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메이저리거' 위트 메리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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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1-0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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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래프트는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브라이스 하퍼(1)와 매니 마차도(3) 크리스 세일(13) 크리스티안 옐리치(23) 노아 신더가드(38)가 모두 1라운드에 뽑혔다. 안드렐턴 시몬스(70)와 J T 리얼뮤토(104) 제임스 팩스턴(132)도 5라운드 안에 불렸으며, 작년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 역시 2010년 드래프트 9라운드 출신이다. 애덤 이튼이 19라운드, 케빈 키어마이어가 31라운드에 등장한 2010년 드래프트는 그야말로 황금 드래프트였다.
캔자스시티는 2010년 드래프트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기 때문에 좋은 씨앗을 찾아야 했다. 이전 시즌 전체 27위였던 캔자스시티는 2010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었다. 세일을 뽑을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졌지만, 캔자스시티가 데려온 선수는 대학 유격수 크리스찬 콜론이었다. 땅을 치고 후회할 선택을 한 것이다.
캔자스시티의 잘못된 판단은 끝이 아니었다. 2라운더 우완 브렛 아이브너, 3라운더 유격수 마이클 안토니오, 4라운더 좌완 케빈 채프먼, 5라운더 우완 제이슨 아담까지 모두 실패했다. 데이튼 무어 단장은 상위 13명 중 12명과의 계약을 마친 후 "느낌이 좋다"고 말했지만, 실제 결과는 이 느낌과 상반됐다(계약에 실패한 한 명은 13라운더 존 그레이).
흉작이었던 2010년 캔자스시티의 드래프트에서 그나마 건진 수확물이 있었다. 9라운드에서 뽑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외야수 위트 메리필드(사진)였다.
메리필드는 선천적인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운동선수 출신이었다. 야구를 했던 아버지는 대학 시절 꽤나 알아준 타자였다(어머니는 테니스). 1983년 드래프트에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가 2라운드에서 지명한 빌 메리필드가 위트 메리필드의 아버지였다. 한 방을 갖춘 내야수였던 빌은, 그러나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아버지의 한을 풀어야 할 메리필드도 출발은 미적지근 했다. 당시 캔자스시티는 유망주 전체 100위 안에 9명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팜이 두터웠다. 영재들만 모인 특별반에서 메리필드는 지극히 평범한 존재였다. 차근차근 레벨을 높였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처음 트리플A에 승격된 2014년에는 76경기 동안 좋은 성적을 냈다. 타율 0.340은 300타석 이상 들어선 퍼시픽코스트리그(PCL) 130명 중 1위였다. 그러나 2014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캔자스시티는 굳이 마이너리그 자원이 필요한 팀이 아니었다.
캔자스시티가 2015년 최정상에 오를 때도 메리필드는 줄곧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트리플A 135경기에서 32도루를 기록했지만, 하필 캔자스시티에는 로렌조 케인, 알시데스 에스코바, 제로드 다이슨, 테런스 고어 같은 발빠른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메리필드는 캔자스시티에 입단한 뒤 마이너리그에서만 600경기를 넘게 뛰었다. 6년 간 메이저리그에 오르지 못한 메리필드는 2015년 윈터미팅을 주목했다. 마지막 날 열리는 룰5드래프트 때문이었다. 캔자스시티가 정한 40인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서 룰5드래프트 대상자가 됐다. 만약 자신을 원하는 팀이 나오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승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캔자스시티 선수로는 다니엘 스텀프(좌완) 마이카 깁스(포수) 산티아고 네시(포수)가 넘어갔는데, 메리필드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전해 들은 메리필드는 훗날 이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죠"라고 말했다(한편 이 룰5드래프트를 통해 에인절스로 이적한 최지만은 이듬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메리필드는 좌절하지 않았다. 결과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자신이 외면받는 원인을 생각했다. 메리필드가 가장 부족한 부분은 2015년 트리플A 장타율(0.364)에서 엿볼 수 있는 파워였다. 아무리 운동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르다고 해도 이 파워로는 한계가 있었다.
메리필드는 근력을 키우기 위해 체중 증가에 나섰다. 식단부터 확 바꿨다. 아침으로 계란 9개, 점심은 치킨/밥/야채, 저녁은 또 고기를 먹었다. 틈만 나면 간식도 챙겨 먹으면서 체중을 불렸다. 먹는 양이 늘어난만큼 웨이트 트레이닝도 열심히 했다. 현역 시절 파워가 뛰어났던 아버지의 조언도 받았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악 문 메리필드는 식사와 운동을 반복 병행했다. 2016년 스프링캠프, 메리필드는 몸무게가 9kg이 늘어난 상태로 나타났다. 이 모습을 본 네드 요스트 감독은 "보기 좋아졌구만"이라고 만족스러워 했다.
힘이 붙은 메리필드는 트리플A 첫 36경기에서 5홈런 16장타를 때려냈다. 장타율이 이전 시즌에 비해 약 1할이 높아졌다(0.458). 캔자스시티는 5월19일 보스턴과 더블헤더를 앞두고 로스터 조정을 했다. 마침내 메리필드가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는 순간. 메리필드 대신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선수는 드래프트 동기 콜론이었다.
더블헤더 2차전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메리필드는 첫 타석 잘맞은 타구가 중견수에게 잡혔다. 메리필드의 타구를 처리한 보스턴 중견수는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사진)였다. 둘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 야구팀 동료로, 메리필드는 브래들리가 오면서 포지션을 우익수로 옮겼었다. 메리필드는 두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때려냈다. 첫 안타를 내준 투수는 데이빗 프라이스였다. 메리필드는 세 번째 타석 삼진으로 데뷔전을 3타수1안타로 마쳤다.
요스트 감독은 활용도가 높은 메리필드를 중용했다. 고교 때 유격수를 본 메리필드는 내야수와 외야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였다. 실제로 메리필드의 대학 시절을 본 탬파베이 스카우트는 비교 대상으로 벤 조브리스트를 언급한 바 있다.
메리필드는 팀 최고 유망주 아달베르토 몬데시가 합류하면서 잠시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 그러나 로스터가 확장된 9월에 다시 올라왔다. 메리필드가 마지막 28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307. 81경기 동안 올린 승리기여도 1.7은 제로드 다이슨(3.1) 로렌조 케인(2.9) 살바도르 페레스(2.8)에 이은 팀 내 야수 4위였다. 그럼에도 메리필드는 몬데시를 키우려는 팀의 방침으로 인해 2017년을 트리플A에서 시작해야 했다. 이미 메이저리그의 달콤한 맛을 본 메리필드는 트리플A에서 무력시위를 했다(9경기 .412 .432 .794 3홈런). 그사이 몬데시는 시간이 더 필요한 모습을 보였다(4월 14경기 .103 .167 .179). 당연히 둘의 입지는 바뀌었다.
메리필드는 복덩이였다. 첫 풀타임 시즌인 2017년 .288 .324 .460의 타격 성적과 함께 리그 도루왕(34개)을 차지했다(fWAR 2.9). 파워도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았다(19홈런). 홈에서 홈런 13개를 친 메리필드는 타자에게 불리한 카우프만스타디움 성적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74경기 .300 .344 .528). 홈런 하나가 모자라서 팀 역대 세 번째 20홈런-30도루 선수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1978년 아모스 오티스, 2001-03년 카를로스 벨트란).
팀 주축으로 거듭난 메리필드는 지난해 타율 3할(0.304)을 넘어섰다. 2017년 성공에 취해 타석에서 성급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더 침착한 접근으로 볼넷을 늘렸다(볼넷률 4.6→8.6%). 158경기에 나온 메리필드는 2년 연속 도루 부문을 석권(45개). 뿐만 아니라 4년 연속 호세 알투베가 지켜온 리그 최다안타 1위 자리를 빼앗는 파란을 일으켰다(192개).
캔자스시티 리그 최다안타 1위
1975 - 조지 브렛
1976 - 조지 브렛
1979 - 조지 브렛
1980 - 윌리 윌슨
1987 - 케빈 사이처
2018 - 위트 메리필드
메리필드는 공격 수비 주루 모두 플러스 점수를 받았다. 주로 나오는 2루 수비는 리그 정상급이다(통산 DRS +18). 이에 메리필드는 승리기여도를 5.2까지 끌어올렸다. 리그 야수 9위 기록으로, 알투베(4.9) 스탠튼(4.2) 세구라(3.8) 같은 선수들이 메리필드보다 밑에 있었다.
메리필드가 타격에서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탐구심 덕분이었다. 평소 메리필드는 다른 선수들의 타격을 보고 분석하는 것을 즐겼다. 특히 자신처럼 체구가 크지 않은 선수들을 유심히 살폈다. 키가 183cm인 메리필드가 주로 파고든 선수는 마이크 트라웃(188cm)과 알투베(168cm)였다.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타격 피니시 동작에서 두 손 위치를 바꿨는데, 이 변화가 더 나은 타구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메리필드는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데일 스웨임 타격 코치 의견에 따라 홈플레이트에 더 붙어서 들어서고 있다. 3할 타율을 때려내려면 바깥쪽 공략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2017-18년 존 바깥쪽 세 구간 타율이 메리필드보다 높은 선수는 호세 아브레유와 로렌조 케인 두 명밖에 없다(150타수 이상).
0.397 - 호세 아브레유
0.357 - 로렌조 케인
0.355 - 위트 메리필드
0.353 - 저스틴 터너
0.348 - 헤수스 아길라
0.343 - 넬슨 크루스
0.341 - 호세 알투베
0.340 - 애덤 존스 & 아레나도 & 트라웃
뒤늦게 기량이 만개한 메리필드는 올해 30세 시즌을 맞이한다. 일반적으로 전성기가 지나는 시점. 메리필드는 시간의 흐름을 뒤로하고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데뷔 후 6년 간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던 선수는, 이제 첫 올스타 시즌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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