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듀란트의 부상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뿐 아니라 모든 NBA 팬들에게는 큰 손실이다. 물론, 가장 마음이 아프고 힘든 건 본인이겠지만 이런 부상이 경기 중에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듀란트는 경기 후 뉴욕으로 이동해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고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그렇다고 해서 한동안 ‘뛰냐, 안뛰냐’를 놓고 질문이 끊이지 않았던 골든스테이트의 기자회견에서 이제 듀란트의 이름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스티브 커 감독은 “업데이트된 정보가 없다”고 못을 박고 기자회견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슴 아픈, 다른 한편으로는 불편한 분위기에도 불구, 어쨌든 경기는 계속된다.
홈에서 3~4차전을 내리 졌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오라클 아레나와 웃으며 작별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가슴 아픈 공백을 극복하고 6차전을 잡아야 또 다른 내일이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오라클 아레나를 47년간 사용해왔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쳤던 토론토 랩터스는 시리즈를 종결짓고자 한다. 종료 3분 여전만 해도 승리를 확신했던 그들은 ‘스플래시 브라더스’에게 내리 3점포를 허용하면서 한 경기 더 가져가게 됐다.
현장 기자에 따르면, 토론토가 103-97로 앞서갈 무렵, 이미 복도에는 래리 오브라이언 우승 트로피와 빌 러셀 NBA 파이널 MVP 트로피를 전달할 임원과 빌 러셀이 대기하고 있었고, 우승 행사를 진행할 준비도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리허설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번 더 하게 됐다.
4쿼터 미친 듯한 ‘단독’ 10-0 런(run)을 주도한 카와이 레너드가 과연 이번에는 처음부터 폭발할지, 듀란트라는 천군만마를 잃은 ‘스플래시 듀오’와 드레이먼드 그린이 자존심을 지킬 지가 관심사인 NBA 파이널 6차전은 오늘(14일) 오전 10시에 팁오프한다.
1. 카일 라우리의 침공
라우리가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슛을 놓쳤을 때, 토론토 현지 기자들은 “누구도 라우리를 탓할 수 없다”는 기사를 냈다. 과거 더마 데로잔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라우리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라우리의 마지막 슛은 드레이먼드 그린의 탁월한 위치 선정과 재빠른 움직임에 의해 저지됐다. 카와이 레너드는 더블팀이 오자 재빨리 외곽 찬스를 봤는데, 마침 마크 가솔을 체크하던 그린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막아냈던 것이다. 애초 레너드는 자신이 공격하기보다는 더블팀을 역이용할 심산이었는데 이것이 막히면서 한 경기를 더 가게 됐다.
홈에서 마지막 슛을 놓친 것은 라우리나 레너드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우리는 파이널 들어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며 그간의 평가를 뒤집고 있다. 궂은 일은 물론이고 개인 공격에서도 골든스테이트 수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미스매치 상황에서 유유히 장신 숲을 파고 드는 플레이는 여러 번 드마커스 커즌스를 당황시키고 토론토 팬들을 열광케 했다.
과거 우승팀들은 힘좋고 돌파와 슛을 겸비한 이런 류의 포인트가드를 막는데 있어 자신들의 최고의 수비카드를 꺼내들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샌안토니오 스퍼스였는데, 브루스 보웬을 승부처에 첸시 빌럽스에게 매치시켜 움직임을 위축시키는데 성공했다.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서는 테이션 프린스가 상대 포인트가드를 방해하는 것이 낯선 장면이 아니었다.
그러나 골든스테이트는 그럴 여력이 없다. 카와이 레너드는 언제든 2~3인분을 해낼 선수이며, 파스칼 시아캄도 그냥 두기 어렵다. 카일 라우리에게만 신경을 쓸 수가 없다. 무한 스위치로 대응한다면 동선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선수들이 모두 건강하게 뛸 때의 이야기다. 드마커스 커즌스는 느리고, 스몰라인업의 단점을 상쇄시켜줬던 케빈 듀란트는 이미 없다.
케본 루니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쇄골 부상에도 불구, 엄청난 덩치와 힘을 가진 빅맨들과 계속 컨택(contact)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든 일이다. 스티브 커 감독이 수비 카드를 어떻게 꺼내들지는 모르는 일. 그렇지만 벼랑 끝에 몰렸다 해서 갑자기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점에 있어 건강과 뎁쓰(depth)라는 두 카드를 갖고 있는 토론토는 큰 우위를 갖고 임할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슛만 잘 들어간다면 수월한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
라우리는 이번 파이널 5경기에서 14.2득점 6.6어시스트 3.4리바운드 1.4스틸을 기록 중이며, 루즈볼 리커버리와 차징 유도, 디플렉션 등에서도 레너드와 함께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다만 4~5차전 3점슛이 10개 중 1개 밖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3점슛만 더 따라준다면 토론토의 경기는 더 원활하게 흐를 수 있을 것이다.
2. 경기를 지배한 카와이 레너드
토론토가 만일 이대로 우승한다면 파이널 MVP는 두 말할 나위없이 카와이 레너드다. 시리즈 내내 현지 기자들은 레너드 MVP를 의식한 듯, 양 팀의 여러 선수들에게 그에 대한 평가를 취합(?)해왔다. 르브론 제임스와의 비교 떡밥을 던지기도 했는데, 이 이슈에 낚인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가 하면 레너드의 옛날 이야기, 심지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나 ‘농구선수가 안 됐다면?’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도 벌써 나왔다. 파이널이 끝난 뒤에 질문해야 마땅하지만, 이런 식으로 미리 써놓는 것도 기사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 중 하나이니 말이다.
이처럼 기자회견실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인터뷰마다 ‘기승전-레너드’가 되는 이유는 당연하다. 활약이 파이널 MVP로 거론되기에 충분히 압도적이기 때문. 레너드는 3쿼터까지 14점(야투 15개 중 4개, 3점슛 4개 중 0개)에 그쳤지만 4쿼터에 언제 그랬냐는 듯 3점슛 2개를 포함해 10점을 내리 챙기면서 흐름을 바꿔놨다.
4쿼터 종료 7분 3초전, 스테픈 커리가 올라갈 때 레너드가 블록하고 이어 레너드의 득점으로 1점차(91-92)로 따라붙는 장면은 굉장히 상징적이었다. 토론토는 레너드의 원맨쇼에 힘입어 승기를 잡는 듯 했고, 반면 안드레 이궈달라의 터프샷 퍼레이드가 이어지던 골든스테이트는 패색이 짙었다.
결과적으로는 골든스테이트가 재정비를 마친 스플래시 브라더스의 활약으로 이기긴 했지만, 그 짧은 휘몰아치기로 레너드는 한 번 더 자신의 가치를 확실히 했다. 동료 및 상대가 꼽는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정신력'이다.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상황이 와도 내색하지 않고, 팀이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다. ESPN <점프(jump)> 진행자인 레이첼 니콜스는 “말그대로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다”라고 말했는데, 그보다 적합한 표현이 없어 보인다. 파스칼 시아캄 역시 “상황에 상관없이 항상 차분하고 냉정을 유지한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감탄하게 되고, 가장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주변 분위기나 평가와 상관없이 레너드는 “언제든 내 생각은 같다. 오늘 경기를 이기고 싶다. 오늘 경기는 이겨야 한다”라며 “우리 실수를 돌아보고,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데 주력하겠다. 집중해서 목표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