '나와 선수들이 친하다'는 얘길 자주했다. 그때 문우람 이름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최 씨가 문우람과 정우람의 이름을 혼동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사진=엠스플뉴스)
최 씨가 언급한 ‘야구선수’들은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 브로커 조 씨와 클럽, 술집, 안마방 등을 드나들며 친분을 유지했던 이들이다. 예외가 있다면 정우람이다. 4천 페이지가 넘는 각종 자료를 분석해도 브로커 조 씨뿐만 아니라 언급된 선수들과 정우람이 어울린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엠스플뉴스가 브로커 조 씨 휴대폰의 전체 통화기록을 살폈을 때도 최 씨가 언급한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조 씨와 통화한 적이 없는 선수가 바로 정우람이었다. 이뿐이 아니었다. 브로커 조 씨를 비롯한 여러 선수의 검찰 진술조서와 법원 증인 신문조서에서도 정우람의 이름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최 씨가 언급했던 한 선수는 “나와 동료 선수들이 조00(브로커) 형님과 어울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00 형님과 우리가 어울리는 자리에 정우람 선배는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다”며 “조00 형님과 어울렸던 선수 대부분이 NC, 넥센 선수들이다. 정 선배와는 팀도 다르고, 나이 차도 많아 어울릴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선수는 “조00 형님으로부터 정우람 선배와 관련한 얘기 역시 들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정우람, 불법 베팅방 운영자의 불확실한 기억에서 나온 이름”
2016년에서 벌어졌던 프로야구 승부조작은 '선발투수'가 중심이었다. 사진은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의 검찰 진술내용이다. 최 씨도 진술에서 '프로야구 승부조작은 선발투수와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정우람은 69경기 모두를 불펜에서 등판했다(사진=엠스플뉴스)
브로커 조 씨의 설명도 다르지 않다. 최근 엠스플뉴스와 전화 통화한 조 씨는 다른 선수들과의 친분에 대해선 “선수들과 ‘형, 동생’하고 친하게 지낸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우람에 대해선 “만난 건 고사하고, 본 적도 없다. 전화번호 하나 없는데 무슨 친분이 있었겠느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는 승부조작 관련 선수로 정우람을 지목했던 것일까. 브로커 조 씨는 “내가 최 씨에게 정우람의 이름을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조 씨는 각종 진술조서나 재판에서 다른 선수에 대해선 얘기해도 정우람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조 씨는 최 씨가 정우람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난 최 씨에게 정우람 얘길 꺼낸 적이 없다. 한번은 나도 궁금해서 최 씨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최 씨가 ‘그런 소문이 돈 거 같고, 만약 그런 소문을 들었다면 형(조 씨)한테 듣지 않았을까 싶어 검찰 수사 때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 씨의 불확실한 기억이 정우람을 승부조작 가담 선수로 둔갑시켰다는 것이다. 검찰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정우람에 대해선 참고인 조사도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정우람 관련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태양, 유창식 승부조작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건 2016년 7월 이후다. 하지만, 실제 승부조작이 이뤄졌던 시기는 2014, 2015년이었다. 정우람은 2014년 군 복무 중이었고, 2015년엔 승부조작 브로커와 전주들이 가장 꺼려했던 SK 와이번스 소속이었다. 사진은 '불법 베팅방 운영자' 최00 씨의 검찰 진술 내용 일부(사진=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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