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 [기록] 네 가지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결정전에 임한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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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3-2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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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가 WKBL 사상 최초로 네 팀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치른 첫 번째 선수가 됐다.
용인 삼성생명은 2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링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에 64-7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용인 삼성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편, 삼성생명 김보미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특별한 기록을 세웠다. 김보미는 WKBL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로 다른 4팀에서 챔피언결정전을 소화한 첫 번째 선수가 됐다.
○ 김보미의 챔피언결정전 출전 이력
- 춘천 우리은행(현 아산 우리은행) : 2005겨울(우승), 2005여름, 2006겨울(우승)
- 구리 KDB생명(현 OK저축은행) : 2010-2011
- 청주 KB스타즈 : 2014-2015, 2017-2018
- 용인 삼성생명 : 2018-2019
○ 서로 다른 세 팀 소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선수 명단
- 곽주영(금호생명, KB스타즈, 신한은행)
- 조은주(삼성생명, KDB생명, 신한은행)
- 박선영(삼성생명, 신한은행, KB스타즈)
- 선수민(신세계, 신한은행, 삼성생명)
- 정선민(신세계, KB스타즈, 신한은행)
- 홍보람(삼성생명,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 쉐키나 스트릭렌(신한은행, KB스타즈, 우리은행)
김보미는 WKBL을 대표하는 저니맨이다. 저니맨은 실력이 부족하거나 팀 내에서 불화를 일으켜 여러 팀을 전전하는 선수라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다. 그렇지만 김보미는 조금 다르다. 나이가 들면서 김보미의 운동능력과 수비능력은 다소 저하됐지만, 그의 외곽슛은 상대 팀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무기다. 그리고 김보미는 ‘행복 전도사’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로 유명하다. 즉, 김보미에게 활용 가치가 있으므로 여러 팀이 김보미를 영입했다.
김보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WKBL 이적 시장 역사에 새 지평을 열었다. 김보미는 WKBL 최초로 5개 구단(신한은행 제외)을 경험한 선수가 됐다.
KB스타즈는 FA 자격을 갖춘 염윤아를 영입하면서 부천 KEB하나은행에 김보미를 보상선수로 내줬다. 그런데 김보미는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트레이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이 FA 계약으로 고아라를 영입하자 삼성생명은 빅맨 유망주 이하은을 보상영입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KEB하나은행은 이하은을 재영입하기 위해 김보미와의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로써 김보미는 5개 팀 유니폼을 입어본 최초의 선수가 됐다.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에 ‘김보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김보미는 이번 정규리그 27경기에서 평균 23분 29초를 소화하며 6.7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로테이션 선수로서 준수한 성적이다.
특히, 김보미의 3점슛 지원은 삼성생명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 3점슛에 약점을 갖고 있던 팀이었다. 주요 선수 중 박하나 외에 3점슛을 잘 던지는 선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삼성생명은 경기당 3점슛 성공 개수(4.2개), 3점슛 성공률(25.7%)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달랐다. 삼성생명은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3점슛 6.1개(5위)를 넣었고, 3점슛 성공률(30.6%)도 상승했다. 주축 선수들의 3점슛 능력이 향상된 가운데 김보미(3점슛 41/138, 29.7%)가 박하나(3점슛 66/188, 35.1%) 못지않게 외곽슛을 도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보미의 ‘긍정 에너지’는 팀을 뭉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김보미는 빠르게 팀에 녹아들어 멘토를 자처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는 여러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임근배 감독 : “김보미는 코트 위뿐 아니라 코트 밖의 정신적인 면을 잡아주는 데 있어 팀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 박하나 : “내가 가끔 농구가 잘 안 될 때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웃음). 그럴 때마다 언니가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보미 언니도 무릎이 좋지 않기 때문에 똑같이 무릎이 좋지 않은 나를 잘 이해하고 내게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 아이샤 서덜랜드(전 삼성생명) : “김보미는 영감을 주는 선수다.”
그런 그가 이제는 이색 기록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WKBL 역사에 새겼다. 김보미는 21일 챔피언결정전 1차전 2쿼터 시작 버저와 함께 코트로 나섰다.
김보미의 2쿼터 초반 모습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첫 번째 3점슛을 놓쳤고, 강아정에게 공을 빼앗기기도 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의 악몽이 되살아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당시 KB스타즈의 주전 선수였던 김보미는 3경기 평균 31분 54초를 소화하며 1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했다.
강아정과 함께 외곽슛을 던져야 했던 김보미였지만, 그는 슛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3경기 동안 그가 던진 8개의 3점슛 중 림을 통과한 건 단 한 개였다. 결국, KB스타즈는 모니크 커리, 다미리스 단타스, 박지수를 활용한 단조로운 공격과 3점슛 부진(12/58, 20.6%)이라는 이중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0-3으로 우리은행에 허무하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김보미의 각오가 투영된 3점슛 4개는 연이어 림 안쪽에 꽂혔다. KB스타즈가 절정에 오른 몸 상태로 코트를 지배한 박지수를 앞세우며 삼성생명을 압박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김보미의 활약 덕분에 42-52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채 전반을 마쳤다. 김보미는 이날 경기에서 3점슛 4개(4/7) 포함 12득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로 제 몫을 다했다.
그러자 임근배 감독은 2차전부터 선발 명단에 김보미를 올렸다. 이주연, 윤예빈 등 어린 가드들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의 노련함과 슛을 망설이지 않는 과감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보미는 임근배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2차전에서 3점슛 4개 포함 14득점 7리바운드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그의 활약도 여기까지였다. 김보미는 3차전에서도 선발 출전했지만 앞선 두 경기보다 부진했다. 김보미는 주로 수비에 힘을 쏟으면서 슛 기회 한 번조차 잡지 못하고 무득점에 그쳤다. 2쿼터에는 수비를 하던 중에 오른쪽 발목이 접질리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삼성생명이 64-73으로 패배하며 그의 봄 농구도 끝이 났다.
고급회에는 무채가 필요하다. 횟집에서 손수 만든 무채 위에 회가 올려지면 회가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회의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선수단을 꾸리더라도 이를 받쳐주는 조연이 필요하다. 김보미는 코트 안팎으로 선수들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내기 때문에 여태껏 코트를 누빌 수 있었다.
패배가 확정되고 눈물을 삼켜야 했던 김보미. 다음 시즌에는 울상 대신 그의 상징인 해맑은 미소가 번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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