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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

다저스서 월급 120만원 ‘개고생’ 각오…아들아, 두려워 마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adm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2-02 댓글0건

본문

아빠는 야구를 잘하는 아들이 자랑스러웠다. 아이가 중 1 때, 리틀야구 결승전에서 1점 차로 지고 있는 경기 막판 투 아웃에 주자 3루. 안타를 치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범타로 물러났다. 풀이 죽어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아이의 등 뒤에서 아빠가 혼잣말을 했다. “에이 새끼. 이럴 때 못 해주네.” 아이는 몇 년 뒤 ‘야구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아빠의 그 말을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는 똑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 “홈런으로 끝내겠다는 마음을 먹고 타석에 들어섰어요. 게임당 한 개 이상 홈런을 쳤거든요. 근데 아빠가 ‘야, 홈런 치려고 욕심 내지 마’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순간 어깨에 힘이 탁 풀렸죠. 그리고 정말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직선타로 잡혔어요. 경기 진 것도 슬펐지만 아빠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인생에 불쑥불쑥 개입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메이저리그서 한 타자만 상대해도 축복 
 

최현일(왼쪽)의 키는 1m88cm, 아버지 최승표 대표는 1m87cm다. 최 대표는 '운동 선수의 성공에서 운이나 물려받은 DNA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현일이에게 좋은 신체 조건을 물려주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이는 자라서 서울고 에이스가 됐다. 이름은 최현일(19). 1m88cm·89kg의 듬직한 체구에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오른손 투수다. 올해 고교를 졸업한 그는 KBO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계약금 30만 달러(약 3억3500만원)를 받고 루키리그부터 시작한다. 루키리그 선수의 주급은 250달러, 월 120만원 정도다. 그나마 시즌 중 5개월 정도만 급여가 나온다. 최현일은 “고생할 각오는 하고 있어요. 제 결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한 분이요? 당연히 아빠죠”라며 웃었다. 

아빠 이름은 최승표(47). 야구계에서 꽤 알려진 ‘베이스볼 대디’다. 교육 관련 개인사업을 하면서 스포츠코칭 미디어 ‘코치라운드’ 대표를 맡고 있다. 네이버 카페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도 이끌고 있다. 

최현일은 2월 13일 혼자 LA로 출국한다. 지난달 29일, 최현일이 개인훈련을 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히터스베이스볼센터’에서 부자(父子)를 만났다. 

최현일에게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한 주무기’가 뭔지 물었다.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제가 고교 레벨에선 공이 꽤 빨랐잖아요. 근데 거기 가면 다들 그 정도는 던지잖아요. 유일했던 장점이 사라졌으니…, 가서 해 보면서 찾아보려고 해요.”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선배들을 만나봤냐고 하자 그는 “두 명 정도 만났는데 별 얘기는 안 했어요. 급여도 엄청 적고, 가끔 인종차별하는 애들도 있다고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개고생’이 뻔히 보이는 미국에 왜 가려고 하는지 물었다. “미국이 야구를 제일 잘하잖아요. 거기선 한국에서 못 하는 걸 할 수 있대요. 유격수라면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유격수)처럼 백핸드 캐치 한 뒤 점프하면서 송구하는 거죠. 한국에선 실패하면 ‘기초도 없이 나댄다’고 욕 먹겠지만 거기선 그런 시도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고 하네요.” 

최승표 대표는 “도미니카에서 짱돌 던지다 온 친구도 150∼160km 찍는다는 곳 아닙니까. 마이너리거가 메이저로 올라갈 확률을 10%로 보죠. 현일이도 딱 그 정도 확률이라고 봅니다. 루키리그에서 싱글A 거쳐 더블A까지만 올라와도 감사할 거고,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 한 타자만 상대해도 축복이고 선물이겠죠. 그 뒤에 한국 돌아와 군대 마치고 KBO리그 뛸 수도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최현일은 “제가 아이들을 참 좋아해요. 은퇴 후에 미국에서 배우고 경험한 걸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좋지 않겠어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여친 있다니 다행, 24시간 운동만 생각 못해 

아들이 야외 훈련장으로 나갔다. 아빠와 마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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