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철의 여인 삼총사, 간절했던 우승 고지 밟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3-29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선두에 선 '에이스'는 주변에서 걱정이 끊이지 않을 만큼 투혼을 발휘했다. 혼신을 다해 상대편에 스파이크를 내리꽂았다. 뒤편에서 늘 몸을 구부리고 있던 '리베로'는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내기 위해 수없이 몸을 날려야 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감독'은 엄마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흥국생명 이재영(23) 김해란(35) 박미희 감독(56)의 이야기다. 모두 어깨에 무거운 짐을 안고 싸운 '철의 여인'이다. 단 한 가지 목표, 우승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1(15-25·25-23·31-29·25-22)로 제압했다.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흥국생명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006~2007시즌 이후 12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재영과 김해란 그리고 박미희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또 상처를 딛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토록 열망하고 간절히 원했던 우승이 확정된 순간, 서로 얼싸안고 뜨거운 감동의 눈문을 흘렸다. 그렇게 흥국생명은 서로 끌어 주고 밀어주며 12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 2018년 10월 말 개막 이후 5개월의 대장정을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흥국생명의 정상을 이끈 세 명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순간에도 나란히 서 있었다.
◇'또 최초' 박미희 감독, 하염없이 쏟은 눈물
"저한테도 이렇게 긴 인터뷰를 갖는 시간이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우승을 차지하고 30여 분이 흘렀지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눈가에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감정에 북받친 듯 목이 메이기도 했다. 전날(26일)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끈 최태웅 감독 역시 하염없이 눈물을 쏟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 '나는 울컥하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눈물을 흘릴 기회가 생기면 좋겠더라"던 그 역시 마음껏 울었다.
그는 첫 소감으로 "이번에 (정규 시즌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연패 없이 한 시즌을 보냈는데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선수들을 아주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지난 2년의 시간은 아쉬움과 아픔으로 가득했다. 2016~2017시즌 여성 프로스포츠 사령탑으로 최초 우승을 일궜지만, 챔프전에서는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로 뚝 떨어졌다. '지휘봉을 계속 잡고 있어도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느 종목이나 여성 감독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같은 지도자로 결과와 과정이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여성 사령탑'이라는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현역 시절 '코트의 여우'로 불렸던 그는 오랫동안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다가 2014년 5월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이번에 챔프전 우승으로 또 한 번의 '최초' 역사를 썼다. 프로스포츠에서 통합 우승을 이끈 첫 번째 감독이 됐다.
박 감독은 "힘들었을 때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했지만, 여성 지도자로 책임감이 있었다. 내가 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서 다시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며 "사실 내가 어깨가 무거울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후배들의 길을 막아선 안 되지 않나"라고 가슴속에 간직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누군가 (여성 감독 최초 우승을) 한다면 기왕이면 내가 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진짜 '엄마 리더십'을 선보였다. 편하게, 포근하게 다가갔다. 주장 김해란은 "그냥 엄마 같다. 평소에 '방 환기시켜라' '분리수거 똑바로 하자' '야식을 먹는 것은 좋은데 밥은 빠짐없이 꼭 챙겨 먹자'고 얘기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재영에게는 칭찬에 인색했다. 한국 여자 배구의 아이콘인 만큼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박 감독은 "칭찬을 안 할 수 없는 선수다. 그런데 주변에서 많이 칭찬하니까 나라도 절제했다.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본인만의 목표가 계속 생겨야 발전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잠시나마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난 박 감독은 "이틀만이라도 집에서 푹 쉬고 싶다"고 했다. 특히 "사령탑을 맡고 약 1년 동안 오전 6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했다. 집과 체육관까지 거리도 멀어 너무 힘들더라"며 "시즌 때 집에 자주 가지 못했는데 가족들이 청소와 빨래 등 역할을 분담해서 잘 생활하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선수 시절 우승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기쁘다"는 박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새로운 목표가 계속 생길 것 같다.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