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SK 타자들, "초반 침체, 코치님과 무관..터질 때 됐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23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김 코치님과는 무관하다."
참 공교로운 일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타선이 마구 터지기 시작했다.
SK 김무관 타격코치가 시즌 초 극심한 팀 타선 침체로 마음 고생 끝에 육성군으로 내려간 날, SK 타선이 제대로 폭발했다.
SK는 김 코치의 보직 이동이 확정된 19일 인천 NC전에 홈런 2개 포함, 11안타로 11득점을 올렸다. 비록 패했지만 올시즌 첫 두자리 수 팀 득점이었다. 반짝이 아니었다. 다음날인 20일 NC전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홈런 3개 포함, 장단 15안타 맹폭으로 10득점. 이틀 연속 두자리 수 득점에 이번에는 승리까지 따라왔다. SK는 김 코치가 없는 첫 주말 3연전에서 홈런 7개 포함, 35안타로 25득점을 올렸다.
늦게라도 터진 타선. 팀으로선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SK 염경엽 감독도 "이제 홈런도 나오기 시작했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타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민망한 상황이다. 타자들은 타격코치가 바뀐 뒤 마치 약속이나 한듯 봇물 터진 상승 흐름에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주요 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말 상승세가 코치 보직 변경과는 관계 없는 일임을 강조했다. 21일 NC전에서 부상복귀 후 첫 홈런을 날린 한동민은 "그동안 정말 답답할 정도로 안 터졌다. 이제 (최) 정이 형도 치고, 로맥도 간간이 치고, 오늘 저도 쳤고, 이런 분위기를 몰아가면 잘 될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 상승 흐름에 대해 한동민은 "타격코치님이 바뀌시자 마자 이렇게 돼 선수 입장에서 죄송스러운 마음 뿐"이라며 "시기가 좀 안 좋았던 거 같다. 개인적으로 많이 지도해주시고 챙겨주셨던 분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오히려 (바뀌시고 나서 죄송한 마음에) 저희 선수들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좀 더 잘 하자 하고 있다. 솔직히(타선이) 터질 때가 됐다"고 타격코치가 바뀐 후 폭발의 우연성을 설명했다.
20일 NC전에서 2회 승기를 잡는 3점 홈런 포함 3안타 5타점으로 부활한 주포 최 정은 경기 후 바로 "김무관 코치님께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열정적으로 많은 신경을 써주셨는데, 나를 포함해 선수들이 너무 부진했다"고 반성했다. 그 역시 "경기에서 타격은 선수들이 하는거다. 김무관 코치님 때문에 타선이 침체한 게 아니었다"라며 '내 탓이오'를 강조했다.
간판 타자들이 누차 강조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김무관 코치는 캠프 부터 꾸준하게 타자들에게 공을 들여왔다. 누적된 그의 노력이 선수들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쌓여있다. 보직이동하자 마자 터진 팀 타선이 김 코치의 공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많은 선수들의 흐름이 좋지 않은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반발력이 감소한 공인구와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 이른 개막에 따른 추운 날씨도 '빅 볼'을 추구하는 와이번스 특성상 타 팀에 비해 더 불리하게 작용했다. 시즌 초는 이처럼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였을 뿐이다. 그런 가운데 김무관 코치의 보직 이동은 타자들에게 큰 충격을 던졌다. 슬슬 타격 흐름이 올라올 만한 시점에 '각성효과'까지 겹친 셈이다.
"터질 때도 됐다"는 한동민의 말은 이 모든 상황적 흐름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명쾌한 설명이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