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변화 주도 홍명보 전무"K리그 사령탑 오퍼 사양, 신뢰 더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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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 축구회관2017년 11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협회장은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A대표팀의 경기력이 흔들렸다. 국내 축구 현장과 다수의 축구팬들이 KFA 수뇌부의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정 회장은 결단을 내렸고, 변화를 위해 선택한 인물이 바로 홍명보 전무 이사(50) 발탁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탈락 이후 중국 슈퍼리그(항저우 그린타운)에 진출, 그리고 '야인'으로 살았던 '영원한 캡틴' 홍명보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원래 홍명보가 하고 싶어했던 '행정가'로 만 1년의 시간이 흘렀다. 2018년 12월 세밑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만난 그는 한결 같은 표정으로 1시간 가량 거침없이 얘기를 쏟아냈다. 홍 전무는 "난 아직 젊다. 현장 사령탑 오퍼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기서 신뢰를 더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리그 모 팀(밝히지 않음)으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은 걸 확인해주었다. 또 그는 지난달 단행한 축구협회 내부 파격 인사에 대해 "안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진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정몽준 전 FIFA 부회장이 매우 아꼈고, 키웠던 홍 전무는 마냥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 시절 '캡틴'으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이었다. 선수 은퇴 이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도와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팀 코치로 일했고, 대표팀 사령탑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브라질월드컵 실패 후 중국 항저우에서도 신통치 않았다.
위기의 한국 축구는 홍명보를 불렀고, 그는 축구 행정가로 'NEW(새로운) KFA'를 만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
축구회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다사다난 2018년 한국 축구
-전무 이사로 1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1년하고 40일이 지났다. 2017년 11월 17일부터 일했다. (날짜를 카운팅하고 있나) 기억에 남아 있다. 많이 힘들었는데, 내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공부가 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큰 이벤트가 많았다. 위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에 독일을 이기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파울루 벤투 새 감독이 온 후 축구 열기도 더 올라갔다. 정책간담회 등 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부분을 강화했다. 협회의 이미지 개선이 아닌 실질적으로 팬의 목소리를 듣는 정책으로 팬들의 생각과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
-축구협회 행정가로 가장 어려운 점은, 1년 동안 가장 보람된 일은.
▶여기서 일하기 전에는 미디어를 통해 듣는 게 전부였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뉴스가 나오면 우리도 사실이라고 믿을 때가 있었다. 협회에서 하는 일을 팬들께 제대로 전할 창구가 없었다. 그래서 얘기 듣는 시간을 늘렸다. 지금 협회 직원들이 업무량이 벅찬 걸 느낀다. 그래서 2018년 하반기에 세 차례 정책간담회을 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 지를 알려야 했다. 예를 들어 초중고 정책은 상부 기관에서 공문이 내려가면 그걸로 판단한다. 현장에서는 '이게 왜 이렇지' 불만을 갖는다. 이제는 실질적으로 소통을 하자고 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와서 다시 만들어 현장의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돕자고 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자고도 했다. 지도자들 만나서 얘기도 많이 하고 있다. 협회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말에 보람을 느낀다.
-처음 전무직을 맡을 때 '소명'이라는 말을 했다. 그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나.
▶일단 아직 결과가 나온 일이 없다. 만족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밖에서 협회가 예전과 다르게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 하는 말을 듣고 기뻤다. 이제 1년이다. 아직 할 일이 많다. 올 1년 동안 해봤으니까, 요령도 있고 경험도 생겼다. 조금 더 잘,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 번째 목표는 축구 발전이다. 그걸 놓고 얘기하면 참 쉽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참 어렵다. 1년 동안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했던 6개월 전 인터뷰 때와는 축구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팬들은 우리가 최선을 다하기를 원한다. 6개월 동안 서로의 신뢰가 쌓여간 것 같다.
-축구 민심은 너무 급박하게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축구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해져야 한다. 가장 비난을 받는 곳이 대표팀, 선수, 감독이다. 협회는 중심을 잡아야 한다. 비난은 계속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의 방향이 어떤지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 축구회관◇벤투호 세밀하게 관리 중
-축구협회는 A대표팀 감독을 길게 끌고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길게 가자고 해놓고도 길게 갈 수 없는 일도 있다. 김판곤 국가대표팀감독선임위원장이 굉장히 내부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위기 때 팬들 비난이 있을 수 있다. 합리적인 비난이냐 불필요한 비난이냐를 잘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벤투 감독이 편하게 정말 축구에만 집중해서 팀을 끌고 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외국인 감독 선임 당시 협상 때 '끌려가지 말라'는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줬다고 들었다.
▶자신에게 계속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려는 사람(감독 후보)이 있었다. 그 선을 넘어갔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가 그 선을 받아주면 그 다음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인이고 여기에 오면 협회가 모든 것을 해줘야 한다. 시작부터 다 해주면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것도 요구하게 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수비수 출신으로 봤을 때 누가 가장 잘 하고 있나.
▶벤투 감독의 능력,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대표팀에 잘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내부적으로 현재 아시안컵 준비 과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후배 국가대표 수비수 중 눈에 띄는 선수가 있나.
▶많다. 김영권도 성장해서 주축이 됐다. 김민재도 프로에 간지 얼마 안 됐는데 전북 주전이 됐다. 권경원은 해외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현역 시절 홍명보와 비슷한 선수는 누구인가) 당시와는 전형이 좀 다르지만 그래도 김영권이 가장 비슷하다.
-병역특례 실적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한 장현수의 복권은 어렵나.
▶협회는 매우 안타깝다. 복권 같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아시안컵에 재능 있는 선수가 못 나간다.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2018년 아시안게임 때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이 또 그런식으로 하면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대비책을 내놓은 것이다. 벌과 대책을 바로 내서 협회에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2019년 한국 축구
-2019년에도 국제대회가 많다.
▶1월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여자 A대표, 남자 U-20, U-17 월드컵, 동아시안컵 등 굵직한 것이 많다. 대표팀 형들이 좋은 스타트를 끊어줬으면 좋겠다.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의 성적을 어떻게 기대하고 있나.
▶나 뿐만 아니라 모두의 희망은 우승하는 모습이다. 올해부터 대회 규모(24팀) 상금(우승 500만달러)이 달라졌다. 우리팀을 세계(컨페드레이션스컵) 무대에 알릴 기회도 생긴다.
-2023년 아시안컵 유치는 어느 정도 단계인가.
▶2017년 하반기 AFC총회 때 결과가 나왔어야 했다. 최근 AFC 자체적으로 마케팅에 변화가 있다. 중국계 회사가 새로 대행할 것 같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경합중인데 2019년 4월 총회에서 결정난다.
-현장 지도자 복귀는 언제쯤 가능한가.
▶현장 오퍼는 있었다. 하지만 신뢰가 생길 때까지는 (협회일을)해야한다. 난 젊다. 물론 떠날 수도 있다.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책임질 마음으로 하면 크게 두려울 것 없다. 더 자신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K리그 사령탑 제의가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 팀을 밝힐 수는 없다. K리그가 실질적으로 잘 돼야 국가대표팀이 잘된다. 협회에서 프로축구연맹과 같이 노력해서 더 잘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
-12월 협회 내부 인사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협회에 와서 1년 동안 했다. 조금 정체돼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 인사는 메시지다. 우리가 앞으로 팬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된다.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전문가가 얘기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젊은 팀장들을 많이 발탁했다. 조직에 안주해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 축구회관◇학원과 유소년 축구
-학원축구는 문체부, 교육부 등과 조율할 사항이 많아 매우 복잡해보인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다. 학원 축구는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야 한다. 우리는 잘 따르고 있다. 그런데 점점 축구가 어려운 현실에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관계자와 얘기하고 있다. 힘든 부분이다. 나도 그 시스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어가고 있다. 축구가 학원축구 현실에서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2017년 현실과 마찰이 있었던 대학선수 학점 C제로룰은 어떻게 되고 있나.
▶C제로룰은 대학총장협의회에서 만들었다. '공부하는 선수'는 좋다. 사실 대학에서 프로가는 확률이 5%도 안된다. C제로룰에 미치지 못하면 1년 동안 뛰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축구를 했고, 이제는 사회로 나가야 하는 시기다. 어린 선수들은 그동안 학점 관리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대학에 와서 학점 관리를 해야하니 문제가 생긴다. 서로 소통하면 더 좋은데 쉽지 않다.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대학은 대회 결과로 선수를 선발하고, 교육부에서는 그 대회를 학기 중에 못 열게 한다. 학생들이 축구를 2월 혹은 8월 밖에 하지 못한다. 그 경기력과 결과로 대학에서 선발을 한다. 어떤 선수는 고3초에 좋지 않았지만, 후반기에 성장하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올해 6월에 대회를 하나 신설했다.
-2018년을 끝으로 16년 동안 해온 홍명보 자선 축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는데 아쉽다.
▶지금까지 한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참가해주고 도와준 분들이 없었으면 못했다. 미국 MLS에서 선수생활할 때 받았던 아이디어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 야외에서도 하고 실내에서도 하고 야구장에서도 했다.
-개인적으로 무너졌던 이미지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고 보나.
▶내 이미지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배웠고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 2014년 월드컵에서 감독으로서 결과를 내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 감독은 이길 때도 있고, 지기도 한다. 2014년의 아픔은 지금 일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장 경험이 행정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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