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니스 안테토쿤보 : 그리스에서 온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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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2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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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온 괴인이 엄청난 기세로 NBA 무대를 정복하고 있다. 당시 역대 최악의 드래프트 중 하나라고 평가되던 2013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5순위로 밀워키 벅스에 지명된 안테토쿤보는 리그 6년 차에 평균 27.7득점 12.5리바운드 5.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018-2019 NBA 정규시즌 MVP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있다.
#1 안테토쿤보 드래프트가 되어버린 2013년 드래프트
안테토쿤보가 지명된 2013년 드래프트는 2000년 드래프트 이후 역대 최악의 드래프트라고 손꼽히곤 했다. 「ESPN」의 칼럼니스트 채드 포드는 매년 열리는 드래프트 선수들에 대해, 각 구단 스카우터들과 GM들의 의견을 종합해 티어를 구분했다. 티어 1은 엘리트 레벨로, 향후 슈퍼스타 포텐이 있는 선수를, 티어 2는 올스타 레벨, 즉 향후 올스타에 얼굴을 비출만한 포텐이 있는 선수를 지칭한다. 2009년부터 시작된 채드 포드의 티어 시스템에서 2013년까지 티어 1을 받은 선수는 블레이크 그리핀, 존 월, 앤써니 데이비스 총 세 명이었다. 2011년 드래프트 1순위에 꼽힌 카이리 어빙은 채드 포드의 티어 시스템에서 티어 2에 선정되었다.
물론, 채드 포드의 티어 시스템이 결코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지만, 당시 NBA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2013년 드래프트는 티어 1은 물론, 티어 2에 아무 선수도 속하지 못했다. 유력한 1순위 후보로 언급되던 선수들은 대부분 티어 3에 언급되었고, 안테토쿤보는 로테이션 레벨, 즉 후보 선수를 지칭하는 티어 5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가장 어린 나이에 지명된 안테토쿤보는 가장 먼저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고, 소속팀 밀워키 벅스가 47년 만에 NBA 정규 시즌 전체 1위를 달성하는데 일등공신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테토쿤보를 지나친 14팀에 대해 뭐했냐고 비판하지만, 신인 선수들을 스카우팅하고 지명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지금은 213cm 110kg의 건장하다 못해 NBA 최상의 신체 조건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지만, 당시 19살의 안테토쿤보는 206cm에 100kg가 채 안 되는 앙상한 소년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농구 구력도 짧았다. 그리스 2부 리그에서 뛴 경험이 전부. 이런 소년에게 드래프트 지명권을 투자할 팀은 많지 않았다.
당시 13순위의 지명권을 가졌던 댈러스 매버릭스의 단장 도니 넬슨은 안테토쿤보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단주였던 마크 큐반은 이를 듣지 않았다. 유럽 역사상 최고의 선수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워포워드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덕 노비츠키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는 꽤 납득 할 만한 이유이지 않은가. 아마도 노비츠키에게 출장시간을 빼앗지 못했을 안테토쿤보는 댈러스에서 뛰었다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밀워키 벅스와 2라운드에서 맞붙는 보스턴 셀틱스의 ‘거상’ 대니 에인지 단장은 최근 「보스턴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안테토쿤보 드래프트에 관해 “우리는 그를 좋아했지만, 당시에는 깡마른 아이였을 뿐 발전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아이처럼 보였다”고 밝혔다.
결국 가드가 필요했던 댈러스는 16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보스턴과 트레이드를 통해, 13순위 지명권을 넘겨주었고, 또 16순위의 지명권을 애틀란타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18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보스턴은 슛이 좋은 빅맨 켈리 올리닉을 지명했고, 애틀란타는 루카스 노게이라라는 브라질 출신의 센터를, 댈러스는 가드 쉐인 라킨을 지명했다.
지금은 올랜도 매직의 단장이지만, 당시 밀워키 벅스의 단장이었던 존 헤먼드는 안테토쿤보 지명에 대해 “단지, 드래프트 이전 우리는 드래프트 선수들 관련 랭킹(이하 빅보드)을 선정해 놨고 안테토쿤보가 15번째에 있었을 뿐이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밀워키 역시 15순위가 아니었다면 안테토쿤보를 지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밀워키는 타 팀들보다 안테토쿤보를 비교적 좋게 평가했다는 후문. 당시 헤먼드 단장은 안테토쿤보에 대해 “사이즈(size)가 좋고, 워크에틱(work ethic)도 좋아 업사이드(up-side)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안테토쿤보 관련 「TNT」 다큐멘터리(Finding Giannis)에 따르면, 뉴욕 닉스는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안테토쿤보에 대해 스카우팅 조차 하지 않은 유일한 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안테토쿤보는 이번 시즌 활약 대비 연봉이 가장 작은 선수로 뽑혔다. 경제 전문지 「Forbes」의 분석에 따르면, 안테토쿤보는 팀이 거둔 60승 중 18.1승을 책임졌고 이는 5300만 달러의 기대 연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안테토쿤보가 이번 시즌 수령하는 연봉은 2410만 달러다. 또한, 안테토쿤보는 소속 구단 밀워키 벅스를 스몰마켓에서 국제적인 브랜드로 변모시키고 있다. 최근 5년간 밀워키 벅스의 구단 가치는 약 6억 달러에서 약 13억 달러로 225% 증가했다. 이번 시즌 올스타 투표에서 동부 컨퍼런스 전체 1위를 차지하며 팀 야니스를 이끌었고,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도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안테토쿤보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기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입증하며, 명실상부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다.
#2 하늘이 주신 또 다른 재능, 겸손함 그리고 워크에틱
안테토쿤보의 최대 장점은 엄청난 사이즈와 운동 신경에 있지만, 그 못지않게 뛰어난 부분이 바로 워크에틱이다. 덕 노비츠키, 케빈 가넷과 모두 뛰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제이슨 테리는 선수 생활 말년을 안테토쿤보와 밀워키 벅스에서 보내게 되었다. NBA에서 무려 19시즌을 보낸 제이슨 테리는 안테토쿤보처럼 밤샘 훈련하는 선수를 본 적이 없었다. 보통의 선수들은 경기 전날 연습이 끝난 후, 영화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곤 한다. 경기 전날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도. 그러나 안테토쿤보는 그러한 불문율을 깨부수고 말았다. 실제 훈련할 때도 마치 실전처럼 수비를 넘나드는 슈퍼스타들은 드물다.
좀처럼 다른 선수들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는 샤킬 오닐도 팟캐스트에 출현해 “안테토쿤보가 24살의 나보다 낫다”고 말하며 본인의 슈퍼맨 칭호를 물려주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닐뿐만 아니다. 팀 동료가 된 파우 가솔도 안테토쿤보를 코비 브라이언트와 비교하며 “코비는 최고가 되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기 때문에 매 훈련 가장 일찍 와서 가장 늦게 가기 일쑤였고, 이는 안테토쿤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최고가 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며, 그들은 이러한 방식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안테토쿤보의 열정을 칭찬했다.
안테토쿤보의 워크에틱에 감탄한 사람은 한 명 더 있다. 바로 ‘독종’ 코비 브라이언트. 「The Athletic」과의 Q&A에서 안테토쿤보에 대한 질문에 “나는 올 시즌 그의 엄청난 활약에 놀라지 않았다”며 훈련 일화를 소개했다. “안테토쿤보와 올 여름 운동하기로 했는데, 그는 나보다 1시간 반 일찍 나타나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중략) 그는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항상 나아지겠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활약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안테토쿤보의 워크에틱을 극찬했다.
#3 파워포워드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농구에서 정형화된 5개의 포지션을 설명할 때, 설명하기 가장 어려운 포지션은 파워포워드가 아닐까? 두산백과는 파워포워드에 대해 “스피드, 점프력, 민첩성, 넓은 시야 등이 요구되는 포지션”이라며 “센터와 함께 포스트에서 리바운드를 하고, 때로는 슈팅포워드 역할까지 담당한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바로 안테토쿤보가 아닐까. 7피트의 거대한 신장으로 웬만한 가드들보다 빠른 속도로 코트를 휘젓는다. 그렇다고 오픈 코트에서만 강력한 것이 아니다. 리그 최고의 센터로 불리는 조엘 엠비드를 상대로 연속 블락을 하는가 하면,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센터 중 한 명인 안드레 드러먼드를 포스트업으로 밀어 넘어뜨리기도 한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리그 최고의 투-웨이 플레이어다.
이런 안테토쿤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슛팅력이다. 올 시즌 안테토쿤보의 3점슛 성공률은 25%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 엄청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안테토쿤보는 가넷에게 본인이 더 익혀야 할 기술이 없냐며 과외를 요청했고, 가넷은 이를 받아들였다. 훈련 직후 「야후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기교를 요하는 원-드리블, 투-드리블 풀업 점퍼는 코비 브라이언트, 마이클 조던을 막기 힘들게 했던 주된 이유였다”며 “안테토쿤보도 지금 상황에서 미드레인지 게임을 연마하면 더 막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넷도 이러한 기술을 무조건 장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코치 채드 포시어도 안테토쿤보가 슛을 장착해야만 하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지경의 선수”라며 “그가 굳이 스테판 커리처럼 될 필요는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2000년대에 소위 ‘3대 파워포워드’라고 불리던 팀 던컨, 케빈 가넷, 덕 노비츠키는 각각 26살, 28살, 29살에 정규 시즌 MVP에 선정되었다. 만약 안테토쿤보가 2018-2019 시즌 MVP에 선정된다면 25살의 나이로 MVP에 선정되는 셈. 현역 최고로 꼽히는 르브론 제임스가 25살에 MVP에 선정되었고, 케빈 듀란트가 26살에 MVP에 선정되었다. 과연 안테토쿤보는 제임스 하든의 백투백 MVP를 저지하고 역대급 선수의 탄생을 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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