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안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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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눈박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5-19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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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한 달 내내 열심히 준비해 온 독후감를 걷는걸로 오늘 수업을 시작할게요."
난 독후감을 안했어.
내가 그런걸 왜 해? 보고서가 나한테 뭘 해줬는데?
블레더리 선생님이 내 쪽으로 왔을때, 난 그냥 책상만 쳐다봤어.
"그래서 마크? 이번엔 또 어떤 이유니?"
난 일부러 가장 멍청한 대답을 했어.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할때의 반응이 진짜 꿀잼이거든.
"아니에요. 전 독후감을 썼어요. 블레더리 선생님. 진짜로요! 다 끝내놓고 책상위에 뒀는데, 엄마가 저녁먹으라고 해서 갔다왔는데 저희 집 개가.., 어, 하루종일 독후감 쓰느라 개를 산책시킬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거 때문인지 걔가 삐져가지곤 -"
"그래서 너희 집 개가 숙제를 먹었다고?" 선생님이 내 대신 말을 맺어줬어.
"네..."
난 딱 정당량의 뉘우침과 결백함을 담은 눈빛으로 바라봤어.
"마크, 내 수업에선 딱 세번까지밖에 잘못이 허용된다고 올해 초에 얘기하지 않았니... 처음엔, 기한을 깜박하고. 그 다음엔 프린터 잉크가 다 떨어지고. 이번엔... 너희 집 개가. 숙제를. 먹었다라... 미안하지만 이게 마지막 카운트란다. 쇼 선생님의 방으로 가서 방과후에 좀 더 남아 있어야 겠구나."
학교 끝나고 남아있으라고? 귀엽네.
뭐 수업 끝나고 몇 시간동안 수수께끼나 풀게 만들게 하려고?
와 너무 무섭다.
어짜피 부모님도 늦게까지 집에 안오니까 상관없어.
내가 벌 받는지도 모를걸.
다음엔 더 열심히 해보세요, 블레더리 선생님.
난 방과 후 내내 남아있다가 집으로 돌아갔어.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 문을 열었는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난 복도를 지나쳐 거실로 들어섰어.
밴딧은 자신의 잔해위에 누워있는채, 마지막 작은 낑낑소리를 내뱉고 있었어.
위와 내장은 갈라진채, 담즙과 피, 오줌이랑 대변이 섞여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어.
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벽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글자를 향해 시선이 옮겨갔어.
"안 보이는데, 마크. 하지만 독후감은 기대하고 있을게. 네 번째 기회는 없단다."
소름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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