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다 움켜쥔 ‘농구 여제’… 다른 손엔 “다시 도전자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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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03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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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우승했다고 생각할 거예요.”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 박지수(21)는 비시즌 각오로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을 3전 전승으로 끝낸 지 약 일주일이 지난 2일 만난 박지수는 다시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은 늘 ‘공공의 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최강의 상대를 목표로 도전할 때가 설레고 즐거웠다.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또 우리은행을 극복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박지수는 팀을 창단 후 첫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최연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거머쥐었다. 두 차례 모두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101표, 83표)였다. 프로 데뷔 3년 차에 한국 여자농구의 정점에 선 그는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반응이 아직 낯설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다녀온 것부터 통합우승, MVP까지 제가 꿈꿨던 것들을 많이 이룬 건 맞아요. 하지만 저는 직업 만족도가 정말 높고 농구에 대한 욕심이 많거든요.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갈 생각이에요. 그러다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요.”
박지수는 삼성생명과의 챔프전을 앞두고 시즌을 먼저 끝낸 우리은행 박혜진(29)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우리은행의 6년 연속 통합우승을 이끈 박혜진은 정규리그 MVP를 4차례, 챔프전 MVP를 3차례 수상한 박지수의 ‘MVP 선배’다. 박지수는 팀은 다르지만 시즌이 끝날 때마다 박혜진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 왔다. 그는 “언니가 ‘(플레이오프 탈락이) 차라리 후련하다’고 답장을 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난 6년간 얼마나 큰 짐을 지고 있었을지 이제야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압박감이 정말 컸을 텐데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도 언니처럼 어떤 상황이든 묵묵히 견디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수가 ‘도전자 모드’로 돌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하다. 그는 3, 4주 남짓 짧은 휴식을 취한 뒤 4월 말 WNBA 라스베이거스의 트레이닝캠프에 합류한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와 4년 계약을 체결해 첫 시즌을 치른 박지수는 32경기 평균 13분을 뛰며 평균 2.8득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제게 주어지는 공격 기회가 당연한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한 번이라도 더 부딪치고 싸워야 겨우 슛을 쏠 수 있죠. 그렇게 얻은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는 일도 많고요. 그런 경험들이 한국에서 제가 누리고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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