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휘슬 울려도… 공만 날아오면 몸 날리는 '빛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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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1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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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눈부신 선방 이광연
"키가 작아서 아쉽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이번에도 이 정도 키로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니까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폴란드 U-20(20세 이하)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수문장 이광연(20·강원FC)은 준우승의 주역이자 이번 대회 주요 수확으로 꼽힌다. 전 경기에 풀타임 출전한 그는 골키퍼치고 키가 작은 편(184㎝)이란 단점을 빠른 반응 속도로 극복했다. 7경기에서 8실점. 결승에서만 3골을 내주는 바람에 '평균 0점대 실점'이란 목표엔 못 미쳤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나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맞선 준결승전 후반은 이광연의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시킨 시간이었다. 에콰도르의 매서운 막판 공세를 전부 막아내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특히 추가 시간 4분이 지난 시각 에콰도르의 공격수 캄파나의 헤딩슛을 막아낸 게 결정적이었다. 18일 서울 시내에서 만난 그는 "공이 날아오는 건 제대로 못 봤는데, 그 선수가 헤딩하려고 고개를 트는 게 눈에 들어오니까 반사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 건데 운이 좋았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몇 분 뒤 주심이 휘슬을 울리자 그는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때 에콰도르 선수가 왼발로 공을 강하게 때렸고, 이광연은 다시 자세를 잡고 공을 쳐 냈다.
"휘슬 소리를 듣긴 들었는데 그래도 종료 휘슬인지, 아니면 파울 휘슬인지 혹시 모르잖아요. 마지막까지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몸을 날렸어요."
앞서 세네갈과의 8강전도 빼놓을 수 없다. 1―1로 맞서던 후반 페널티킥을 막아냈지만 VAR(비디오 판독)로 다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그는 "처음엔 '괜찮아, 다시 막으면 되지'라고 되뇌었는데, 막상 못 막으니 화가 정말 많이 났다"며 "그래도 동료들이 달려와 다독여줘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승부차기를 앞두고는 이강인이 그의 얼굴을 잡고 말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의 생각은 어땠을까. "뭐, 별로 놀라지도 않았어요. 원래 그런 애예요. 워낙 적극적이고 말이 많아서. 그냥 '얘가 또 이러는구나' 하고."
그런가 하면 대회 중 한국팀 선수가 페널티킥을 찰 때마다 뒤돌아서기도 했다. "떨려서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뒤돌아서 '제발, 제발 들어가라'…."
동료 선수들은 그를 부를 때 "빛광연!"이라고 한다. 선방이 눈이 부실 만큼 빛난다며 팬들이 붙인 별명이다. 그는 '그럴수록 수비수들에게 고맙다'며 공을 돌렸다. "제가 막기 전에 제 앞에서 온몸을 날려가며 공을 막아준 수비수들 모습도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경기에 한 번도 나오지 못한 후보 골키퍼 박지민(19·수원)과 최민수(19·함부르크SV)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둘 다 저 대신 뛰었어도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애들이에요. 그래서 더 미안하죠."
초등학생 때 수비수였던 그는 '뛰기 싫어서' 골키퍼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롤모델은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는 권순태(35). 키가 185㎝로 작은 편이지만 순발력으로 K리그를 제패했고, J리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이광연은 "체격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느꼈다"며 "권순태 선배의 경기 영상을 수시로 보면서 '닮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는 먼저 K리그 경기 데뷔라는 관문부터 뚫어야 한다. 강원FC에는 베테랑 김호준(35)과 백업 함석민(25)이 버티고 있어 이광연은 한 번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미래보단 현재에 우선 집중하고 싶다"며 "올림픽 대표팀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라고 했다. "훈련장에서 더 열심히 해서 보여주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원FC 경기도 한 번쯤 꼭 보러 와주세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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