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경기가 29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한 우리카드 아가메즈가 기뻐하고 있다. "생각, 행동 다 바꿔야 했다.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카드를 맡고 팀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때. 신영철 감독은 변화를 준비했다. 주전, 백업 구분 없이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했다. 포지션 경쟁을 붙여서 더 잘하고, 절실하고, 투지를 보이는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

선수 이동도 활발했다. 우리카드는 한국전력과 2차례 트레이드로 센터 윤봉우와 세터 노재욱을 받고, 레프트 최홍석 신으뜸 센터 조근호를 내줬다. 윤봉우는 우리카드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에서 맏형 노릇을 하며 중심을 잡아줬고, 노재욱은 우리카드의 팀 컬러를 완전히 바꿔놓으며 단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무한 경쟁의 결과 지난 시즌까지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었던 선수들이 코트에서 기량을 펼치기 시작했다. 센터 김시훈이 대표적이다. 김시훈은 신 감독 체제에서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찼다. 신 감독은 김시훈에게 믿음을 준 이유를 묻자 "센터가 팀에 3명뿐이다. (김)시훈이가 (구)도현이보다 서브나 여러모로 나았고, 코트 안에서 승부 근성이 더 있다"고 답했다.

김시훈은 "우리 팀에서 나는 많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이유를) 하나만 꼽자면 파이팅이다. 할 수 있는 건 파이팅뿐이다. 그동안 잘한 건 없었지만 열심히는 했다. 열심히 하면서 오랜 시간 있다 보니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 이제는 욕심이 생긴다. 잘하고 싶고 놓치기 싫어서 몸이 되는 한 더 열심히 해서 한번 더 잘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시훈을 비롯해 코트 위에서 눈을 반짝이는 선수들이 더 늘었다. 레프트 나경복과 한성정은 신 감독이 우리카드의 세대 교체를 선언하며 기회를 준 선수들이다. 두 선수는 주포 리버맨 아가메즈에게 특별 관리를 받으며 코트 위의 싸움닭 DNA를 전수 받고 있다. 한성정은 신인 황경민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최근 한뼘 더 성장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가 23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렸다. 우리카드 노재욱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변화의 핵심은 아가메즈와 노재욱이다. 아가메즈는 세계 정상급 기량에 노련미까지 더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아가메즈의 임무는 단순히 팀에서 많은 점수를 책임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아낌없이 조언하고, 파이팅이 필요할 때는 앞장서며 주장처럼 팀을 이끌고 있다.

노재욱은 신 감독이 꾀한 변화에 날개를 달아줬다. 아가메즈는 물론 레프트 나경복과 한성정, 센터 김시훈까지 다양한 선수들이 돋보일 수 있도록 경기를 운영했다. 신 감독은 "(노)재욱이가 오면서 팀 컬러를 바꿀 수 있었다"며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새해에는 2018년에 준 변화를 토대로 팀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신 감독은 "모래알 같은 팀을 5라운드쯤에는 진흙같이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갈 길이 멀지만 코치진과 선수들이 소통하고 잘 따라주고 있다. 새해에는 국내 선수들이 조금 더 자신 있게 자기 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더욱 달라질 우리카드를 기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