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류현진, '다저스 전설' 샌디 쿠팩스를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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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07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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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32)이 지난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 원정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자 '다저스 인사이더'는 경기 리뷰 기사에 이런 제목을 붙였다. 동시에 다저스 공식 SNS와 현지 언론은 앞다퉈 류현진의 성적 옆에 한 레전드 투수의 이름을 함께 언급하기 시작했다. 다저스 역사상 최고 왼손 투수로 남아 있는 샌디 쿠팩스(84)다.
다저스 인사이더는 "류현진의 최근 7경기 실점 기록은 다저스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왼손 투수 두 명의 최전성기 기록만큼이나 난공불락이다"라고 썼다. 첫 번째 비교 대상은 쿠팩스. 1962년 6월 19일부터 7월 13일까지 7경기에서 58⅓이닝을 던지면서 단 3점만 내줘 평균자책점 0.46를 기록했다. 두 번째 인물은 현재 다저스 에이스인 클레이턴 커쇼다. 2014년 6월 9일부터 7월 10일까지 7경기에서 53이닝을 소화하면서 총 3점을 잃었다. 평균자책점은 0.51.
그 바로 뒤를 잇는 왼손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다. 지난 7경기에서 52⅔이닝 동안 3실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 0.51를 남겼다. 이 매체가 "류현진이 전설들의 베스트 기록 바로 곁에 섰다"고 얘기할 만하다. 이미 개막 첫 11경기 평균자책점(1.48)에서 쿠팩스 기록(1963년·1.49)을 추월하고, 쿠팩스가 보유한 33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에 2이닝 차까지 근접했던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기록과 함께 쿠팩스의 과거 기록이 다시 조명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메이저리그 진출 7년째를 맞이한 류현진으로는 감개무량한 일이다. 쿠팩스는 다저스 역사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최고 왼손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1955년부터 1966년까지 다저스에서만 뛰면서 397경기에서 2324⅓이닝을 던져 통산 165승87패,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2396개를 기록했다. 결코 길지 않은 12시즌 동안 사이영상을 세 차례(1963·1965·1966년)나 수상했다. 양대 리그를 통합해 시상하던 시절인 데다, 세 번 모두 만장일치로 선정돼 더 대단하다.
또 다저스를 네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월드시리즈 통산 평균자책점은 0.95에 달한다. 은퇴한 지 6년 만에 초고속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쿠팩스가 은퇴하기 전에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이 개발됐다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런 쿠팩스와 비교될 수 있던 다저스 왼손 투수는 지난해까지 커쇼가 유일했다. 커쇼 역시 내셔널리그에서 세 차례(2011·2013·2014년)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다저스는 전신 브루클린 시절까지 포함해 총 12차례 사이영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그 가운데 6회를 왼손 투수인 쿠팩스와 커쇼가 양분했다. 류현진은 올해 그들의 뒤를 이어 거론될 만한 최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류현진은 실제로 쿠팩스를 몇 차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조언도 들은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했던 2013년 캠프가 첫 만남의 현장이었다. 다저스 구단주 특별 고문 자격으로 캠프지를 방문한 쿠팩스는 한국에서 온 왼손 투수에게 "뭐라고 부르면 되냐"고 물었고, 류현진은 "그냥 '류'라고 불러 달라"고 수줍게 대답했다. 쿠팩스는 이후 "생각보다 덩치가 큰 투수라 깜짝 놀랐다"며 "내가 전수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알려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현진 역시 "쿠팩스 같은 최고의 선수에게 배우는 것은 내가 빅리그에서 바랐던 일 중 하나"라는 소감도 밝혔다. 그때만 해도 먼발치서 쿠팩스를 낯설게 바라봤던 류현진은 이제 '대가'와 함께 이름이 오르내릴 만한 대형 투수 반열에 올랐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시즌 중후반까지 이런 기세를 이어 간다면, 쿠팩스의 이름은 앞으로 류현진과 함께 더 많이 언급될 것이 틀림없다. 류현진은 벌써부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고, 앞으로 류현진이 도전장을 던질 만한 쿠팩스의 기록이 여러 개 남아 있어서다.
류현진은 애리조나전 승리 이후 현지 방송사 기자에게 '당신에게는 야구가 무척 쉬워 보이는데, 실제로 그렇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 번도 야구가 쉬운 적은 없었다. 다만 나는 내 게임 플랜을 실행하고 있고, 지금 몸 상태가 아주 좋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건강한 류현진에게 걸림돌이란 없어 보인다. 놀라운 호투 행진을 펼치면서 다저스 왼손 투수의 역사에 이름을 새겨 나가는 류현진. 그 덕에 '전설'들의 위대한 과거도 다시 빛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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