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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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해사였다 컨테이너선을 타고 외국 여기저기를 다니던 마도로스 하루에 두번 4시간 씩 당직을 마치면 망망대해 위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세평 남짓한 내 방 밥먹고 당직서고 자고 밥먹고 당직서고 자고 8달 가량 무한반복하다 휴가를 나오면 나는 바보가 돼 있었다 1주일동안은 멍하니 티비만 보며 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했다 그렇게 두달 가량 세상에 물 들어 갈 쯤 다시 승선, 8개월 후엔 다시 바보 이것도 어릴적에나 가능했지 나이가 들고 친구들이 하나 둘 가정을 꾸리고 직급이 생기고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대화 주제가 바뀌어 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젠 식상 해 져 버린 바다 이야기, 배 이야기 오직 낭만원툴로 살아가는 이야기 친구 가족들과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같은 시간을 살고 있지 못했다 더 이상 있다가는 영혼이 영원히 바다에 묶일 것 같아 육상으로 도망쳐 나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한 독립 쉬는 날이면 여행을 가고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고 여유롭게 여가를 즐길 줄 알았지 반토막 난 월급과 들숨에 한 번 날숨에 한 번 더블로 빠져 나가는 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향 살이 노는 것도 놀아 본 사람이 하는 거더라 3평 남짓하던 방이 조금 더 넓은 자취방으로 바꼈을 뿐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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