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을 두려워하지 않는 롯데의 ‘노 피어’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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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털보티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0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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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 키움의 경기. 1회 말 키움 김하성이 때린 타구가 롯데 3루수 윌슨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빠졌다. 유격수 신본기가 공을 잡아 2루수 강로한에게 던졌지만 송구는 한참 빗나갔다(신본기 실책). 롯데 내야수들이 넋놓고 있는 동안 3루가 비었다. 김하성은 3루까지 달렸고, 송구는 한참 높아 롯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강로한 실책). 김하성은 여유 있게 홈인.
이튿날에도 롯데의 수비 불안은 계속됐다. 8회 말 2사 1·2루에서 키움 주효상이 때린 타구가 롯데 내야를 통과했다. 이 공은 계속 굴러가더니 중견수 민병헌과 우익수 손아섭 사이로 빠졌다. 두 외야수가 머뭇거리는 사이 3루타가 됐다.
주말 3연전을 어이없이 내준 롯데는 6연패에 빠졌다. 8일 현재 31승2무54패(승률 0.365)로 최하위다. 전국에서 가장 열정적이라는 롯데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5.34)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5점 대다. 실책(70개)은 1위다. 기록지에 나타나지 않는 본헤드 플레이 역시 가장 자주 나온다.
롯데의 가장 큰 구멍은 포수다. 나종덕(21)·김준태(25)·안중열(24) 등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기대 이하다. 롯데 투수들의 폭투(75개)가 2위(47개·한화)보다 훨씬 많은 건 포수의 블로킹 미숙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달 12일 LG전 연장 10회 말 2사 1·3루에서 롯데 구승민의 포크볼을 오지환이 헛스윙 했다. 그러나 이 공을 포수 나종덕이 빠뜨렸고, 이를 잡아 1루에 던졌으나 악송구가 돼 KBO리그 사상 초유의 ‘스트라이크 낫아웃 끝내기 폭투’가 나왔다.
이순철 해설위원은 “롯데는 답이 없는 상태다. 마운드·수비 모두가 그렇지만 포수가 가장 큰 문제”라며 “지난해 막판 안중열이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나종덕을 중용하면서 시행착오가 거듭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2년 전 강민호(34)가 삼성으로 떠나자 포수 공백을 절감했다. 지난 겨울 최고 포수 양의지(32·NC)가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왔는데도 롯데는 관망했다. 포수난이 계속되는 동안 트레이드 등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 롯데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58) 감독은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양 감독은 젊은 투수자원이 풍부하다고 판단했다. 포수 공백은 크지 않을 거라고 낙관했다.
롯데의 붕괴는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롯데 투수력은 지난해보다 악화했다. 포수들은 떨어지는 변화구를 계속 빠뜨리고 있다. 수비수들은 실책을 연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약한 롯데 투수들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순철 위원은 “(두산에서 올해 13승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한) 린드블럼의 투구는 롯데 시절과 전혀 다르지 않다. 두 팀의 수비 차이가 린드블럼의 성적 차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저질 야구’는 특정 선수의 부진이나 부상 탓이라고 말할 수 없다. 총체적 난국이다. 놀라운 건 롯데가 KBO리그 최고 연봉팀(외국인·신인 선수 제외 총 연봉 101억8300만원)이라는 점이다. 롯데는 많은 돈을 꾸준히 지출하면서도 한국시리즈 우승(1992년)을 가장 오랫동안 하지 못한 팀이다. 비효율적 투자가 누적된 것이다.
롯데는 이대호·민병헌·손아섭 등 고액 연봉자들과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베테랑은 해마다 기량이 떨어지고 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더디다. 내년이 돼도 크게 나아질 게 없어 보인다. SK·두산·키움 등 상위권 팀들은 합리적인 리더, 과학적인 시스템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감독은 전력을 다해 싸우고, 프런트는 플랜B를 짜며 미래를 대비한다. 롯데는 현실 인식과 대안 마련에 모두 실패했다.
2008~10년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No fear)”고 주문했다. 그런데 지금 롯데 선수들은 잔뜩 위축돼 있다. 현실을 두려워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되레 ‘노 피어(No fear)’하고 있다. 그들의 안일한 현실인식과 준비 부족이 롯데를 침몰시키고 있다. 얼마 전 정운찬 KBO 총재는 라디오에 출연해 “로이스터 감독이 그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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