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뺏으라더니 현실은 '1년 더'…외국인 다년 계약, 왜 안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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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1-04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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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8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2회말 무사 만루, 우익수 플라이를 날린 한화 호잉이 아쉬워하고 있다.
해외에서 스카우트가 찾아오면 구단들은 달갑지 않다. 큰 물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해오는 해외 구단을 상대로 선수를 지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7년 시즌이 끝나고 윌린 로사리오와 재계약을 바랐던 한화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가 로사리오에게 접촉하자 아예 '백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선수'로 오랫동안 묶어놓자니 방법이 없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기간이 1년으로 제한돼 있다. 오죽하면 스카우트 대상이 된 선수들을 향해 "적당히 잘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다. 선수가 잘해도 걱정인 이 소리는 매년 되풀이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BO는 외국인 선수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2년째 외국인 선수부터 다년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까지 암암리에 이루어졌던 다년 계약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라드 호잉, 멜 로하스 주니어, 다린 러프, 조시 린드블럼 등 '여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소리가 유독 많았던 2018 시즌이었기 때문에 이번 겨울 다년 계약 1호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멍석이 깔리니 움직임이 없다. 구단이 오랫동안 붙잡고 싶다던 호잉, 러프, 로하스, 린드블럼, 브룩스 레일리 등 2년 이상 된 외국인 선수 모두 1년 계약을 맺었다.
KT는 로하스와 다년 계약을 검토했다. 그러나 로하스의 에이전트 측에서 1년 계약을 고수하면서 뜻을 접었다.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한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는 "외국 에이전트 대부분이 1년 계약을 요구한다. 아무래도 한곳에 묶여 있기보다 매년 시장에 나와 몸값을 올리는 게 선수나 에이전트나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로저스가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반대로 구단들도 다년 계약은 부담이다. 선수가 구단이 기대한 활약을 꾸준히 이어 간다는 보장이 없으며 지난 시즌 에스밀 로저스처럼 불의의 부상으로 경기에 못 뛸 위험도 있다. 선수 보유에 제한이 없는 일본과 달리 보유 선수, 교체 횟수가 제한돼 있다는 점 역시 걸림돌이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 관계자는 "구단도 부담이 크다. 선수가 부상하면 어쩌나. 경기하다가 공에 맞아서 손가락이 부러지면 1년을 쉬어야 한다. 만약 2년 계약을 했다면 남아 있는 금액을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에게 고스란히 줘야 한다"며 "미국엔 바이아웃 조항이 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엔 일정 금액을 주고 해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문화 차이가 있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을 안 했는데 왜 돈을 주느냐'는 마인드"라며 외국인 선수 다년 계약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어 시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구단들이 눈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며 "첫 사례가 나오면 많은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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