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곱십은 한선태, 역사적 1이닝 뒷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26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초구 폭투에 이은 선두 타자 안타. 그 뒤로 연이어 손을 떠난 볼 세 개. 꿈만 같던 기회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위기.
LG 한선태(25)는 그 순간 모자를 벗어 챙 안쪽을 들여다 봤다. 일본어로 직접 적어 넣은 '하면 된다(やればできる)'라는 글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시절, 긴장할 때마다 수십 번은 더 봐왔던 문장이다.
한선태는 "당시 코치님께서 나처럼 제구가 잘 안 되는 선수들에게 '모자에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문구, 가장 좋아하는 문구를 써놓아라'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일본에 있을 때라 일본어로 그 문장을 써놓았는데, 한국에 온 지금도 그때 잘 된 기억을 이어가고 싶어서 그대로 적었다"고 귀띔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다. 한선태는 고교 시절까지 야구부 소속 선수로 뛴 적이 없다. 야구 선수가 아닌, 그냥 야구를 좋아하는 고교생이었다. 성인이 된 뒤에야 사회인 리그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현역으로 군 복무도 했다. 하지만 한 번 야구를 알고 나니 "프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버리기 어려웠다. 모두가 허황된 일이라 믿고 꿈조차 꾸지 않을 때, 그는 무모하고 기약 없는 도전을 택했다. 전역 후 2017년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 입단했다.
쉽지 않았다. 그는 "독립야구단은 한 달에 90만원씩 회비를 내야 운영이 된다. 다들 KBO 리그에선 뛸 수 없을 거라고 하니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안 될 걸 뻔히 알면서 무작정 돈을 펑펑 쓰기엔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고 했다. 미래를 알 수 없었기에 고민이 더 깊을 수밖에 없던 시절이다. 이때 함께 야구하던 동료들이 그를 붙잡았다. "지금 이렇게 포기했다가 나중에 후회가 돼 다시 도전한다면, 그땐 지금보다 더 큰 돈이 들 것"이라며 "지금 후회 없이 해봐라. 나중에 프로에서 벌 돈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설득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