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엔 ‘대타라도…’ 생각에 헬멧 쓰고 감독 옆에 붙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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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1-0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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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시험이고, 시험은 다시 기회가 되어 길을 만든다.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한 꾸준한 준비다.
지난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추신수(37·텍사스)를 만났다. 텍사스 레인저스 모자를 눌러썼다. 52경기 연속 출루 대기록을 세웠고, 데뷔 후 14시즌 만에 처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다. 2018시즌은 분명 특별했지만 “후반기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즌”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추신수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52경기 연속 출루는 “야구라는 신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올스타전 역시 연속 출루 기록이 가져다 준 선물이다. 분명, 행운은 성공의 중요한 요소지만 운이 모든 것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기회는 행운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시련이자 시험이기도 하다. 2013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을 때 포지션이 중견수로 바뀌었다. 추신수는 “덕분에 외야 세 포지션 모두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시련과 시험을 통과하면 다시 기회가 돼 길이 열린다.
17년째 캠프 땐 새벽 4시30분 출근
반신욕·웨이트 등 루틴 짜서 운동
동료들, 시간마다 뭐 하는지 알아
그 운을 길로 연결한 것은 추신수의 지독했던 준비였다.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시애틀에 입단했다. 18세 소년은 스프링캠프 때 새벽 4시30분에 운동을 시작했다. 17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추신수의 캠프 출근시간은 4시30분이다. ‘철저한 준비’는 추신수의 신조이자,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야구는 3시간 동안의 플레이, 경기당 겨우 4~5차례 들어서는 타석에서 결과를 내기 위해 수천번의 스윙 훈련을 해야 하는 종목이다. 새벽 4시30분 출근은 추신수 특유의 준비다.
준비는 길고 지독한 ‘루틴’으로 이어진다. 경기장에 맨 먼저 도착하면 5-3-5-3 반신욕으로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뜨거운 물 5분, 찬물 3분씩을 왔다갔다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 샤워, 트레이너룸에서의 치료와 관리, 배팅 훈련 등이 철학자 칸트처럼 분 단위로 반복된다. 추신수는 “만약 구단 누군가가 ‘추 어딨냐’고 찾으면 다들 시계 보고, ‘아 지금쯤 어디 있을 거야’라고 알려줄 정도”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야구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야구를 항상 더 잘하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 준비가 메이저리그 올스타 추신수를 만들었다. 추신수는 2005년 4월21일 빅리그에 승격됐다. 추신수는 “아내가 그 경기를 TV로 봤다. 2회부턴가 3회부턴가 더그아웃 카메라에 내 모습이 잡혔다더라. 장갑 끼고, 방망이 쥐고, 헬멧도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 감독이 누군가 대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준비된 상태로 눈에 띄도록.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5회 이전에는 대타 안 쓰지 않나. 그런데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아내가 그거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결국 그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데뷔전은 다음날이었고 대타로 한 타석 들어갔다. 추신수는 “나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은 운이 좋은 케이스가 맞다. 하지만, 그 운을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갑 끼고, 헬멧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면서 “기회는 1년 뒤, 어쩌면 10년 뒤에 올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일 올 수도 있다. 기회가 눈에 띄게 올 수도 있고, 몰래 올 수도 있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그 준비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52경기 연속 출루는 신이 준 선물
기회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고(故)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전기에서 “여정 자체가 보상이다”라고 말했다. 추신수의 야구를 향한 열정과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추신수는 “만약 지금 야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기록 같은 건 아쉬움이 남겠지만 야구를 대하는 마음, 야구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들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가 없다. 그래서 깨끗하게 손 털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뚜벅뚜벅 꾸준히 걸어가는 길은 그 자체로도 보상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길을 열 가능성이 높다. 52경기 연속 출루가 그랬고, 올스타 선발이 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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