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세요, 잘 가세요. 인사만 했었네."

프로축구 울산 현대와 FC 서울의 K리그 5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울산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선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정도가 남았을 무렵 1970년대 인기곡 '잘 있어요'(이현)가 흘러나왔다. 믹스(전 14분)와 주니오(후 27분)의 골로 울산의 2대1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울산 팬들은 팀이 앞선 상황에서 경기 종료를 앞둘 때면 항상 이 노래를 부른다. 지난달 2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볼리비아의 대표팀 평가전에서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4만여 명의 팬이 경기 막판 1대0 승리가 굳어져 가자 '잘 있어요'를 불렀다.

국내 K리그도 시즌이 쌓이면서 유럽리그처럼 구단마다 독특한 응원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대구FC의 축구 전용 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는 개장하자마자 독특한 '천둥 발' 응원으로 화제가 됐다. 팬들이 모두 일어나 영국 록 그룹 퀸(Queen)의 명곡 '우리가 널 흔들어줄게(We Will Rock You)' 전주 부분처럼 일제히 발을 구른 뒤 "골!"을 외친다. 향후 증축이 용이하도록 철제 구조로 되어 있어 1만명이 발로 바닥을 구르면 그 소리가 콘크리트 경기장보다 훨씬 크게 울려 퍼진다. 조광래 대구FC 대표는 "관중의 발 구르는 소리가 지붕에 부딪혀 다시 경기장 안쪽으로 모이기 때문에 상대팀 선수들은 '천둥' 소리를 듣는 느낌일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 전통의 명문 구단 수원 삼성은 '우산 응원'이 명물이다. 수원 엠블럼을 구성하는 파랑·하양·빨강 세 가지 색깔이 섞인 우산을 응원가에 맞춰 빙글빙글 돌리는 재미가 있다. 서포터 그룹인 '프렌테 트리콜로'의 한 운영자는 "남미 응원 문화를 보다가 아이디어를 얻어 2013년 시작했다"고 했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엔 3000여 명의 서포터가 우산 위로 색종이를 흩뿌리며 축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수원의 라이벌 FC 서울엔 치어리더 'V걸스'가 있다. 축구는 전통적으로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가 없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응원하는 문화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 FC 서울이 2010년 K리그 최초로 야구 흥행 요소인 치어리더를 도입했다. 8명의 V걸스 치어리더는 일반 팬들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서포터들의 응원을 함께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FC 서울 관계자는 "처음엔 경기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일부 거부감을 가진 팬들도 있었지만 이젠 흥을 돋워주는 '효녀' 같은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군가를 부르는 경기장도 있다. 포항 스틸러스 경기장엔 해병 1사단 장병들이 단체 관람을 와 절도 있는 '군대식 응원'으로 힘을 보탠다. 해병 1사단을 전역한 뒤 프로 선수가 돼서 포항의 마지막 K리그 우승(2013년)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수비수 김원일(35·제주)은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팔각모 사나이' 군가를 들으면 지치다가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최근 K리그 2연패를 이룬 전북 현대의 서포터들은 골이 터질 때마다 뒤돌아서서 어깨동무를 한 채 '오오렐레'를 부른다. 뒤돌아 부르는 것은 '더 이상 경기를 보지 않아도 승리를 확신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K리그 여러 구단 팬들이 득점했을 때 부르는 노래지만, 최근 수년간 전북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이기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전북 팬들이 '전유물'처럼 자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