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두산, 초유 사령탑 갈등 뒤 첫 만남
페이지 정보
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28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사상 초유의 감독 충돌을 일으킨 두산과 롯데가 61일 만에 만난다. 대결 결과보다 정상적인 경기 진행 여부에 더 관심이 모인다.
두 팀의 시즌 5차전이 치러진 4월 28일 잠실구장. 두산이 9-2로 앞서며 승부가 기운 8회말, 김태형(52) 두산 감독과 양상문(59) 롯데 감독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뻔했다.
사구 탓이다. 롯데 투수 구승민의 속구가 두산 타자 정수빈의 등 부위를 직격했다. 선수는 고통을 호소했고 김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상태를 살폈다. 상대 투수와 수석 코치에게 어떤 말을 했고 이 광경을 본 양 감독이 뛰쳐나와 김 감독을 향해 분개했다. 양 팀 선수들이 백네트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사상 초유의 감독 사이 갈등으로 벤치클리어링이 나왔다. 장외 설전은 종전에도 있었다. 상황 연장선에서 적개심을 드러낸 사례는 없다.
양 감독은 이 감독이 소속 선수와 지도자에게 욕설을 했다고 봤다. 투수 구승민이 '투수 같지도 않은 게 공을 던진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면서 사후 논란은 더 커졌다. 김 감독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 무엇보다 주축 타자 정수빈이 골절상을 당하며 이탈하는 전력 손실을 입었다. 두 팀은 지난 2017년 이대호와 오재원 사이 '꼰대' 논란, 선수와 상대 팬 사이 갈등 등 악연이 이어졌다. 감독 충돌이 기름을 부었다.
KBO는 사건 이틀 뒤인 30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두 감독에게 징계를 내렸다. 욕설과 폭언을 한 것으로 인정된 김 감독에게는 제재금 200만원이 부과됐다. 대응 과정에서 폭언을 한 양 감독도 엄중 경고 조치를 받았다.
같은 날,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두 감독 모두 관련 사실을 언급했다. "어떤 경우든 흥분하고 욕을 한 건 문제였다. 팬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양 감독도 "좋지 않은 일을 전해 드려 모든 야구팬께 죄송하다"고 했다. 정수빈의 쾌차를 빌기도 했다.
그러나 두 감독 사이의 앙금은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4월 28일 경기 직후 양 감독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공필성 수석 코치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더불어 양 감독을 향한 메시지 전달도 부탁했다. 통화를 거부한 양 감독은 그저 "덮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28일부터 30일 감독 브리핑 전에는 김 감독의 추가 전화 시도는 없었다.
이제 관심은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잠실 3연전으로 모인다. 약 두 달 만에 맞대결이다. 야구계 사정에 밝은 이들에 따르면 두 팀 선수단 사이도 이전과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고 한다. 사령탑 사이 갈등으로 초래된 사건이다 보니 당연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감독 사이 갈등 앙금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워낙 민감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발언조차도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경기는 다르다. 다른 팀 사이 경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플레이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구승민이 의도적으로 몸을 맞혔다는 빈볼 시비가 여전하다. 선수와 감독이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믿지 않는다. 손에서 공이 빠진 탓에 나오는 사구마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구승민은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셋업맨 역할이다. 경기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면 등판 가능성이 크다. 잠실 두산 홈팬의 야유를 감당해야 한다. 정수빈이 부상에서 돌아왔고, 그사이 시간도 두 달이나 지났다. 무엇보다 구승민이 정수빈에게 모바일 SNS를 통해 사과했다. 그럼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것이다. 이런 야유는 롯데 선수단을 자극할 수 있다.
현재 두 팀은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두산은 여전히 강팀이지만 지난 주말 3연전에서 1위 SK에 전패를 당하며 독주 체제를 무너트리지 못했다. 이번 주중 첫 경기던 삼성전에서도 패했다. 최하위 롯데는 외인 선수 2명을 모두 교체한 뒤 반등세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강한 투지가 변수를 만나면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KBO는 관중 감소, 콘텐트 영향력이 저하되며 위기에 있다. 여러 요인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뒷돈 파문, 병역 혜택 논란 등 팬에 피로감을 주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논란이 추가되면 안 된다. 두산과 롯데는 선수단 모두 의식적으로 자중할 필요가 있다. 심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전에도 두 팀의 경기에서 애매한 판정을 하며 선수, 선수와 팬 사이 갈등이 생기는 빌미를 제공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