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식으로 퍽의 최적경로 계산… NHL 달구는 '머니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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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06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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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처음 선보인 '머니 볼'은 메이저리그의 판도를 바꿨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주를 발굴하면, 거액 연봉의 스타가 없는 가난한 구단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빙판에도 이런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8~2919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정규리그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팀은 사막 한가운데인 애리조나를 연고지로 삼은 카요티스였다. 3년 전 만 27세에 단장으로 부임했던 존 차이카(30)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술과 선수단을 관리하는 기법을 도입했다. 야구의 머니 볼에 빗대 '머니 퍽(Puck)'으로 부를 만하다.
카요티스는 전설적 선수였던 웨인 그레츠키가 2005년부터 4년 동안 구단주 겸 감독을 맡은 기간에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때 파산까지 했던 비인기 구단이 신개념 '데이터 하키'를 장착하면서 올 시즌엔 막판까지 선전했다. 서부 콘퍼런스 9위를 하면서 상위 8팀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진출엔 실패했다. 하지만 팬들은 지갑 대신 컴퓨터로 '봄 하키'를 꿈꿨던 카요티스의 도전에 열광했다.
◇수학·통계 활용해 선수 평가
그동안 아이스하키에선 골과 어시스트 등 단순 통계를 중시했다. 차이카 단장은 야구의 세이버 매트릭스처럼 아이스하키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어드밴스드 스탯(Advanced Stats)'을 활용했다. 시간당 퍽 점유율, 총 슈팅 시도 횟수 중 블록샷 비율 등 기존에 없던 항목들을 계산해 전술에 반영한다.
선수 평가에도 수학의 힘을 빌렸다. 미분방정식으로 계산한 퍽의 최적 경로와 가장 비슷하게 움직일수록 높은 점수를 줬다. 특정 선수가 링크에 있을 때 팀이 시도한 슈팅과 슈팅을 허용한 개수를 따져 기용 효과를 분석했다. 올 시즌 카요티스는 경기당 2.54골을 넣어 전체 31팀 중 29위를 했다. 평균 실점은 27위(2.69골)였다. 골을 많이 못 넣는 대신 많이 먹지도 않는 실리적인 하키를 선보였다.
차이카 단장은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와 '퍽의 위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강조한다. 선수의 이름값이나 나이를 개의치 않고 팀 전술에 맞는 '저평가 우량주' 선수를 영입했다. 단장 부임 30개월 만에 21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다른 팀에도 영향 미쳐
차이카는 코넬대에 아이스하키 장학생으로 입학을 앞두고 허리를 다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친구 닐 레인과 의기투합해 아이스하키 데이터 회사 '스태슬리츠(stathletes)'를 차렸다. 카이카와 레인은 머니 볼 신화의 주인공인 빌리 빈(57)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과 폴 디포데스타(47)처럼 뭉쳐 새로운 시각으로 재가공한 데이터를 NHL 구단에 팔았다.
2015년 서부 콘퍼런스 꼴찌였던 카요티스는 차이카의 분석력에 감탄해 부단장을 맡겼다. 이듬해 카요티스의 승점은 22점 올라갔다. 차이카는 이 성과로 2016년 미국 4대 스포츠 사상 최연소 단장으로 승진했고, 1년 뒤엔 구단 경영을 총괄하는 회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사막의 땅에서 아이스하키 일을 하는 건 굉장히 모순적이지만 계획과 전략, 확신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요티스의 성과에 자극을 받은 다른 구단들도 데이터 분석 전문가를 불러들였다. 42년째 무관인 토론토 메이플리프스 등이 '머니 퍽'의 요소를 접목해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선입견보다 데이터의 힘을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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