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 '통합 우승만 12번' 위성우 감독 "이제는 도전자, 정상 탈환이 목표"
페이지 정보
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09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신한은행 코치를 거쳐 우리은행 감독까지. 12년 동안 여자프로농구 정상엔 늘 그가 있었다.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48) 감독은 여자농구 역대 최고 명장으로 꼽힌다. 일단 우승 이력이 화려하다. 2012년 처음 우리은행 사령탑을 맡은 이래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이뤘다. 역대 여자프로농구 감독 최다 우승 주인공 역시 위성우 감독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 팀 감독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영원할 것 같았던 위성우 감독의 우승 행진이 멈췄다. 정규 시즌엔 박지수가 버티는 청주 KB에 밀리며 2위에 머물렀고 플레이오프에선 김한별이 활약한 용인 삼성생명에게 무릎을 꿇었다.
'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이라 불리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다. 리그 최고의 가드 박혜진이 건재하고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박지현이 가세했다. 무엇보다 위성우 감독이 있는 한 우리은행을 만만히 볼 팀은 결코 없을 것이다.
우승 타이틀을 방어하는 챔피언에서 도전자로 바뀐 위성우 감독. 서울 장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연습 체육관에서 위성우 감독을 만났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여자프로농구는 현재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 위성우 감독은 가족과 여행을 다녀왔다며 근황을 알렸다.
Q. 12년 동안 우승만 했다. 여자프로농구 감독이 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플레이오프는 7년 전 신한은행 때 코치로 해봤다. 감독하면서부턴 처음이다. 낯설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챔피언결정전만 하다 보니 나나 선수들 모두 플레이오프 부담감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까 오히려 긴장을 너무 안 해서 결과가 안 좋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Q. KB와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은 보았나?
사실 안 봤다. 시즌이 끝나면 농구를 별로 안 본다. 신경 안 썼다. 기록이나 결과는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까, 결과는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 삼성생명 모두 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하면서 체력소모가 많았다.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김)한별이 등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다. 우리가 올라가나 삼성생명이 올라가나 결과는 비슷했을 거다. 내 예상대로 싱겁게 끝났다.
Q. KB 선수들이 챔피언결정전 1차전이 끝나고 우리은행을 언급했다. 정규 시즌 1위의 부담감을 안고 계속해서 우승을 한 게 대단하다고 하더라(KB 주장 강아정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마치고 "우리은행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니까 오래 쉬게 돼 감이 떨어졌다. 걱정이 많았고 긴장 되더라. 우리은행은 6년 연속 이런 과정 끝에 우승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정규 시즌 1등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팀보다 체력적으로 유리해서 편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부담감은 오히려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라온 팀보다 훨씬 많다. 기다리는 입장에선 어느 팀이 올라올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KB가 통합 우승을 했지만 그런 점이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나 선수들도 지난 6년 동안 힘든 과정이었다.
Q. 그동안 늘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통합 7연패는 실패했지만, 심적인 부담은 한결 덜었을 것 같다. 표정도 홀가분해 보인다.
(주위에서)부담을 덜었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6년 연속 우승하다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한 허탈감이 있다. 기대치라고 할까. 6년 연속 우승했는데 챔피언결정전도 못 올라갔으니까. 챔피언결정전에 가서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게 아쉽다. 하지만 한편으론 시원하게 잘 졌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하는 게 선수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부담을 덜 수 있는 결과라고 위로했다.
Q. 통합 4연패 때부터 "우승하고 내려올 때가 중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예전부터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것 같다.
영원한 건 없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정상에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우승을 못했다고 아쉬운 건 없다. 내려올 걸 예상했고 그게 올해 닥쳤을 뿐이다. 우승을 했다면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계속 안고 갔을 거다. 다들 아쉬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항상 이런 순간을 준비해왔다. 다시 올라갈 날이 내년이 될지, 내후년이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준비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걱정이다. 선수들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임영희가 은퇴하고 박지현이 들어왔다. 내가 처음 우리은행에 왔을 때랑 선수단이 많이 바뀌었다. 얼마만큼 연착륙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지만 바닥을 안 찍고 어느 틈에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Q. 시즌 전이면 항상 "이번 시즌은 힘들다"면서도 결국 우승했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양치기 소년'이다.
언젠가 우승을 못하면 그 별명은 없어질 거라 생각했다. 내려올 걸 예상하고 속으로 설레발을 쳤다. 우승 못하는 것에 대해 항상 부담과 걱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제 그런 별명은 더 들을 이유가 없다.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우승을 재탈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쉬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하고 있다.
Q.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 하면서 "어차피 우승은 우리은행", "우리은행 때문에 여자농구가 재미없어졌다"는 말이 돌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론 상처가 됐을 것 같다.
사실 속이 많이 상했다. 우리가 그냥 우승하는 게 아니다. 6개 구단 중 우리 선수들이 제일 열심히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우승은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얻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주위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올 때 난 괜찮지만 선수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감독이 욕 먹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선수들의 평가가 안 좋을 때 신경이 많이 쓰였다. 다 우승을 많이 하면 짊어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1등을 좋아할 팀은 없지 않나. 우리 선수들이 늘 열심히 해서 그렇다. 이제는 우승을 못했으니 안티 세력이 조금은 덜하지 않을까 좋게 생각한다.
Q. 삼성생명과 벌인 플레이오프 3차전은 임영희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 경기가 끝나고 임영희 얘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다. 통합 6연패 시절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눈물이었다.
그냥 주책을 떤 것 같다(웃음). (임)영희 은퇴는 내부적으로 이미 얘기가 나온 상태였다. 나이도 있고 애기도 낳아야하니까. 사실 영희는 몸만 놓고 보면 4, 5년은 더 선수로 뛸 수 있다. 영희 은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기사로 먼저 나가면서 당황했다. 영희랑은 7년을 같이 했다. 통합 6연패하는데 누구 때문에 우승했냐고 하면 두말 할 것 없이 임영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희를 치켜세우려는 게 아니다. 이게 펙트다. 영희가 나랑 7년 운동하면서 총 쉬는 날은 한 달 됐을까? 거의 쉬질 않는다. 1년 중에 일주일도 안 쉰다. 영희는 항상 자신이 열심히 해서 잘됐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대충하면 지금까지 이뤄놓은 게 한 순간에 무너진다고 생각한다. 나와 비슷하다. 나도 대충하면 성적이 안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으로서 이렇게 고마운 선수가 또 어디 있나.
플레이오프 3차전하는 날 영희가 오전에 몸을 풀고 슈팅을 하는데 문득 생각났다. 우리가 오늘 지면 영희랑 나랑 감독과 선수로 함께 보내는 건 마지막이라고. 슛 쏘는 영희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눈물을 흘리더라. 나도 울컥했다. 솔직히 그런 감정들이 그날 내내 갔다. 경기를 마칠 때도 챔피언결정전에 못 가 아쉬운 마음보다 ‘영희의 경기가 끝났구나’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사실 영희한테 제일 미안하다. 주장이었고 나이가 많아 힘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는 게 다반사였다. 영희가 나이 먹어가면서 약해지는 게 서러웠다. 영희는 항상 저렇게 열심히 하고 강인한 애인데 나이 들고 약해지는 게 너무 싫었다. 영희는 몸도 건강하고 아픈데도 없고 잘 뛰었다. 나이 먹었다고 힘들어 하는 걸 내가 부정하고 싶었다. 영희가 조금이라도 못하면 다그쳤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영희한테 미안하다. 통합 6연패는 영희 없었으면 못했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그래서 그날은 내가 주책을 떨었다. 영희는 내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선수였고 고마운 선수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