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떠난 김기태 감독…수많은 배려가 만든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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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2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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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정한 예의라고 봅니다.”
지난 24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 김기태 전 KIA 감독이 깜짝 등장했다. 5월 16일 광주 KT전을 끝으로 자진 사퇴한 후 약 네 달 만이었다. 멀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김기태 감독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현장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와 달리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덕이었다. 10분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영광의 시간을 함께 보냈던 참모들, 제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구단은 진작부터 송별 행사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았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지 않았고 성적도 하위권으로 쳐지면서 여론도 좋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흔한 보도자료조차 배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구단이 이번 행사를 개최한 건 최소한의 예우를 다하기 위해서였다. 위기 상황에 지휘봉을 잡고 2017시즌엔 우승까지 일군 감독을 웃으면서 떠나보내지 못한 데에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누가 주도했다고 할 일도 없이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약 한 달 전부터 행사를 기획했고 행사 일정을 확정했다. 마지막 홈경기엔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IA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홈팬들에게 선을 보여야 했고 다음 시즌으로 넘어가기엔 새로운 감독과의 상의를 또 거쳐야 했기에 24일이 적격이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비밀리에 준비했다. 누군가에게 페 끼치는 걸 싫어하는 김기태 전 감독의 성향이 난제였는데 이화원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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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온전히 휴식을 취하던 김 전 감독은 그간 야구와 거리를 뒀다. 종종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시청하면서 하이라이트나 자막으로만 소식을 접했을 뿐 직접 경기를 찾아보지 않았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메이저리그 구장을 찾아가 야구는 봤지만 KBO리그는 애써 외면했다. 김 전 감독은 “우리 애들이 경기를 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차마 보지 못했다. 직접 보니 너무 행복하다”며 “가능성이 충분한 아이들이다. 지금의 고비를 잘 헤쳐 나가기만 한다면 충분히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김 전 감독의 방문 소식을 하루 전에야 접한 선수들도 뿌듯했다. 주장 안치홍은 "사실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아 따로 연락 드리기가 힘들었다. 주장으로서, 그리고 감독님 제자로서 행사에 꼭 참여해야만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 품에 안긴 박찬호는 “김 감독님 덕에 데뷔할 수 있었고 성장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내 야구 인생의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배려가 쌓여 최초의 송별식을 만들었고 김기태 전 감독은 4개월 만에 웃으면서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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