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은 이재영이라는 세 글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대회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9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일본에서 열린 2019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배구월드컵에 참가해 6승 5패(승점 18점)로 6위를 기록했다. 승수는 지난 2015년 대회보다 1승 많고, 순위는 같다.
한국이 세르비아, 브라질 등 강호를 꺾은 것도 고무적이지만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 것도 대회 수확 중 하나다. 특히 김연경과 윙스파이커진을 책임진 이재영의 활약은 뛰어났다. 이재영은 이번 대회 득점 10위(143점), 공격 성공률 11위(42.35%)에 올랐다. 그는 리시브 횟수(279회)도 팀내에서 가장 많았다. 리시브 효율 14위(16.13%)에 올랐다. 그야말로 공수 모두 힘을 보탰다.
귀국 후 만난 이재영은 "(이)다영이, (염)혜선 언니와 호흡이 잘 맞았다. 그전에는 세터가 계속 바뀌다 보니 호흡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연습 많이 하고 들어갔다. 호흡적인 부분이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다영과 서로 의지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서로 의지 안 한다. 경기 보면 그렇지 않다. 내가 리시브 못 하면 못 한다고 맨날 다영이가 뭐라 말한다"라고 웃은 뒤 "그래도 다영이하고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추다 보니 가장 편안하다. 내가 무슨 볼을 좋아하는지 안다. 그리하여 성공률도 괜찮고, 제일 자신 있는 코스로 때릴 수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전부터 총 6경기를 오전 11시에 경기를 치렀다. 오후 시간대에 경기를 하는 게 익숙해진 선수들에게 불편함은 없었을까. 이재영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오전에 웨이트 훈련보다 볼 훈련이 더 많았다. 힘들다고 생각 안 했다"라고 답했다.
이재영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9월 20일 파스쿠치를 대신해 아르헨티나 주전 공격수 프레스코를 영입했다. 공교롭게도 프레스코는 9월 22일 한국과 맞붙었다. 당시 프레스코는 공격 득점으로만 23점을 올렸다.
이재영은 "외국인 선수가 바뀌어서 걱정을 많이 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영상을 찾아보니 공격도 잘 하고 힘도 좋더라. 경기 때도 기대 이상 잘 했다. 이번 시즌 우승할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은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전원이 공격을 하는 팀이다. 새 외국인 선수가 들어와도 잘 할 수 있을 거다"라고 연이어 말했다.
한국은 서울에서 열린 2019 신한금융 서울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과 4강전에서 1-3으로 패했다. 당시 2진급을 꾸리고 나왔던 일본에 패해 충격이 두 배였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3-1로 승리하며 복수했다. 이재영은 "당시 일본 어린 선수들에게 지고 나서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높이와 수비만 잘 되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 다행히 모든 것이 잘 됐다"라고 자평했다.
마지막으로 이재영은 "그간 (김)연경 언니 의존도가 너무 높았지만 이번에 줄이는 데 성공했다. 볼 분배도가 좋았다. 연경 언니 없어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한 뒤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