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두 팀에게서 새로이 나올 것은 없다. 오히려 긴 여정의 여파만 남아있을 뿐. 노출될 만큼 노출된 상황에서 이제 동부와 서부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두 팀 감독과 에이스들은 계속해서 서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답해야 하는, 그리고 답을 찾아야 하는 물음들일 것이다. 먼저 물음을 회피하고, 먼저 꼬이는 팀이 무너진다.
5년 연속 파이널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창단이래 첫 파이널 진출에 성공한 토론토 랩터스. 두 팀의 NBA 파이널이 31일(한국시간) 막을 올린다.
시리즈 1차전의 주목할 만한 스토리라인을 준비해보았다.
→ 9일만의 1차전, 첫 파이널 1차전
1984년 이후 NBA 파이널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의 파이널 시리즈 전적은 24승 11패(68.6%)다. 가장 최근인 2016년에는 골든스테이트가 1차전을 이기고 시리즈를 3승 1패로 앞서갔지만, 역스윕을 당하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넘겼다. 지난 4년간 골든스테이트가 내준 유일한 우승이기도 하다.
지난 10년을 돌아봤을 때 ‘1차전 승리=우승’ 공식이 늘 맞았던 것은 아니다. 2011년(댈러스 매버릭스), 2012년(마이애미 히트), 2013년(마이애미 히트)에는 모두 1차전 패배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1차전을 지고도 분위기를 잃지 않고 바로 반격에 나선 덕분이다.
토론토와 1차전은 흥미로운 관계에 있다. 2015년부터 올해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토론토 랩터스의 1차전 전적은 2승 9패에 불과했다. 올해도 1라운드 1차전을 올랜도 매직에게 내줬고,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밀워키 벅스에게 패했다. 본의 아니게 찾아오는 ‘1차전 징크스’가 파이널이라는 일생일대의 무대에서도 재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행히 1차전은 토론토에서 열린다. 올 시즌 선수들이 가장 긴 시간을 보낸 장소다. 최고의 응원군 드레이크와 ‘주라기 공원’ 광장에 모인 팬들의 응원이 기다리고 있다.
컨퍼런스 결승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온 점도 호재다.
카일 라우리가 한껍질을 깨고 나왔으며, 카와이 레너드는 말할 것도 없다. 롤 플레이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승리에 공헌했다. 레너드와 대니 그린은 파이널 우승 경험자이고, 서지 이바카 역시 무대를 밟아봤다. 마크 가솔은 파이널이 처음이지만, 단판으로 결정되는 월드컵과 올림픽 결승의 중압감을 경험했던 선수다. (비록 컨퍼런스 파이널에서는 6경기, 32개 중 26개를 실패하는 등 슛이 계속 빗나가긴 했지만 대니 그린 같은 ‘슈터’는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경계를 해야 한다. 그는 샌안토니오 소속이었던 2013년에 7경기서 23개의 3점슛을 넣은 바 있다. 이는 스테픈 커리가 32개로 새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당시 NBA 기록이었다.)
관건은 체력이다. 골든스테이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쉴 시간이 부족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닉 널스 감독은 28일까지도 코트 훈련을 재개하지 않은 채 비디오 분석으로 대체했는데, 과연 1차전까지 얼마나 준비된 모습을 갖출지, 그리고 1차전에서도 필라델피아 76ers, 밀워키 벅스 시리즈 후반부에 보인 모습을 보일 지 궁금하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굉장히 긴 텀을 가졌다. 오죽하면 앤드루 보거트가 “싱글들은 지루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와이프도 돕고, 아이들과 시간도 가져서 틈이 없었다”고 했을까.
NBA 플레이오프가 현재의 시스템(16개 팀 진출)을 갖춘 이래 시리즈 사이에 9일이나 휴식이 주어진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2003년 뉴저지 네츠가 컨퍼런스 파이널과 NBA 파이널 사이에 10일 휴식을 가진 적이 있고, 바로 다음해인 2004년에 인디애나 페이서스가 1라운드와 컨퍼런스 준결승을 사이에두고 10일간 쉰 적이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2017년에도 9일간 휴식을 가졌는데, 자자 파출리아의 몹쓸 짓이 시리즈를 조기종영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차전서 상대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에이스 카와이 레너드가 발목 부상을 입었고, 이후 시리즈는 4-0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골든스테이트는 9일의 휴식을 어떻게 보냈을까.
상대가 토론토로 결정되기 전까지는 가벼운 전술 훈련만 두어차례 가졌다. 스티브 커 감독은 “부상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리듬이 깨지는 것도 원치 않기 때문에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다행히 선수들도 많이 겪어봤기에 매일매일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알고 있다. 알아서 각자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앤드루 보거트는 “경기 감각이 관건인데, 다들 훈련 중에 미친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에서 1차전을 진 적이 없다. 플레이오프 전체로 봤을 때도 1차전 12연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